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 - Controll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영화의 장르가 한정될 수는 없다. 기본 뼈대가 있으면 그 속에서도 드라마적인 로맨스와 액션 스릴러 코드가 들어가 여러가지 매력을 발산한다면 영화팬으로서 그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잘 어우러져 그 어떤 시너지를 발산했을 때 이야기고, 이게 그런 시너지는 고사하고, 마치 속아 넘어가듯 그 어떤 것도 아닌 것으로 비춰지면 사실 보는 이들은 깔끄장한 기분이 괴어오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영화가 이번에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컨트롤러'가 아닌가 싶다. 강호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줄거리도 자세히 모른 채,-(심지어 그가 정치인으로 나오는 줄도 몰랐다)- 아는 것이라곤 대충 SF 스릴러로 리얼 첩보액션을 선보인 '맷 데이먼' 최고의 히트작 '본 시리즈'같은 느낌으로, 여자랑 같이 고생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것으로 알았다.

맷 데이먼 주연으로 기대를 모은 '컨트롤러', 과연 스릴러 영화였나?

물론 여기서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마지막에 가열하게 뛰어다닌다. 그녀의 손을 잡고, 하지만 그게 다다. 이 영화는 본 시리즈에서 보여준 '맷 데이먼'의 액션은 고사하고 그 어떤 스릴감도 없다. 지극히 드라마적인 영화다. 즉 한마디로 어떻게 보면 참 밋밋한 영화가 아닐 수 없는 게, 그것은 바로 여기서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가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기존에 액션을 선보인 첩보요원이 아닌 정치인이기에 그는 싸움보다는 대중 앞에서 달변을 쏟아내야 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모습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것도 어느 순간 만난 묘령의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진 로맨스라니.. 중간에 졸아보기도 간만이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길래 이 지경까지? 온 것인지,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계획된 사랑, 조작된 미래 이제 그가 모든 것을 되돌린다!

전도 유망한 정치인 데이비드(맷 데이먼)는 신비한 매력의 무용수 앨리스(에밀리 블런트)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의 정치 생명은 위태로워지고, 알 수 없는 힘이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결국 그녀와의 만남은 물론, 그의 정치 생활, 그를 돕는 친구들까지도 모두 일명 ‘조정국’의 ‘미래 설계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드. 이제,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한 정치인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초반부터 젊은 정치인 데이빗은 하원 의원으로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상원 의원 선거에 출마해 승리를 낙관하는 사이, 과거 질퍽하게 놀았던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걸리면서 소위 물을 마시고 만다. 이에 낙담한 데이빗. 화장실에 가서 그간의 사정을 꼽씹어보며 재기를 노리는데, 그 공간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아니, 남자화장실에 웬 여자?! 깜놀한 데이빗이지만 그녀의 뷰티풀하고 매력적인 외모에 반해 그만 급키스를 날리며 차후를 기약한다. 이때부터 데이빗은 그 여자 엘리스에 빠져들어 오매불망 모드로 돌변한다. 정치 인생의 길을 걸어오며 전략팀이 써주는대로 이미지 정치를 해온 그가, 그녀를 통해서 자신만의 솔직한 이미지로 다시 대중에게 다가가며 그는 서서히 변모한다.

한 정치인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미래 조정국과 한판 대결 <컨트롤러>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데이빗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4명의 중절모 신사들이 있다는 거.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판타지 스릴러 코드로 전환한다. 바로 이들은 데이빗의 매번 행동반경을 조사하고, 앞으로 예정된 일이 착착 진행되도록 현황을 파악하는 일명 '조정국'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데이빗을 미래 대통령이 될 인물로 점찍어 '미래 설계도'를 다 그려놓은 상태다. 그렇기에 소위 '갑툭튀'한 이 여인네가 그들에게는 반가울 리가 없다. 어떻게든 저 처자를 데이빗에게서 떨어뜨려 놓으려 한다. 왜냐? 이미 자신들이 결정한 미래의 설계도대로 진행돼 움직여야 할 데이빗의 동선이 그녀로 인해서 방해를 받기 때문인데, 하지만 데이빗은 이런 조정국의 훼방을 무시한다. 어떻게든 그녀와 사랑의 정점을 찍고자 애쓴다.

그렇지만 그도 자신의 야망에 대한 욕심이 있는 인물, 그들의 감언이설일지라도 당신이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는 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그녀를 만나지 말라는 조정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와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배신자나 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자가 있듯이, 여기 조정국내에서 4인방 중 한 명의 흑인신사가 그에게 언질을 준다. 그들의 조정대로 끌려가서는 안 되며 그녀를 잡는 것이야말로 당신 운명의 성공을 볼 수 있다는 조언에 데이빗은 다시 그녀를 찾는다. 이미 그녀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지만, 그곳으로 달려가 그녀를 데리고 어디든지 무한으로 이동이 가능한 중절모를 쓰고 둘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이곳 저곳을 움직인다. 즉 자신을 조정하려는 조정국을 피해 무던히도 계속 달린 것인데, 과연 데이빗은 엘리스와 이 난관을 뚫고 사랑의 정점에 방점을 찍었을까?



이렇듯 영화는 어떻게 보면 꽤 스릴러스러운 면모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여기 조정국 사람들의 이미지나 모습도 영화상에서 많이 봐 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악의 개념이 아닌 이 사회를 바꿔 보겠다는 일념하에, 천사적? 이미지로 사회가 자신들이 계획한 '미래 설계도'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이론을 가진 집단이다. 그래서 그들은 차기 대통령감 '데이빗'에게 올인한 것이다. 그렇기에 데이빗이 그 설계도에서 벗어나면 날수록 그를 옥죈 것인데, 이게 스릴러 코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막상 스크린으로 부활된 그림은 그렇게 스릴감을 주지는 못했다. 도리어 이들이 쫓는 모양새가 조금은 어설퍼 보이기도 한 게, 엘리스와의 사랑에 빠지며 도망자 신세가 된 데이빗만 힘들 뿐, 기실 연출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무언가 철학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컨트롤러', 정치인의 로맨스만 남다.

연출자는 바로 <오션스 트웰브>, <본 엘티메이터> 등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이 높은 '조지 놀피'. 유명하게 인기를 끌었던 <블레이드 러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영상화한 '필립 K. 딕' 소설들 중에서, 이번에는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조정국이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는 원형의 모티브만 가져온 채, 정작 그림은 로맨스로 방점을 찍은 영화가 바로 '컨트롤러'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감히 SF 스릴러 영화라고 부르기가 잦바듬하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더라도 '조정국'이라는 사람들의 존재가 물론 SF스럽긴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나 인간을 조정하는 모습이 어떤 SF적 스릴감을 주진 않는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이런 스릴러적 코드보다는 다소 철학적 메시지를 다분히 담아내려 하고 있다.

그것은 영화 대사에서도 나왔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론'에 대한 설파가 바로 그것인데, 즉 인간 스스로의 의지로 인해 운명을 개척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제에 대해서 영화는 따져 묻지만, 기실 이것도 한 정치인에게 불현듯 찾아온 로맨스를 돋보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적인 느낌이 다분하다. 결국 그런 묵직한 메시지 전달도 다소 허망하게 들린 뿐, 정곡을 찌르진 않는다. 결국 그들만의 로맨스만 남은 영화 '컨트롤러'.. 그렇다고 두 남녀의 사랑이 그렇게 애잔한 분위기도 아닌 게, 마치 데이빗만 죽자사자 쫓아다니는 형국의 느낌이다. 또 여기 영화에서 중요한 조정국 요원들도 그렇게 요원스럽지 못한 모습과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 구조에 제대로 된 상상력의 부재까지, 총체적으로 난국을 맞이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종국에는 제목처럼 영화를 전반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한 정치인의 로맨스만 남은 영화 '컨트롤러'..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클 뿐이다.

역시 맷 데이언은 '본 시리즈' 때가 최고였다. 이후 나올 '히어애프터'도 심히 걱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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