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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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순이 가까운 나이 지난시간을 돌아보며 인간관계를 선택하는 시간이 늘었다. 선택에 집중하기 위하여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하나씩 정리해 간다. 앞으로 전화할 일이 없는데다 만날 이유가 없는 이들을 추려내는 일이 잦아졌다. 고향 친구들 모임에서 만나 뜻 없는 인사를 나누고 행사 끝나고 나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이름부터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전화해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전화해 괴롭히는 동기가 있어 관계를 정리한 적이 있다. 굳이 이 사람을 만나 소통하며 살 필요가 있냐는 회의가 들어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지웠다. 가짜 관계인 사람부터 정리한 뒤 진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바람이 바람 넣은 풍선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고독을 즐기면서도 늙어 감을 수용하고 서로의 불편함을 채우며 두터운 정을 쌓아갈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대면하는 시간 속에 서로를 비추며 의미 지향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는 것은 그동안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피로다가 커졌기 때문이리라........진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자리에 없는 제삼자에 대한 이야깃거리보다는 우리에 관한 실질적인 대화를 나눈다. 남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정서를 공유하며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지 의견을 나누며 공감을 확장한다. 상대가 말하지 않은 부분을 가늠하고는 지금 마음 상태가 안 좋다면 어떤 상황에서 연유한 것인지 물으며 공감을 키우는 대화로 서로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상대를 배려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도 잘 지내려 애쓰다 보니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은 너덜너덜해졌고,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싫어도 내색하지 않고 지내느라 고단한 시간이었다.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한 채 지난 일에 발목이 잡혀 이 시간에 충실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경험에 학습의 힘이 더해지면서 자신을 관리하며 살아갈 에너지를 비축하기에 이르렀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이를 진단하여 바로 잡을 역량이 늘어나 자신 관련 콘텐츠를 가꾸며 살기 위하여 자기 비하의 늪에서 헤어 나올 배짱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외상을 경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외상을 겪고 이를 치유하며 살아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사회생활을 끝내는 날까지 인간관계의 갈등은 도처에 복병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빚을 갚느라 지친 연예인의 빚투 사연이 공개될 때마다 부모 봉양이라는 명목으로 자식을 볼모로 삼는 가정의 엇갈린 자식 사랑의 단면을 읽게 된다. 부모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을 돌보는 일은 당연하지만 성인인 자식의 경제적 능력에 기대어 부모의 욕망을 실현하는 일은 잘못된 관념에 기인한다. 마음에는 없어도 측은한 마음에 부모의 빚을 갚다보면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 때 서운함을 크게 토로하게 되므로 잘못된 방법의 봉양은 거둬들여야 한다. 기브 앤 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관계는 주기만 하는 이를 지치게 만든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타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 조정은 절실하다.

 

   의미 있는 타인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사랑을 할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같으면 좋으련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엇갈린 철길을 평행하게 달리게 될 때가 더 많다. 갖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면서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임을 서서히 알아차린다. 작위적으로 엮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어떤 일이 끝나고 나면 뿔뿔이 흩어져 헛헛함을 주는 가짜 관계에 속한다. 오롯한 정신으로 진짜 관계에 정성을 쏟으며 두터운 정을 회복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 나에게 편안함과 안식을 주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과 교류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그리 길지 않음을 적시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지적인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 인생은 풍성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진짜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 관계는 성장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서로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개인의 감정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관계를 지향하며 살아갈 때 진짜 관계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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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운 게 뭔데? 창비청소년문고 43
저스틴 밸도니 지음, 이강룡 옮김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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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돼, **떨어진다.’

   는 말을 서슴지 않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오빠가 밥상이라도 들고 부엌으로 가서 주섬주섬 그릇을 개수대에 담을라치면 역정을 내며 여자기 몇이나 되는데 장손에게 부엌일을 시키느냐고 항변했다. 세 살 아래인 맏딸인 나는 속으로 그럼 남자는 밥 먹고 밥상머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는 게 옳다는 말인지 푸념하며 세제를 풀어 그릇을 씻는다. 때로는 설거지할 때 큰소리가 난다고 야단을 맞을 때도 있어 적잖이 억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산업화가 한창인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이 밀려드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성 중심의 특권 의식은 곳곳에 자리한다.

 

   모름지기 남자는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분석적 지능이 뛰어나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어야하며,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말을 따라야 한다는 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남자다움’ ‘남성성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양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호 발전하는 관계 형성을 지향한다. 남성성이란 규칙이나 규범이 아니라 세대를 거듭하면서 전해져 내려온 메시지에 지나지 않음을 역설한다. 더 나아가서는 남성적아거나 여성적이라는 이분법적인 범주로 나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받을 때 가치 있음을 확언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몸이 느끼고 행동하려는 대로 움직이며 반응할 때 인간성 회복은 서서히 일어날 것이다.

 

   남성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두려움을 인정하자는 요구를 묵살하고 무모한 일이라도 용기 있게 도전할 때 남자는 남자다워진다고 말한다. 남자라면 자신의 감정과 필요와는 거리가 멀어도 용감하게 덤빌 줄 알아야 한다는 관습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굳어졌다. 최초의 사회라고 불리는 가정에서부터 남자다운 역할 수행을 위한 지침을 따르며 보여 주기 두려웠던 부분을 감추며 가식적으로 행동하여 왔던 지난시절을 돌아보며 저자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길을 열기 위하여 실천하였다. 여자애 같다는 말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용기 있게 의사를 표현하는 훈련을 해나갈 때 고착화된 남성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이 2014년 신어로 선정한 뇌색남은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고 정의 내렸다. 남자는 똑똑해야 한다는 말에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능력자 이면에는 분석적 지능 못지않게 실용적 지능, 감성 지능 등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물음을 던진다. 모든 측면에서 뛰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각자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 속에 자존감을 키워나가면 더 좋을 것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시청자의 구미에 맞는 연기로 이름을 알려온 과거를 돌아보며 정체성을 찾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점이 눈에 띈다. 육체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는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할 줄 알고,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등을 실천하며 남성성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사회가 후천적으로 만든 성정체성인 남자다움이나 여지다움의 젠더적 성향의 궤도를 수정하여 신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남녀 서로 온전한 인간으로 바라봐야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낼 수 있다. 생활에 편한 혜택을 누리는 특권이 몸에 배여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혜택만 누린다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어도 타인이 상처를 입었다면 이를 인정하는 걸음부터 뗄 수 있어야 한다. 이중 잣대를 대며 사느라 놓친 부분은 회한으로 남는다. 좋은 일만 있는 인생이 아니기에 슬픔과 과절, 기쁨과 성취 등의 경험이 어우러질 때 우리 삶은 더 풍성해진다. 보이즈 클럽은 없고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 감정을 나누는 남자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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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홍콩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로 만든 홍콩 여행 가이드 총정리,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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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떠난 도시,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찾고 싶은 공간, 코로나19 이후 떠나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려는 몸짓은 여행서적을 읽게 한다. 용기가 없어 혼자 떠나기는 두렵고 여행 상품대로 움직이는 여행의 단점을 피하고 싶을 때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으로 인도와 네팔을 다녀왔다. 인도 북부를 여행하기 전 론리 플래닛의 인도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사서 읽었고, 책을 분권하여 필요한 지역의 정보가 담긴 부분을 배낭에 넣고 짐을 꾸리던 시간이 떠오른다.


   에이든의 홍콩 여행지도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자유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도라는 생각이 든다. 가벼우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세밀하게 담은 지도라니 상자를 열고 들여다보니 취향대로 움직이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돕는 홍콩 여행 지도이다. 홍콩 전체 여행 지도를 모두로 구룡반도, 란타우섬,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랜드, 침사추이, 셩완&센트럴 등을 지도에 조밀하게 담았다. 간편 지도에서부터 구체적인 명소까지 곁들인 상세 지도가 함께 실려 있어 큰 그림을 그린 뒤 찾고 싶은 곳을 찾는 데에도 유익한 에이든 홍콩 지도이다.

 

   원하는 품목을 쇼핑하기에 적합한 홍콩답게 지역의 명품 매장까지 담아 사려다 미뤘던 상품을 찾기에 그만인 지도이다. 체크 리스트에서는 홍콩에 갔다면 해야 할 목록을 담아 체크하며 메모하는 여행이 가능한 에이든 트래블 노트는 아날로그 감성을 톺아보게 한다. 나른해지기 십상인 오후 세 시에는 애프터눈티 세트를 가까이 두고 휴식을 취하며 홍콩의 야경을 즐길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하여 차 한 잔과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고 싶다.


   한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 선풍적으로 읽히던 때가 있었다. 지구본을 책상 위에 두고 세계 여행을 꿈꾸었다는 여행자의 말은 가슴 뛸 때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벼운 지도 한 장을 들고 홍콩으로 향하는 마음을 끌어당긴다. 먼저, 피크트램을 타고 센트럴에서 피크 타워까지 올라 마천루를 보는 경이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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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인생의 본질을 외면한 채 겉치레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반문할 때가 있다. 값진 내용보다는 형식에 편중되어 가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마음은 가지 않지만 조직의 원만한 운영을 위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능을 중시하며 살아온 시간이 회한으로 남는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미라 싫어도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고는 후회할 때가 왕왕 있었다. 타인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이해와 아량으로 넘기다 이제부터는 호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연고주의와 유교 중심의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폐쇄적 구조는 나이와 성별에 따른 기능과 역할을 중시한다. 결혼한 배우자에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시가에 의무를 강요하다 이혼 당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효자도 결혼하면 효자 흉내를 내는 남편 때문에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기 힘들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셀프 효도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닌 듯하다. 상대의 마음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하는 이들은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함께 사는 이에게 고통을 전가한다.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가 성격 차이로 갈라선다는 말 이면에 감춰진 비밀은 우리라는 대명사가 빠져 있음을 드러낸다.


   너와 나 사이에 진정한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은 일인칭인 나를 쓰기보다는 3인칭인 우리를 많이 사용한다. 고마움을 바탕으로 한 우리는 과거현재미래에도 함께하는 뜻을 더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우리라는 소속감을 안고 서로를 배려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가운데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발산할 때, 진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실존적 외상을 입었더라도 의미 있는 타인과 긍정적인 경험을 누적할수록, 내 삶의 부정적인 요소는 줄어들어 회복탄력성을 더한다.


    나와 결이 같은 사람들만 만나 살 수 있으면 별 무리가 없을 수 있지만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결이 달라 정신의 공명이 이뤄지지 않는 사람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자식이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며 효에 대한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 역시 20대에 혼자 된 어머니가 오누이를 다른 데 보내지 않고 키워준 은혜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이제 여든인 어머니가 점점 노쇠하여 지팡이 없이는 거동조차 힘든 상황이 안쓰러워 연민의 감정을 앞세웠던 적이 많았는데 자신을 옭아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인간관계의 주고받음이 균형을 잃으면 어느 순간 주는 쪽부터 지치게 된다. 직장에서 소모임을 하는 경우 입만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땡전 한 푼 안 쓰면서 남이 사는 모임에는 꼭 참석하여 음식을 먹고는 이내 자리를 뜬다. 고마움을 모르고 은혜를 입고도 베풀 줄 모르는 사람과는 더 이상 인연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봐주고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주고받음의 균형은 잡혀야 한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감정노동자로 고객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때가 많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상식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생각이 없는 자아 비동조적인 태도를 지닌다. 사람 뜯어 고쳐 쓰는 것 아니지 않느냐는 민원인의 말을 듣고 생각한다. 타인을 뜯어 고쳐 쓰지 못하면 자신을 고쳐 쓰면 될 것을 대부분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 대로 생각하며 지낸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인식의 틀인 세계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적극적으로 당당히 드러내 타인과 세상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서사를 쓰기 위하여 나의 삶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명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양가감정을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조정하려 든다면 과감하게 관계를 끊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중시하며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에 집중하여 성취의 기쁨을 더할 필요가 있다. 주변인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진짜 관계에 집중할 때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공명하는 시간을 이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잘해줘도당신곁에남지않는다#전미경#가제본#진짜관계#서로의성장을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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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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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를 거듭할수록 물리적 공간 이동에 따른 만남의 유형은 다양해진다. 스쳐 지나는 일회성 만남에서부터 만남의 서사를 이루는 특별함이 시공간의 궤를 함께하는 인연이 있다. 와타나베는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막 착륙한 비행기 안에서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자신을 꼭 기억해 달라고 갈구한 여인,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는 운명 속 여인을 불러낸다. 죽음으로 현세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나오코에 대한 기억을 가슴속에 쟁여 빗장을 채우고 살아갈 뿐이라고 스스로 달래며 지냈지만, 선율을 타고 넘나드는 사랑의 추억을 사장한 채 지낼 수는 없었다.

와타나베는 고등학교 시절 나오코를 만났다. 길 위를 나란히 함께 걷던 나오코는 들판의 우물 이야기를 와타나베에게 전하며 초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원의 힘을 믿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갑자기 없어질 정도로 몹시 깊은 우물 이야기로 나오코는 죽음과 동행하는 시간 선택을 예비한 것처럼 언제까지고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와타나베에게 당부하였다. 생사 필멸의 이치를 채 깨닫기 전에 가까이 지내던 이를 예고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슬픔의 심연으로 이끈다. 죽음은 삶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이지만 준비 없는 이별은 걸음을 잘못 떼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육신을 가둔다. 삶 속에 동행하며 잠겨 있는 죽음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의 골을 깊게 한다. 잊히지 않을 기억을 끌어안고 사는 일은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할 몫을 해결하며 생존케 한다.

와타나베는 고등학교 시절, 막역한 친구 기즈키, 그의 여자 친구 나오코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기즈키는 와타나베와의 당구 경기에서 승리한 후 아무런 신호 없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죽은 자는 삶이 멈춘 때로 남지만, 소통하며 우정을 쌓던 기즈키를 잃어버린 와타나베는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열아홉 살 와타나베는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이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슬픈 기억이 불에 탄 잔상으로 얼룩얼룩한 고향을 떠나 도쿄의 한 사립 대학에 진학했다. 나오코 역시 도쿄로 올라와 둘은 기즈키를 잃은 슬픔을 공유하며 일상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기즈키의 죽음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한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육체적 관계를 맺었고, 말도 없이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춘 나오코는 요양원에서 와타나베에게 편지를 부쳤다. 나오코가 있는 곳을 알게 된 뒤 와타나베는 그녀와의 만남을 재개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가 기거하는 요양원으로 그녀를 찾아 일상을 나누고 생각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고 그녀가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어떤 징후를 보이지 않고 유언도 없이 자살한 열일곱 언니의 마지막을 덤덤히 말하고 있지만 서늘한 죽음의 이면에 자리한 불안은 그녀를 감싸고 휘돌아 마음의 병을 돋우었다. 나오코와 함께 생활 중인 레이코는 성숙한 어른으로 유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요양원 생활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레이코는 클래식 음악을 기타로 연주하며 자기 삶을 치유하며 나오코의 동행인으로 요양원 생활의 만족도가 컸다. 셋이 요양원 뒷산을 오르며 함께 나눈 이야기는 각자 지닌 삶의 무게를 감내하며 외부 생활과는 단절되었지만, 요양원에서 생활인으로 안착하며 지내는 삶에 공감했다.

20대의 초입에 선 와타나베는 여성의 신체가 내뿜는 아름다움에 끌리기도 하면서 본능대로 움직이며 욕망을 충족하는 생활과는 거리를 두려 애쓰는 편이었다. 그는 군중 심리에 휩쓸려 술자리에서 만난 여자와 잠을 잘 때도 있었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애썼다. 와타나베의 도쿄 생활에 변화를 일으킨 미도리는 나오코와는 달리 생기발랄한 20대로 역동적이다. 둘은 같이 듣는 수업으로 자연스레 어울리며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며 설익은 스무 살을 살아간다. 말하기보다는 쓰기를 좋아하는 와타나베는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며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문장으로 공유한다. 자신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편지에 썼고, 나오코의 편지 답신을 기다리며 평범하지 않은 세계를 접하며 사람 사는 어느 곳이든 개인의 역사를 새롭게 써간 사실을 확인하였다.

개학하여 학교로 돌아온 와타나베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나오코를 향한 마음은 커갔다. 그는 들어가서 요양하는 것보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길이 쉽지 않은 공간에 떨어져 있는 그녀에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하였다. 학교에서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가끔은 야한 영화를 함께 보던 미도리가 학교 수업에 빠지는 날이 잦아졌다. 연유를 몰라 답답해하던 찰나 뇌종양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한 사정을 알고, 간병하는 그녀를 잠깐 쉬게 하려고 와타나베는 간병인을 자처하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녀의 아버지는 점점 죽음으로 향하더니 종국에는 한 줌의 재로 화하였다.

아버지를 여읜 자매는 가족이 함께 살던 공간을 정리하고 자매가 함께 살 거처를 마련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 미도리는 조금씩 평정을 찾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축적될수록 와타나베가 그녀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으나 그는 여전히 나오코를 사랑하였다. 하지만 사랑의 화살은 과녁을 빗나가 나오코의 병세를 악화시켜 전문의의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절망적인 현실에 위축된 그는 방황하며 미도리에게 심경을 토로하였다. 한편, 와타나베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미도리는 외모에 변화를 주었지만 그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에게 실망하여 소통을 단절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저녁 나오코가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을 하였다는 비보를 듣고 와타나베는 길 위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길 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낸 한 달 여행은 와타나베의 마음을 잡아주지 못하였고, 나오코의 죽음에서 촉발된 충격을 덜어 주지도 못했다. 길 위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살던 집과 학교로 돌아왔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좋아하던 남자친구의 느닷없는 죽음으로 허무의식은 더했을 테고, 어린 시절 영민한 언니의 자살을 목도한 나오코 곁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던 듯하다. 죽음과 동행하는 삶이 현세적 시간이라면 생을 마감하는 날이 살아가는 날과 함께하게 될 터이다. 절박함으로 자신의 능력을 연마하는 노력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피력하며 성취를 보인 나와사키는 반듯하면서도 모범적인 하쓰미와 교제를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며 여러 여자를 전전한다. 몸을 헤프게 쓰는 나와사키인 줄 알면서도 그의 곁을 쉽게 떠나지 않던 하쓰미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지만 결혼 생활을 잇지 않고 목숨을 끊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와타나베는 만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동성애자인 영특한 소녀와의 만남에서 금단의 영역이 새롭게 눈을 뜨고 성적 에로티시즘을 맛본 레이코의 고백은 생경하면서도 여러 유형의 성적 사랑을 보여준다. 기괴한 장소에서의 성적 유희, 금기시하던 사랑의 일면을 여러 차례 보이며 삶과 죽음의 길 위에서 사랑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발아할 환경이 조성됨을 확인한다.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던 사랑이 돌고 돌아 마침내 함께하게 되는 교점에서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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