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며 장마철을 앞두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사실 책 읽기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저기 시원한 계곡 물에 발 담그며 차게 얼려 놓은 수박을 먹으면서 읽으면 모를까.. ㅎ 소위 뻑뻑한 책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뭐.. 사회나 역사 인문서들 말이다. 대신에 그때 찾게 되는 게 소설류다. 특히나 그냥 일반 드라마적인 거 말고 추리소설류나 미스터리류 같은 게 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강호는 올 여름도 그런 류로 달려볼까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기존에 읽고 있는 질퍽한 중국소설도 끝내야 하는 등, 누구나 각자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강호가 한창 때 파고 들었던 작가이기도 한데,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의 인기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물론이요, 사회적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 등의 사회적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오쿠다 히데오', 그리고 무언가 사회적 메시지와 경묘한 필치로 행간에 인생의 애환을 담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까지, 이들 세 사람의 작품의 반 이상은 읽어 봤다. 특히 기존의 '오기와라 히로시'는 <소문>,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그날의 드라이브> 등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가 이런 류에서 비슷하거나 궤를 달리해서 학원물에 도전한 청춘 미스터리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운좋게 서평단으로 이 책 <콜드게임>을 받아 보게 됐는데, 이에 간단히 소개해 본다.



이렇게 사진에서 보다시피, 띄지에 '오기와라 히로시의 청춘미스터리'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느낌은 단박에 온다. 흡사 학원물이 아닐까 싶은 게, 그렇다. 이 속에는 바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좋았던 싫었던 여러 개의 추억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는 학교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특히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바로 '왕따'라는 학원폭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흔한 소재이기도 해 낯선 느낌은 들지는 않는다. 대신에 참신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 이야기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미츠야는 고등학교 야구부를 은퇴하고 목표를 잃은 상태이다. 친구인 료타는 형사에게 찍힐 정도로 불량하지만, 미츠야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 어느 날 료타에게 불려나간 미츠야는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 몇 명이 이유없이 습격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인은 과거 왕따를 당했던 토로요시가 틀림없지만, 4년 새 끔찍하게 흉포해진 적은 도무지 잡을 길이 없다. 두 사람은 어떻게든 경찰의 손을 빌리지 않고 토로요시를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탐색 과정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고, 료타가 용의자로 몰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점점 더 경찰을 의지하기는 어려워진다. 긴급 동창회를 열어 수사대를 결성하지만, 의견은 대립한다. 표적이 된 왕따 가담자들과 왕따에 가담하지 않았던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토로요시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왕따' 문제를 다룬 청춘들의 잔혹한 미스터리물 '콜드게임', 나름 강추다!

이렇게 간단히 내용을 보듯이 어찌보면 별거 아닌 '왕따'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피해자로 인해 사람까지 죽는 가해자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물론 그 가해자는 왕따를 당한 '토로요시'로 지목이 되지만, 그를 잡는 게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몰임감을 제공하는 구도다. 그래서 이 소설이 안고 있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학교문제 중 하나인 '왕따'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과 전개 과정에서 경악할 만한 반전까지 그리며, 종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로 남을 슬픈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그 소개처럼, 오기와라 히로시의 '콜드게임'은 제대로 방점을 찍는다.

제목만 봐서는 야구의 그 '콜드게임'을 바로 연상시키듯, 이 이야기에서도 한쪽으로 무작정 쏠린 그 어떤 청춘들의 잔혹사를 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느낌이 든다. 역자 후기에서도 이 소설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정해진 룰에 따라, 자신이 품은 원한의 무게에 맞게 앙갚음하고야 마는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왕따 사건에 얽힌 다양한 캐릭터들의 행동과 심리 묘사, 긴장과 공포, 반전을 곁들인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구성은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임에도 시종일관 궁금증을 유발하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언제쯤 튀어 나오려나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오기와라식 위트와 유머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만 봐도, 역시나 확 끌리는 학원물이자 청춘미스터리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추리 전개와 '오쿠다 히데오'식의 풍자와 위트를 즐기지만,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경묘한 느낌으로 달리는 그만의 풍자와 위트, 종국에는 사회적인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받자마자 읽고 있는데, 극 초반이라 아직은 모르겠다. 왕따를 당한 소년 '토로요시', 그가 정말 자신을 그토록 비참하게 만든 친구들을 죽일 정도로 단죄를 가한 게 정당한지, 아니면 다른 이의 단죄인건지.. 벌써부터 구미가 당긴다.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는,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제격인 미스터리류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이미 정평이 난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 작품이기에, '콜드게임'은 다소 남다르게 다가온다.

과연 이들의 파국은 어떻게 될지, 여기 청춘들의 잔혹사를 만나보자.
토로요시는 말한다.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은 너에게,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러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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