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2주
하녀 - 고전의 재창조
김기영 감독, 김진규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전 1960년에 나왔던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 내가 태어나기 한참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지금 2010년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하녀>때문에 다시 유명해지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작이 더 낫대.. 원작이 더 걸작이래.. 에이 그래도 50년전 작품인데 옛날 영화가 재미있겠어.. 대사도 이상하고 연기도 이상할꺼야.. 그런데, 원작은 지금보다 더 그로테스크하고 당시로써도 문제작이었대..' 등 이렇게 21세기형 '하녀'를 만나고서 나오는 원작에 대한 억측과 기대치가 난무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 봤다. 바로 김기영 감독의 원작 '하녀'를.. 결론적으로 말하면 21세기 임상수 감독의 <하녀>와는 분명히 틀린 맛이 있다. 원작 '하녀'는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하녀의 복수와 파국을 그렸다면.. 그에 비해 2010 하녀는 복수와 파국이 평이한 수준밖에 안된다. 원작이 좀더 파국적이자 그로테스크하게 그리며 극의 분위기를 이상하고도 기괴하게 연출하고 있음이다. 그것은 바로 2층 집 세트장이 주는 분위기도 한몫 했음인데.. 우선,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주인공인 그(김진규 분)는 아내(주증녀 분)와 다리가 불편한 딸, 그리고 아들(안성기 분)과 행복하게 살면서 방직공장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선생이자 작곡가이다. 또한 그는 방직공장의 여공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에 가정부(이은심 분)가 들어오고 집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는 아내 몰래 가정부와 불의의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가정부는 이상성격의 소유자로 그를 협박한다. 이렇게 한 지붕 아래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가정부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먼저, 이 영화는 50년이 흐르다보니 예전 배우를 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 엄앵란과 안성기.. 특히 엄앵란은 오드릿 햅번같은 스타일의 머리와 개미허리를 자랑하며 당시 20대 초반의 아리따운 新여성의 이미지를.. 그리고, 국민 배우 안성기는 8,9살 시절 아역 연기로 여기 주인집 아들로 나오는데 완전 개구장이 모습.. 이런 주인집 남자 역은 '한국 남성의 미학'이라 불리우는 故 김진규氏가 맡았는데.. 지금봐도 지금의 정우성 못지않은 페이스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집에 하녀로 들어온 여자 분은 '이은심'이라는 여배우.. 잘 모르겠지만 얼추 보면 여배우 '정윤희'와 많이 닮아 보이는 페이스다. 암튼, 영화의 줄거리는 나름 평범하면서 행복한 중산층 가정에 이상한 분위기의 '하녀'가 들어오면서 겪는 한 가정의 파국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녀는 좀 특이하다. 2010년 전도연이 맡은 하녀와는 다르다. 전도연의 하녀도 바보 맹충이 같은 백치미가 있었지만 정신 상태는 큰 문제없이 발랐다. 

하지만 여기 원작의 하녀 이은심이 분연한 하녀는 백치미도 있지만 정신 상태가 바르지 않고 정신 분열증 환자처럼 행동한다. 쥐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때려잡으며 쥐약에 항상 관심을 보이고 급기야 쥐약을 타서 두 목숨을 앗아갔고, 그녀는 자신을 이 집에 소개해준 경희(엄앵란)마저 주인집 남자의 사랑을 받으려하자 질투의 대상으로 변질시켜 그녀의 목숨까지 빼앗으려 한다.(위의 그림) 

또한 나중에 하녀는 주인집 마님(주증녀)가 아이를 낳고 자신의 임신 사실도 알려지고 나서는 아주 대놓고 주객이 전도된 마님 흉내를 내며 이 집안을 공포로 만들어 간다. 그러면서 주인집 남자에게 말한다. "여보 오늘은 내방에서 자요.." 정말 무서운 여자가 아닐 수 없으니 전도연의 하녀와는 급이 틀리다. ㅎ 그런데도 이 가족은 이 하녀를 어떻게 막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이를 지켜만 보고 있다. 분명 어불성설같지만 그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일관한 연출의 장치인 셈이다.

그런 장치의 힘은 당시 김기영 감독이 이층집 세트를 직접 지어 모든 제작 상황을 통제하고 연출하면서.. 촬영, 조명등 당대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룩(look)'과 적시적소에 괴기스런 음향효과와 김진규, 이은심, 주증녀, 엄앵란 등 성격파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과 안성기, 이유리등 아역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도 제공했음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하녀'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하녀'를 중점으로 그녀가 펼쳐낸 일그러진 미친 욕망에 숨겨진 복수와 파국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 물론 50년전에 작품인지라 비주얼이나 대사처리등이 지금과는 틀리게 세련되지 못하지만서도.. 분명, 이런 세련됨을 배제하고도 남을 법한 이야기 전개와 구조는 지금봐도 손색이 없는 영화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 본다. 

그것은 바로 2010년 하녀가 '에로틱 서스펜스'라는 장르를 내걸고 정작 중요했던 서스펜스를 못보여주며 에로틱만을 남긴채 하녀 '은이'의 밋밋한 욕망의 복수로 끝났다면.. 원작 '하녀'는 비록 에로틱은 없지만 또한 서스펜스적 긴장감도 다소 부족해 보였지만 당시 영화가 보여줄려는 비주얼은.. 분명 지금의 하녀와는 다르게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일관하며 복수라는 응징에 감춰어진 일그러진 욕망의 덫과 함께 한 가족을 파국으로 그려낸 문제작임에는 틀림없다. 더군다나 마지막에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계도적 멘트로 마무리한 점도 눈에 띈다.

암튼, 지금으로부터 50년전 1960년 하녀를 보고서 원작을 뛰어넘겠다는 의지의 발현보다는 새로운 하녀의 고전을 만들어낸 임상수 감독의 2010년 '하녀'는.. 결과적으로 결국 故 김기영 감독의 원작 '하녀'의 아우라만 더 빛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반문해 보고 싶다. 그것은 바로 밋밋한 하녀가 아닌 제대로 된 하녀의 미친 욕망을 옛날 영화임에도 잘 그려냈기에 받는 걸작의 찬사이자.. 이것이 바로 원작의 제대로 된 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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