나는 달러가 좋아
주원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여기 중국 문단의 비주류자 '이단아'라 불리는 한 작가가 있다. 아니 작가를 지칭하기 전에, 아직은 중국문학에 낯선 이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구석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존의 인기를 나름 구가해온 '위화''쑤퉁'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는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 다분하다. 중국 작가협회 및 공식 문학상과 완전히 결별하여 탈권력, 탈이데올로기의 글쓰기를 견지해온 '주원'이라는 작가. 사실 강호도 모르는 작가였지만, 국내에 유일하게 소개된 이 작품 <나는 달러가 좋아>를 통해서 그의 본색과 진면목을 보게 된다. 무엇이 그토록 매 항상 시니컬하고 질퍽하게 서사와 아이러니를 뿌려대는지 무언가 극단을 달리는 고독함까지 보일 정도다. 책은 얇은 편이지만, 이 안에는 5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바로 작가 '주원'에 대한 자전적인 것들로 그의 스타일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거시기한 내용들이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나는 달러가 좋다'는 작가 주원의 삶의 방식과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얼추 느낌이 오듯이 그는 돈을 밝힌다. 아니 돈은 물론 '여자'도 무지 밝힌다. 그래서 그는 여자와 거시기 하는 것을 즐기는 성(性)만능의 쾌락주의자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날도 어느 창녀와 그짓을 즐기는 와중에 그의 아비가 불쑥 집을 찾아온다. 객지 생활을 하는 두 형제중 막내인 둘째를 찾아보자고. 그러면서 부자는 길을 나서고, 주인공 '나' 즉 주원은 아비와 함께 거리를 배회하며 굶주린 늑대처럼 '성'(性) 이야기를 쏟아낸다. 원조교제 찰나까지 가고 성욕이 매 일어 운동장에 모인 처자들을 감상하고, 극장에서 도우미를 만나고, 결국에 창녀까지 집으로 불러들여 그짓을 할려다 돈 때문에 마는 등, 아주 가관이다. 친구도 아닌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면서 '성'에 대해서 토로하는 주원이 대단할 정도다. 물론 아비는 그런 아들의 성 관념과 처사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원은 속물 근성으로 달러를 좋아하는 만큼 성에 대해서도 자유분방한 욕망으로 내달리는 인물임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가 오버랩 되는 게, 정말 '주원'도 만만치 않다. 적랄한 표현보다는 그의 성적 관념이 대단할 정도다. 그의 아비가 "성이란 건 요리처럼 먹어야지 밥처럼 먹으면 안 된다'는 그 주지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빠 그건 아니라고요.. ㅎ

두 번째 이야기 '고도 난징의 두안리', 여기서는 대학시절의 동창녀였던 '두안리'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주원의 여친은 아니고, 그렇다고 친하지도 안 친하지도 않은 두안리는 자신을 위시해서 대학 남자 동창들의 '로망'이었다. 주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매력 만점의 두안리를 건드려서 잤느냐 안 잤느냐가 능력의 관건이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러면서 주원은 그녀를 신비로운 저 편에 두고 그녀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 관조하듯 펼쳐낸다. 어느 누구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홀현히 사라졌다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등, 그녀에 대한 사유가 무람없이 전개돼 조금은 사색적인 분위기로 일관한다. 그러면서 그녀가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끝맺고 있는데, 그의 독특한 여성 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는 두안리는 한마디로 제목처럼 '고도'(古都)가 아니었을까..

중국 문단의 이단아 '주원', 다섯 편 모두 그만의 고독한 서사가 묻어있다.

세 번째 이야기 '가난한 자는 죄다 때려눕혀라'는 제목처럼 다소 과격한 이야기다. 가난한 자를 때려 눕히라니, 무슨 심보와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주원의 독특한 사고 방식을 볼 수가 있다. 처음부터 인류 진화 과정에서 양태된 '바퀴'에 대해서 그만의 개똥철학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대학 기숙사를 오가던 시절 겪은 경험담을 말한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낯선 불량배를 만나고 그 와중에 어느 늙은이를 치게 하면서 일은 꼬이고 만다. 깜둥이와 말라깽이, 그 보다 더 마른 말라깽이 그리고 늙은이로 대표되는 이들 군상들에게 제대로 엮이면서 그는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된다. 이들의 늙은이가 죽게 되자, 그 목숨값을 내놓으라며 겁박을 당하는데, 돈이 별로 없던 그에게 위기가 닥치면서 그는 궁지로 몰리고, 급기야 친구의 도움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할려고 달려든다. 그는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했을까? 이 이야기는 다소 폭력적으로 점철된다. 앞선 성에 대한 이야기와 다르게.. ㅎ

네 번째 이야기 '재교육'은 중국 문화와 시스템에 단죄를 가하는 형식의 이야기로, 국가에 의해서 대학시절 재교육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된 주원과 그의 여친의 이야기다. 이른바 천안문 사태 이후 10년이 지난 어느 날 대학이 한시적으로 문을 닫고 재교육 소집을 당했던 그때, 그는 그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 여친과의 '씨발'을 남발하는 추억담을 내놓으며 국가권력을 대비시켜 나간다. 그래도 그는 끌려갈 뿐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파운드, 온스, 고기'는 또 다른 여친과 어느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 갔다가 겪은 이야기다. 그 와중에 할머니와 중년남자를 만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에다 여친과는 일을 치른 후에도 그의 식탐은 식을 줄 모른다. 고기를 먹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주원'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는 자전적인 분위기로 일관한다. 어느 중국작가가 이렇게 매 단편을 통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때로는 질퍽하게 쏟아낼 수 있을까? 적어도 강호가 아는 기존의 '위화' '쑤퉁', 그리고 '류전윈'은 그러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만들어낸 질퍽하면서도 풍자와 위트가 서려있는 사실적인 이야기가 있을 뿐, 하지만 주원은 그런 이야기에다 꽤 고독하리만큼 그만의 서사를 펼쳐낸다. 아주 리얼하고 솔직하게.. 그래서 기존의 중국 현대문학이 걷고 견지해온 '엄숙한 문학'의 분위기와는 상반돼, 여기 '나는 달러가 좋아'류 같은 작품은 저급한 색정문학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는 중국 문단의 비주류자 이단아로 주목을 받아오며 때로는 중국정부에 의해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물론 이 조치는 작품이 프랑스에서 '세계소설문화상'을 수상하면서 곧 해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주원'이 견지해온 그만의 문학적 지평은 중국에 아직도 엄존하는 검열의 메카니즘을 초월하는 매력이 있다. 그와 동시에 너무나 솔직해서 부담스럽기까지 한 현실을 향한 아이너리한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내는 그만의 질퍽한 서사, 여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주원'의 '고독'으로 통한다. 그래서 그가 기존의 '위화'나 '쑤퉁'과는 확실히 다름을 보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일 터. 그나저나 강호도 달러가 좋다. 여자도 좋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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