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사랑과 이별, 청춘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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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한숨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연락 오는 제자들 중에는 노량진 고시원에 자유를 저당 잡힌 채 시험 합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 별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젊은이들은 취업을 준비하며 철이 들어가고 있다.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이 다른 것처럼 제 빛깔과 향기로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힘을 얻는 일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지혜를 반영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은 사치스러운 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스무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의 시 읽기는 사랑과 이별을 담은 청춘의 시 서른 편을 해석하여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준다.

   

   신경림 시인의 작품이 수능 언어 영역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정마저도 접어야 하는 젊은이의 고통스런 삶을 통해 소외된 삶을 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이들에 대한 연대 의식과 유대감을 보여주었다. 물질적 결핍이 일상의 소소한 감정까지 외면하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가난한 이들끼리 연대하여 힘을 보탤 때 가난을 넘어설 수 있는 신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였다. 불가피한 실연이더라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어긋난 사랑으로 상심하며 지내는 이들이 많다. 시간이 약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는 피멍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상대를 등지고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은 처연하다. 끝난 사랑은 떠나고 홀로 남은 자에게 끝내지 못한 대상을 향한 그리움을 담고 있어 애틋함은 더하다. 상처는 나의 체질이라고 위로하는 시인의 시구는 다시 용기 내어 사랑할 수 있는 동기까지 앗아가 버릴 것 같아 안타깝다.

 

    혈기 왕성한 아이들과 생활하며 격세지감을 느낄 때마다 예전에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며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며 공감을 끌어내 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 급속도로 변화한 시대에 정주하는 대신 변화에 부응하는 언행으로 시대를 호흡하며 살아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밋밋한 일상에 젖어 몸에 익은 대로 행동하고 만다. 성년으로 자리하여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는 데는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할 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정을 거르고 쉽게 넘어가려 했던 적이 떠올라 괴란쩍기만 하다. 영속하는 시간 속에 젊음과 결별하듯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추억 속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전송하면서 / 살고 있네.’

   라고 노래한 마종기 시인의 연작시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발견하고 유한한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야 할 당위성을 찾는다.

  

   감각 없이 사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즐기는 시인은 시적 감수성으로 정서를 구체화하여 굳어진 가슴에 동력을 불어넣어준다. 부조리한 현실이지만 짓밟힌 풀들이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동적인 삶을 구가하는 자기 갱신을 담은 김수영 시인의 풀은 언제 봐도 희망적이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 토대 위에서 선택한 방법대로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는 열망을 형상화하는 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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