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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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이 있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지만 정작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없어진 후에야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는 말이다. 니시카오 미와의 '아주 긴 변명'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인해 아내를 잃어버린 두 남자를 통해 삶과 죽음, 가족,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캐워주는 이야기가 섬세하고 담백하게 담겨진 이야기가 잔잔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다.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나'라는 인물은 아버지가 너무나 좋아하는 야구선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대학시절 친구이며 미용사인 나쓰코를 만나 그녀의 전폭적인 신뢰하에 작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쓰무라 케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작가가 된다. 허나 그에게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지고 남편을 위해 성심을 다하는 현모양처인 나쓰코에게 의지하며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불륜에 빠져 있다. 나쓰코가 절친인 유키와 떠난 여행길에서 버스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그는 유키의 남편과 아들과 딸을 만나 그들과 어울리면서 남편과 아내, 자식이 가진 의미를 돌아보고 나쓰코가 유키의 가족과 함께하며 자신이 미처 몰랐던 모습들을 만나며 자신이 아내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유키의 남편 요이치는 트럭을 운전하며 9살 연하의 남편으로 자식보다는 항상 아내 유키가 우선시 되는 남자다. 아내가 떠나고 가족의 틈이 벌어져 흔들리지만 그 틈을 나쓰코의 남편 쓰무라가 일정부분 채워주지만 그가 제 자리로 돌아가면서 가족이 위기를 맞는다.


이게 뭐야 하는 반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떠난 빈자리를 가진 남자들이 가진 내면의 생각들이 담백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제자리에 존재하는 존재의 소중함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통해 소중한 사람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아주 긴 변명'... 책을 다 읽고나니 제목이 가진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악의는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다소 이기적인 마음이 조금 얄밉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아내에게 당당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서 오는 자격지심임을 알기에 안타깝게 느껴진다. 올해 영화로 개봉된다는데 표지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인상적 내용이라 개봉한다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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