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해 상반기 드라마성이 짙은 한국영화들이 대거 포진한 가운데, 오랜만에 만나보는 액션 범죄물이 나왔으니 바로 영화 <나는 아빠다>다. 물론 이것도 드라마적이긴 하지만, 마치 모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본뜬 듯한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서는 '아빠'라는 소재로 제대로 된 '아버지상'을 그리고자 했다. 그런데 이게 휴먼틱한 드라마라면 어떤 가슴 아프고 따뜻한 부성애로 점철되게 그려질텐데, 이 영화는 아빠의 가열한 부성애로 가기 위한 수단과 방법들이 따스함 대신에 지독함을 더 전달하기 위해서 애쓴 흔적이 다분하다. 이미 홍보 포스터의 문구나 표정에서 보듯이 여기 아빠는 심장 이식이 필요한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악당'을 자처한 대한민국의 경찰, 그것도 '비리형사'다. 그렇기에 그는 올곧은 형사가 아닌 범죄자 들보다 더 막나가는 스타일로 종횡무진 활약한다.

이런 역에는 오랜만에 아니 작년에 <포화 속으로>에서도 나왔지만, 어쨌든 영화판에서 나름 임팩트한 모습이나 흥행을 보이지 못한 배우 '김승우'가 제대로 된 나쁜 아빠인 비리형사를 자처하며, 나름 꽤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비리형사 때문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 딸까지 죽고 부인마저 잃게 된 평범한 착한 아빠 역에는 '손병호'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런데 손병호 이분 하면 그 페이스 만큼이나 <파이란>의 그 악역이 아직도 생생하듯, 절대 선한 것보다는 악역이 어울려 보이는 게, 여기서는 연기 인생의 처음인지 몰라도 착하게 살고자 '마술'로 먹고사는 그런 아빠로 나온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그 비리형사와 대결을 벌이게 되고, 그런 두 아빠의 사투를 그린 영화가 '나는 아빠다'였으니,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세상이 악당이라 불러도… (나는 아빠다)

비리형사 종식(김승우)은 딸 민지(김새론)의 심장이식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밀매조직 황사장의 살인사건을 은폐하고 뒷돈을 받는다. 종식 때문에 억울한 살인범 누명을 쓴 상만(손병호)은 감옥에서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2년 후, 무혐의로 출소한 상만은 종식을 쫓기 시작하고 종식의 동료 김형사는 2년 전 나상만이 연루된 살인사건을 다시 파헤친다. 그러던 와중 종식은 마지막 희망인 이식할 심장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지만, 그 심장의 주인이 상만의 아내란 사실에 절망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종식은 민지를 살리기 위해 상만을 없앨 계획을 세우는데….


(마술사 나상만과 비리형사 한종식, 두 남자의 사투가 볼만하다.)

두 남자가 서로 물리고 물리는 대결을 그린 '나는 아빠다'

영화의 시작은 임창정 주연의 '불량남녀'에서 극 중 방극현 형사가 빚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코믹한 상황처럼, 여기 형사 한종식(김승우)도 깍두기들을 소탕하는 가열한 현장에서 돈 갚으라는 전화를 받자마자 욕을 하며 그의 상황을 대변한다. 불철주야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된 한 형사는 바로 그렇게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는 사이 어느 사채업자가 죽게 되고, 그 살인 용의자로 나상만(손병호)이 검거된다. 평범하게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마술쇼를 하던 그가 순간 살인자가 된 것인데, 그로써는 미칠 노릇이지만 목격자 진술 때문에 빼도 박지 못하고 2년간 깜방 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착하게 살려던 이 가족은 급기야 어린 딸이 사고로 죽게 되고, 부인마저 자살기도를 해 뇌사 상태에 빠진다.

그러는 가운데 종식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 민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그의 스타일대로 어떻게든 장기밀매 조직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은폐하고 뒷돈까지 챙기게 된다. 한마디로 비리형사가 된 거. 그러면서 딸의 심장과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러는 사이 이번 살인 사건의 진범이 나상만이 아닌 게 밝혀지면서 상만은 2년 뒤 출소하고, 종식은 궁지에 몰린다. 진범을 잡는 과정에서 자신의 비리가 들어나기 때문인데, 이에 상만은 딸까지 죽었고 부인마저 사경을 헤매게 만든 이 철천지 원수 종식을 가만두지 않는다. 어떻게든 그를 처단하려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어느 똘마니로부터 총까지 구했지만 말이다.


(심장 이식이 필요한 딸 민지를 바라보는 아빠 한종석, 김새론 양은 영화내내 저렇게 있었다.)

한편 합법적 장기거래 코디네이터 최정윤의 도움으로 맞는 심장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종식, 그런데 그 심장은 바로 나상만의 부인 꺼.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그는 꼭 수술을 시도하려 하고, 상만은 아내의 병간호로 민지의 상황을 알게 되고 부인의 장기를 기증키로 하는데, 그 딸의 아비가 종식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며 그는 울부짖는다. 결국 종식과 상만은 맞부딪치게 되고, 한쪽은 딸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서 그 여자의 심장이 필요했고, 한쪽은 그 남자로 인해 부인마저 잃게 된 상황에 몰리며 부인의 심장 기증을 했지만, 그게 종식의 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결국 상만이 최후에 선택한 것은 종식의 딸 민지.. 과연 그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에서 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그가 보여준 마술의 세계처럼 한 편의 꿈속을 거닐게 될 것인가? 마지막은 때꾼한 센치함으로 그리며 급 반전으로 갈무리가 된다.

이렇듯 영화는 딸의 목숨을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그들의 위치는 '아빠'다. 물론 한쪽은 이미 딸을 잃어 그가 복수의 대상이 되었고, 한쪽은 딸을 살리기 위해서 그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어디 그렇게 읊조리는 그림이 아니다. 즉 어떻게든 비리로 뒷돈을 챙겨서 심장을 사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사실 무법으로 질주했다. 그것이 결국에는 모두 밝혀져 궁지에 몰리게 되면서 그는 딸만은 살리고자 한 아빠였다. 그렇기에 비리형사 '종식'은 나쁜 남자를 자처하며 스스로 악당이 된 것인데, 그러면서 그가 비리형사로 깍두기들과 벌이는 액션의 그림들은 '하드보일드'풍으로 그려져 나름 볼거리를 제공했다. 물론 원빈이 보여준 '아저씨'처럼 엣지있는 액션은 아니지만, 실제 육탄전을 보듯 생활형 액션을 과하게 보였다. 그런 모습은 범죄의 현장에서 매 순간마다 스스로 '짭새'라 부르고, 욕지거리를 해대는 그런 캐릭터에서 물씬 묻어난다. 하지만 병실에 누워 있는 딸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아빠'


(김승우의 막가파식 비리형사 역이 제격이었고, 마지막 시퀀스도 의미심장하다.)

비리형사 김승우의 지독한 부성애를 그린 '아저씨' 버전의 '나는 아빠다'

그것은 나상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평범하게 마술쇼를 하면서 나름 행복하게 살던 그였는데, 한순간에 비리형사 종식의 올가미에 걸려들어서 살인용의자로 2년간 감옥 생활을 한 상만, 그래서 그에게 있어 복수의 대상은 단연코 종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종식처럼 액션이 가열한 것도 아니고, 총까지 구해서 그를 쏘려했지만 총도 못쓰는 그런 인사다. 오히려 그런 상만을 윽박지르고 더욱더 패주고 궁지로 몬 것은 비리형사 종식이었다. 그러면서 이 둘이 마지막까지 대결을 펼쳐지는 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데, 이게 좀 소위 닭살 돋게 연출된 부분이 있어 '풋'하게 된다. 바로 상만이 해온 마술쇼 때문인데, 그건 영화를 보면 알 터. 하지만 그런 상만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종식의 반전이 있었으니, 나름 기대해도 좋다. '친구'에서 장돈건을 오마주했나.. ㅎ

아무튼 영화는 초중반까지 범죄 액션물을 표방했듯이 나름 힘있게 전개가 된다. 그것은 마치 영화 <아저씨>에서 납치된 김새론 어린 소녀를 구하려는 원빈처럼 여기선 김승우가 딸 김새론의 목숨을 구하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영화 <심장이 뛴다>의 설정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심장 이식이라는 소재로 서로가 필요한 그림이 교차하듯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을 차용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종합판을 보는 듯 하는데,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김승우의 막가파식 비리형사의 모습은 과하면서도 꽤 어울려 보여 그만의 존재감을 알렸고,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착한 아빠로 복수를 하게 되는 '손병호'의 사투도 좋았다. 대신에 김새론 양은 환자로 나와 계속 병실에 누워만 있어서 '아저씨'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폭풍 대사가 한마디도 없었다는 게 아쉽다.

어쨌든 영화는 하드보일드풍으로 비리형사의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그 속에서 형사 딸의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두 남자의 상황을 대비시켜 사투식으로 그려나간 게 '나는 아빠다'다. 전체적으로는 액션 범죄물의 하드보일드로 포팅이 되고, 그 속에 장기밀매 조직이 가담된 범죄극이라 원빈 주연의 '아저씨'를 다운그레이드 한 느낌이 다분하지만, 그래도 두 아빠의 '부성애'라는 지점이 관통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어떤 휴먼드라마가 보여주는 진정한 부성애를 그리기 보다는 지독하고도 마지막까지 몰리며 악당이 되버린 두 남자가 벌인 한 편의 버디무비로 그림을 완성한다. 물론 궁극의 그 지점은 둘다 '아빠'라는 사실에 있기에, 제목처럼 둘 중 누가 진정한 아빠인지를 영화는 되묻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감동의 부성애가 아닌 궁지로 몰리며 지독해진 부성애로 표출되었고, 딸의 목숨을 위해서 모든 게 용서된다고 본다면 그건 말 그대로 영화이고, 현실은 거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여기 마지막 그림처럼 말이다.



 
 
saint236 2011-04-20 13:38   댓글달기 | URL
여자 아이가 아저씨의 그 아이 같네요. 이건 뭐...요즘은 이렇지 않으면 아빠가 될 수 없는 것인지. 딸 바보라는 말이 왠지 부성애를 상품화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북스강호 2011-04-22 00:59   URL
네.. 그 여자 아이는 그 유명한 '김새론'양이고요..
그리고 요즈음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딸 바보'가 화두긴 합니다만..
어차피 상업영화기에 충분히 부성애적 측면에서 이런 설정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아버지와 딸.. 그 자체로도 울림이 있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