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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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고전동화가 스크린으로 옮겨졌을 때 기대하는 감흥은 크기 마련이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큰 화면의 애니나 실사로 펼쳐지며 재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인데, 그런 경우 이야기는 보통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동화적 스토리를 보면 그렇듯이. 그렇다면 이번에 스크린으로 옮겨진 18세기 때 '조너선 스위프트'가 남긴 고전  '걸리버 여행기'는 더욱 그러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걸리버'가 상상 속 소인국에 불시착해 졸지에 거인으로 행세하며 좌충우돌한 이야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걸리버'역. 그 역할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승패가 날 정도로 중요한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걸리버 여행기'에 동참한 '잭 블랙'의 걸리버 배역은 딱 제격이 아닐 수 없다. 


(대표 사진부터 범상치 않다. ㅎ)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 '잭 블랙', 이번엔 '걸리버'다.

'잭 블랙', 잘 생긴 미남자도 그렇다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닌 몸꽝에다 일견 '쩌리', '루저'같은 이미지의 배역들로 이상하게 각인된 배우, 하지만 유명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등에서 그만의 목소리를 내고, 주로 코미디물에서 제대로 웃음의 포인트를 아는 배우이자 때로는 진중한 면까지.. 그는 알다시피 인기가 꽤 있는 헐리웃 대표 영화배우다. 그렇기에 '잭 블랙'이 나오는 '걸리버 여행기'는 일견 코믹 쪽일 거라는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고, 또 그렇게 '코믹 블록버스터' 표방했듯이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감도 클 수 있기에, 그렇다고 이 영화가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 '잭 블랙'은 주인공 걸리버 역을 나름 충실히 소화했다. 그만의 코미디적 색깔로 소인국에서 좌충우돌하며 원맨쇼를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른 문제이긴 하지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뉴욕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관리만 하고 있는 남자 걸리버(잭 블랙). 그의 하루 일과는 짝사랑 그녀 달시(아만다 피트)의 여행 칼럼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언젠가 자신도 유명한 여행 작가가 되는 꿈에 젖어 있지만, 막상 세상에 나가 도전하기에는 너무도 겁이 많다. 그저 입만 열었다 하면 뻥으로 경력을 부풀려 성공한 척 하던 그가 짝사랑 그녀에게도 본의 아닌 허풍을 늘어놓은 덕분에 졸지에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기를 맡게 된다. 하지만 여행 도중, 난데없는 급류에 휘말리면서 소인국 ‘릴리풋’에 표류하게 된 걸리버. 뉴욕에서는 그저 찌질남이던 그가 이곳에서는 수호자이자, 영웅으로 불리게 된 걸리버.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즐~’하게 바꿀 수 있을까..?



이렇듯 걸리버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인정은커녕 같은 일만 10년째 해온 남자다. 그런 그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 앞에서 없는 장기를 억지로 끌어내다가 졸지에 여행기를 쓰게 된거. 그 여행기의 배경이 될 '버뮤다 삼각지대'로 그는 홀로 무작정 떠나는데.. 비행기든 배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다는 그곳을 말이다. 결국 걸리버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폭풍우를 만나 감쪽같이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 가더니, 불시착 아니 몸이 꽁꽁 묶인 채 도착한 곳은 '릴리풋'이라는 소인국. 이때부터 그의 굴욕과 고생이 시작된다. 소인국 사람들이 무슨 신기한 괴물을 보듯이 그를 다루며 일을 시키는 등, 걸리버는 제대로 노예가 된 거. 하지만 왕국의 공주를 구하고, 불난 궁정을 자신의 오줌발로 끄는 등 그의 활약이 펼쳐져 일약 영웅으로 등극, 이때부터 그는 '릴리풋'의 수호신으로 변모한다.



한편 이들 왕국을 해치려는 또 다른 왕국이 있어 그들을 뱃살포 반사로 제압하고, 릴리풋 왕국 내에서 공주의 사랑을 빼앗고 권좌를 노린 어느 한 인물과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트랜스포머와 아이언맨을 합쳐놓은 조종로봇과 한판 대결을 멋지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처단하며 걸리버의 활약상은 정점을 찍는다. 제대로 왕국을 구한 셈인데, 이렇듯 영화는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펼치는 활약상을 담아낸 영화다. 물론 중간에 다른 섬에 보내져 어린 여자아이 앞에서 졸지에 걸리버가 소인이 돼 굴욕을 맛보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걸리버는 소인국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말미에 이쪽으로 온 여친과 사랑에도 골인하고 그에게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잭 블랙'의 원맨쇼 영화 '걸리버 여행기', 그걸로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렇게 영화는 제목처럼 또 오래된 고전 이야기처럼 '걸리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 걸리버 역의 '잭 블랙'은 마치 원맨쇼를 하듯 제대로 큰 '인간'의 모습으로 그만의 유머적 감각으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배분이 잘 안 된 측면도 있다. 즉 초반에는 지루한 감이 좀 있었는데, 중반 이후는 급격하게 그의 활약상 위주로 집어 넣다보니 빠르게 갈무리한 불균형한 면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가 마치 근엄한 영국 왕실을 B급스럽게 패러디한 느낌처럼 진중한 맛이나 내밀함은 떨어진다. 대신에 걸리버와 릴리풋 왕실이 충돌하며 만든 웃음의 코드는 있다. 분명 그런 몫은 거의 잭 블랙이 혼자서 고군분투한 것이지만서도.

그렇기에 이 영화는 잭 블랙의 원맨쇼이자, 영화가 안고 있는 장르적 재미의 시작과 끝도 그로 인해 지탱했다는 점을 견지하게 된다. 바로 그에게 또 그로 인해 '올인'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그의 육중한 몸매 만큼이나 영화적으로 그가 걸머진 무게도 만만치 않음을 보게 된다. 그래도 '잭 블랙'이 분한 21세기형 '걸리버 여행기'는 퀼리티를 떠나서 그만의 색깔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작품이긴 하다. 그것으로 만족했으면 볼만했던 영화고, 그게 아니라면 실망만 안겨준 '잭 블랙'의 그저 그런 또 하나의 '필모'가 될 뿐이다. 어찌보면 크게 왈가왈부할 영화도 아니다. 재밌으면 그만 아니면 실망.. 그게 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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