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정말 많다. 최근 개봉한 중국영화 <대지진>도 있었지만, 그 영화는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재난 이후 한 가족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봐야 하고, 헐리웃이 표방하는 재난 영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를 다루는 영화부터 이런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에 의한 즉, 사고에 의한 재난은 소재 또한 많다. 고도화된 현대산업 문명사회에서 현대인들의 교통 수단으로 쓰이는 차, 배, 기차, 비행기 등 이런 교통 수단에서 벌어지는 재난 또한 만만치 않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 '언스토퍼블'은 기차를 소재로 다룬 재난 영화다. '기차'라 하니 작고 아담한 느낌인데, 뭐 기관차로 해야 할 것이다.

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의 5번째 작품, <언스토퍼블>

실제 미국에서 벌어졌던 철도 사건의 모티브로 만든 이 영화는 폭발적인 영상미와 스타일리쉬한 감각적인 템포로 늘 최고의 액션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라 불리는 '토니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흑인계의 지성파 배우 '덴젤 워싱턴'을 영입하며 5번째로 만든 영화다. 전작들은 <크림슨 타이드 1995>, <맨 온 파이어 2004>, <데자뷰 2006>, <펠햄 123 2009>까지 이들은 손발이 잘 맞는 감독과 배우로 이번에도 제대로 방점을 찍었다. 과연 어떤 영화일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언스토퍼블 Unstoppable' 즉, '멈추지 않는 막을 수 없는' 등의 그 어떤 무한의 개념을 다룬 단어다. 그러면서 그 무한을 향해 달리는 기관차를 소재로 만든 영화였으니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덴젤 워싱턴)와 신참 윌(크리스 파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가 되면 그들에게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아직은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같은 시각, 풀러 조차장에서는 폭발성화물이 실린 ‘777호’기를 다른 선로로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지지만, 정비공의 부주의로 이 기관차는 승무원 하나도 없이 엔진에 시동이 걸려 운행을 시작하고, 곧이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통제불능의 폭주를 시작한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로 달리는 거대한 폭탄 괴물로 변해버린 ‘777호’기. 곧 있으면 도심을 관통하고, 막대한 재난을 피할 수 없다. 그 순간, 같은 선로를 달리던 프랭크와 윌은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최후의 방법을 감행하는데...



이렇게 내용은 간단하다. 정비공의 부주의로 엔진 브레이크를 체크하지 못한 채 내리는 순간 이 기관차는 긴 여정을 떠난다. 단순 1량이 아니다. 800여 미터에 달하는 30여 량을 달고 시속 70마일 이상을 폭주하며 달리는 것이다. 무한 폭풍질주로 그 일대 펜실베니아주는 공포에 휩싸인다. 왜냐? 이 기관차는 단순히 1량도 아니거니와 각 량마다 디젤유 같은 엔진유가 들어있고, 또 페놀 같은 유독성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실어나르는 화물 기관차였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탈선해서 폭발로 이어지면 그 일대의 지역이 핵폰탄급으로 날라가는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니 이 열차를 어떻게든 멈추어야 하는데, 사실 이게 쉽지 않다.

폭주 기관차 '777' vs. 관록의 기관차 '1206'

물론 여기 두 주인공 프랭크와 윌이 나서기 전에 자체적으로 노력한다. 바리케이드를 쌓아 보지만 그것도 무용지물이요, 특전 요원이 헬기에서 줄타고 내려와 기관차를 조정하려는 계획도 굉음을 울리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에 안착을 못하고 부딪히며 부상을 입는다. 또 다른 베테랑 기관사가 앞에서 폭주 기관차를 막으며 속도를 줄이려 하지만 그마저 그 속도와 무게에 못 이기고 폭발하고 만다. 급기야 자체 휴대 탈선용 도구로 막아보려 했지만 그냥 가뿐히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777'이다. 그래서 이런 '777'의 무한 질주를 막기 위해서 보무도 당당하게 '1206' 기관차를 몰던 28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와 신참이지만 차장급의 4개월 경력의 '윌', 이 둘이 나선다.

앞서서 시도하다가 실패한 앞쪽에서 기관차를 대어서 막는 대신에 뒤로 후진하면서 777을 뒤에서 연결시켜 화물차 브레이크를 각 량마다 제어해서 속도를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둘은 그 달리는 777에 연결까지는 성공을 시키고, 이 와중에 윌은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프랭크가 나서서 각 량마다 브레이크를 걸면서 맨 앞에 기관실로 갈려고 하는데,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다. 과연 이 폭주 기관차 777은 멈추었을까? 아니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진해 그 종착지인 스탠톤 도시를 날려 버렸을까? 무인 기관차가 말 그대로 사람이 없이 달린다면 이 기관차를 멈추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무인을 유인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스포일러 이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기에 여기서 줄인다.



이렇게 영화는 아주 간단하다. 사람이 없이 달리는 무한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그 기관차를 멈추어야 하는 우리의 주인공들, 고참과 신참이라는 설정 속에 처음에는 간보기로 서로 티격태격 하지만, 이 재난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둘은 막역지우가 된다. 전형적인 헐리웃 시스템이다. 또 폭주하는 기관차만 계속 보여주는 동안에도 고참인 프랭크의 가족인 두 딸과 사랑의 통화를 보여주고, 신참이 부인과 사이가 안 좋아서 별거 중인 그의 가정사를 언급한다. 그러면서 종국에는 다시 맺어진다는 아주 뷰피풀한 또 드라마적인 요소들, 뭐.. 이건 전형적인 이야기라 뭐라 이견은 없다. 왜냐? 이 두 영웅이 폭주 기관차 777을 멈추기 위한 활약상이 생중계 되는 동안 그들의 가족이 마음 졸이며 보게 되고, 종국에는 화해하며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형적인 헐리웃 재난 영화로 주인공의 활약상, 뻔하지만...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곁가지일뿐, 역시 중요한 것은 바로 '비주얼'이다. 극장의 큰 화면으로 지축을 울리는 말 아니, 땅이 요동치는 굉음을 발산하며 달리는 리얼한 폭주 기관차를 보는 것만 해도 시원하고 짜릿하다. 멈출 줄 모르는 그 777의 위용을 바라보고 있으니 관객들의 시선은 그곳에 집중하게 되고, 궁금증은 오로지 딱 하나다. 과연 어떻게 멈추며 누가 멈출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탈선해 터져버려 도시를 날려 버릴 것인가? 마치 이런 그림은 도시까지 날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버스에 폭탄이 탑재돼 시속 60km 이상을 달렸던 그 영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스피드>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도심에서 무한 질주하는 버스의 활약상?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버스보다 스케일이 수십 배나 큰 열차의 활약상이다.

당연히 비주얼이나 사운드 등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언스토퍼블의 '윈'이다. 오감이 자극되고, 특히 저 앞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폭주 기관차 777을 바라보는 짜릿함과 777이 보무도 당당하게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속내는 그냥 멈추지 말고 끝까지 달리길 바랬지만..ㅎ 그러면 이야기는 영웅이 탄생되지 않는다. 어찌됐든 이런 식의 재난 특히나 인재로 인한 교통과 관련된 사고는 분명 사람이 나서서 해결해야 제격이다. 그리고 끝에서 관객은 소탈한 영웅의 모습을 보면서 문을 나서면 된다. 이것이 전형적인 헐리웃 재난 영화들의 특징이자 클리셰다. 영화 팬이라면 지겹게 본 그림들이다.
 


스펙타클한 폭주 기관차 <언스토퍼블>, 그냥 즐겨라!

그런 면에서 이 영화도 비켜가진 못했지만 영화 시작은 의외로 조용하게 연다. 정확하진 않아도 영화 전체 런닝타임 98분을 따져봤을 때 사건의 전개 과정은 이러하다. 정비공 실수로 무인 기관차 '777'이 정비소를 떠난 게 10분이 지나면서 나오고, 이런 사고를 관제탑 등이 인지하고 '777'이 폭주하며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분이 지나면서 부터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실패한 그림들이 나온 게 40여 분 정도, 그리고 두 주인공이 나서서 멈추기 위해서 제대로 활약한 게 30분 정도다. 즉, 달리는 폭주 기관차 '777'의 위용이 적어도 극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말이 필요 없다. 헐리웃 전형적인 시스템에 의해 블록버스터답게 오락적 재미가 충만한 재난 영화로 손색이 없는 <언스토퍼블>.. 그 무인의 폭주 기관차를 멈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인(無人)의 반대 유인(有人)을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두 주인공중 하나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무한 질주하는 강렬한 레드를 입은 '777' 기관차의 폭풍질주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자, 이 영화를 보는 단순한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 서비스 컷도 잃지 말자. 이 사고의 문책 인사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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