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이자 80년대 선봉파(전위파, 아방가르드파)의 기수였던 '위화''쑤퉁'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 언급을 했었는데, 현재 강호는 '쑤퉁'의 작품을 저번에 켈렉한 후 <나, 제왕의 생애>, <이혼 지침서> 등을 접했다. 그러다 알라딘 도서에 50만원 넘게 쌓인 적립금이 이제는 매달 얼마씩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책을 사야 되는 상황에 이른 거. 그래서 이왕지사 '쑤퉁'을 더 파볼 요량으로 그의 책들을 알아보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된 신작을 고르게 됐다. 제목도 같은 네 자로 하나는 <화씨 비가>요, 또 하나는 <성북지대>다. 그래서 강호가 해왔듯이 이 두 권의 책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먼저 <화씨비가>는 1970~90년대 중국 남부에서 살아가는 한 하층민 가족의 삶을 그린 쑤퉁의 장편소설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비극이자 쑤퉁만이 그려낸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이 가열하게 펼쳐져 있다는 소개다. 소설의 이야기는 "죽은 아버지 화진더우 망령의 서술로 진행된다. 아내의 자살로 화진더우는 복수심에 불타 아내가 다니던 공장에 불을 지르고 감옥에서 자살한다. 세상에 남겨진 것은 그의 누이와 다섯 명의 아이들이다. 화진더우의 아이들을 기르는 일은 줄곧 '고모'로 지칭되는 누이에게 오롯이 남겨진다. 화진더우는 망령이 되어 가족 곁을 떠돌며 남은 피붙이들의 가난하고 처참한 생활을 부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는데..."

한 가족의 애절한 가족사 '화씨비가',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을 말하다.

이렇듯 내용만 보면 얼추 죽어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고자 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이 생각나는 시퀀스다. 하지만 여기 주인공인 '화진더우'는 죽어서도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채 남은 가족들이 현실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쑤퉁은 이 지점에서 남겨진 가족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서 절망을 끝까지 지켜보는 방식을 택하며 현실에 저항하는 일종의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래서 멸시받는 하층민들의 처참한 삶을 망령이 되어 떠도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비극적으로 그려냈고, 종국에는 무너져가는 가정,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아버지,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자녀들이 각기 처한 슬픈 현실을 고개 돌리지 않은 채 끝까지 지켜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끝까지 탐구했다는 문학적 평가다. 그러면서 그 속에는 애절함은 물론이요, 처연하면서도 웃음이 배어나는 하지만 결국에는 쓰라리지만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말이 필요없는 쑤퉁의 신작이다. 가족 구성원으로 죽을때까지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에게 꼭 한번 읽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소설이다.



또 하나의 장편소설은 앞 표지부터 아주 인상적인 네 명의 소년 아니면 청년들이 보인다. 그렇다. 이 소설은 바로 쑤퉁 최고의 청춘소설이라는 <성북지대>다. 그와 함께 이 소설은 쑤퉁이 최초로 털어놓는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성장소설이다. 그래서 재미는 물론 '쑤퉁'의 청춘시절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은근히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 왜 유명한 작가들의 경우 성장시절에 아주 거기시한 사연들이 많지 않는가? 살짝이든 많이든 비켜난 그 시절 인생의 각도를 말이다.

쑤퉁의 자전적인 청춘소설 '성북지대', 우리네 쓰린 청춘을 반추한다.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문화대혁명의 풍파를 겪은 지난 세대의 은원이 가시지 않은 그 시절, 중국 강남 유역의 한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가정으로부터도 학교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겉도는 '불량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감 없이 그려낸 작품이라는 소개다. 중심 이야기는 "세 개의 커다란 굴뚝이 상징물처럼 자리 잡은 성북지대. 성북지대의 변두리 '참죽나무길'에서 자란 소년들에게는 당장의 현실도 앞으로 닥칠 미래도 모두 흐릿하기만 할 뿐이다. 소년들은 학교로부터 쫓겨나고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히고 그들의 인생은 점점 더 어긋나기만 한다. 그들은 결국 동네 여자아이를 강간하거나, 다른 동네 청년들과 힘겨루기를 하다 횡사할 뿐이다."

이렇듯 이 소설은 청춘의 성장소설이지만 이른바 '나쁜 녀석들'을 통해서 쓰라린 유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쑤퉁 자신이 실제로 오래도록 거주했던 참죽나무길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일상과 희로애락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그중에서도 나이 많은 어른들보다는 소년소녀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애틋함을 청춘소설로 아름답게 그려내며, 종국에는 "불온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섬세하면서도 무자비하게 그려내었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인기작인 것이다. 이 또한 여러 말이 필요없는 장편소설로 누구에게나 쓰리지만 그리운 유년 시절이 있듯이,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네 청춘의 한 시절을 만끽해 보자. 중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쑤퉁의 두 권의 신작 장편소설을 간단히 살펴봤는데, 하나는 죽어서도 망령이 되어버린 한 아버지의 시선으로 가족의 비극과 애절한 사연을 담은 이야기 <화씨 비가>, 또 하나는 쑤퉁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진 청춘의 성장소설로 쓰리지만 때로는 불온했던 그 시절을 반추케 하는 청춘잔혹사라 불릴만한 <성북지대>.. 이 겨울이 다가기 전, 여기 애절함이 묻어나는 한 가족과 껌 좀 씹어본 나쁜 녀석들을 통해 우리네 삶의 풍경과 청춘의 편린을 되살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이래서 소설이 재밌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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