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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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중에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를 만들어내며 독자들에게 많은 웃음과 풍자를 선사한 '오쿠다 히데오'..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지극히 코믹적인 유머로 점철된 이야기들이 많은데, 하지만 그의 여러 작품중에서도 상위권에 꼽는 작품중에 <남쪽으로 튀어> 1, 2권을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이 이야기에도 코믹적인 유머가 물씬 풍긴다. 소위 초딩 6년짜리 식탐가 '우에하라 지로'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남쪽으로 튀어>는 일견 '사회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이미 1권을 읽고서 리뷰를 통해서도 밝혔지만, 1권이 그 따뜻한 남쪽의 섬 '이리오모테' 섬으로 튀기 전까지 이야기로써 지로의 학교 생활을 중점으로 재미나게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 2권은 바로 그 섬에서 가족이 겪는 고난과 역경을 재미나게 푼 이야기다. 과연 그 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간략히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일본의 오키나와현의 소속으로 있는 두 개의 섬 '이시가키'와 '이리오모테'섬.. 지로네 가족은 도쿄 나고야 생활을 접고, 접게 된 것도 다 지로의 아버지 때문이다.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전설적인 투사였던 '우에하라 이치로'는 한마디로 국가 자체 특히나 세금도 안 낼 정도로 버티는 일종의 국가 간섭을 무지 싫어하는 일종의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였다. 혁공동(아시아 혁명적 공산주의자 동맹)의 멤버로 그쪽의 내홍으로 사건이 터지면서 우에하라가 궁지에 몰리자.. "에라이, 다 필요없다. 이 참에 우리 저기 따뜻한 남쪽의 섬으로 가서 살란다." 를 주창하며 온 가족을 이끌고 머나먼 이 섬까지 오게 된다. 물론 가족 중에 21살 난 과년한 딸 '요코'만 놔둔 채 말이다. 물론 12살 지로와 10살 모모코는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이 어린 것들이 부모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법.. 어찌됐든 지로는 섬에서 살게 된다.



'남쪽으로 튀어' 2권 이야기, 그 섬에서 생활과 살아남기

그런데 이 섬 생활이 완전 무인도에 야생의 정글처럼 인식했는데,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 이시가키에 먼저 도착해서 뜻밖에 환송을 받고, 이리오모테로 다시 들어와서 그 섬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지로네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에하라 할아버지 간진 어른이 이 지역에서 예전에 터를 잡고 섬에서 나름 영웅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인데, 즉 지로네 가족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고향으로 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 섬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그들 가족을 홀대할 리가 만무하다. 마치 가족처럼 지내며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일으켜 세워 새롭게 개조해 살게 해주고, 각종 음식에다 대신에 전기는 안 들어왔지만 나름 생활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지로와 모모코를 전교생 5명만 있는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거, 결국 학교 선생님과 관계자들이 나서서 학교에 다니게 된 지로와 모로코는 너무 좋아했다.

이렇게 이 가족의 생활은 잘 지내나 싶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 먼 섬지역에도 개발의 바람이 분건지, 지로네가 머물고 있는 그 집이 호텔 리조트 개발 회사 소유의 땅으로 밝혀지면서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 회사는 그 섬에도 거대한 리조트를 짓겠다해서 그 섬 지역의 환경모임 개발반대 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다. 이에 반대모임에서는 전설적인 투사였던 '우에하라 이치로'를 선봉에 서려 하는데, 우에하라는 선뜻 나서지 않는다. 자신은 오로지 독고다이로 행동할 뿐 당신네들처럼 이념에 물들기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로네 가족은 위험에 처한다. 땅 소유사로부터 불법 점거라는 이유로 집을 당장 철거해야 하는 상황과 맞물리자 우선 아이들은 공동주택으로 들어간다.

이때 아니, 그전에 지로의 누나 '요코'가 복잡 다난한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이 섬에 들어와 있었다. 그 콧대높던 요코가 자신의 두 동생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집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며 한 발짝도 못 물러선다고 버티고, 외국인 섬 부랑자 '베니'와 함께 개발 회사 앞에서 투쟁을 한다. 이미 매스컴은 이 보도에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들의 물리적 폭거 앞에 또 경찰들까지 나서서 그들 셋은 체포되고 만다. 이에 지로와 모모코, 요코는 걱정이 앞서지만 곧바로 풀려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잠시 잡혀있던 경찰서 부근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그 순간 셋이 사라지고, 베니만 잡히고 지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탈주해버려 행방이 묘연해진다.

하지만 이미 섬 사람들을 통해서 연락해온 것은 지로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또 다른 꿈의 섬 '파이파티로마'라는 전설의 섬을 찾아 미리 떠난 것이었다. 즉, 이 섬 조차도 이렇게 자본 개발의 논리에 간섭을 받자 지로의 아버지는 또 다른 섬을 찾아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착하는 순간 자신의 자식들을 데리고 살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리고 우에하라의 아들 지로는 도시에서 전혀 못 느꼈던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옛날 '오야케 아카하치의 난'의 전설대로 자신의 아버지가 그래했듯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남풍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면서 말이다.

섬 이야기속 '사회소설' <남쪽으로 튀어2>, 제대로다.

이렇게 <남쪽으로 튀어> 2권의 이야기는 제대로 된 섬 이야기다. 그곳도 야생의 그대로 보존된 하지만 사람들이 옹말종말 모여사는 정을 느끼며 사는 그곳도, 자본 개발의 논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 섬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섬에 잘 정착한 그들은 도시에서 각자 생활로 찌들어 살았던 삶과는 다르게 이 섬에서는 오히려 가족끼리 똘똘 뭉치며 살았던 것이다. 결국 그 리조트 개발 회사 때문에 집을 또 다시 잃게 되면서 쫓겨나게 된 것이 2권의 내용인 것이다. 정말 제목 '남쪽으로 튀어'가 여기 '이리오모템' 섬으로 오게 된 이야기의 전초였다면 결말에서 바로 꿈의 섬 '파이파티로마'로 제대로 튀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우에하라 이치로'답다.

그래서 2권의 느낌은 1권하고는 많이 다르다. 1권이 도시 생활에서 느끼는 찌든 삶의 고단함과 지로의 학교 생활이 중점이 되면서 그 도시에서 지로의 아버지는 그냥 괴짜 스타일의 과격하기만 하고 콧구멍이 파는 돈도 못버는 그런 스타일의 아버지였다면, 자의든 타의든 이 섬으로 오면서부터 지로의 아버지는 자신의 태생적 성정이 그러한지 이 섬에서 제대로 정착하며 비로소 '자연인'으로 태어난 것이다. 또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은 물론 아들 지로와 딸 모모코까지 아버지의 색다른 모습에 활기를 찾고, 과년한 딸 요코까지 마음의 문을 열며 이 가족은 한마음이 된 것이다. 마치 열두 살 소년 지로의 '성장'을 보듯이 말이다.

그것은 일견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전설적인 투사였던 인물을 중심에 세워놓고, 그 어린 아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이렇게 극명하게 때로는 비판적으로 다가와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현실과 모순을 일깨우게 하는 이야기를 독자들은 주시하게 된다. 때로는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는 그 어떤 체제와 사상에 관해서 이렇게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진중한 주제 의식을 포기하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의 숨은 역량이 느껴지는 힘, 단지 그 자연 생태의 섬에 정착한 그 지로네 가족사를 통해서 무엇이 작금의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인지 사회 문제인지 일깨워주는 소설 <남쪽으로 튀어>인 것이다.

그 머나먼 남쪽 나라의 비밀의 섬으로 다시 튄 전설의 투사 '우에하라 이치로', 그가 바로 제대로 된 그 어떤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연인 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 지로는 그 섬에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며 한 뼘 성장한 것이다. 아무튼 '오쿠다 히데오'하면 이라부의 '공중그네'를 얼핏 떠올리게 되는데, 이 소설도 재미는 물론 때로는 숨은 진중한 맛에 우리네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그래서 깊어가는 이 늦가을, 부담없이 이 두 권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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