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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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 내 싦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내 삶 전체가 부정당하게 되면 그땐 어떻게 해야하나? 반성해야할까, 아니면 모른척하거 나를 합리화하며 그 삶을 지속해야할까? 그런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사실, ‘전환점‘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내가 그런 순간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돌이켜 볼 때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날 그런 상황들을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들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와 켄턴 양의 관계에서 엉뚱한 것들을 솎아 낼 수 있는 날이, 달이, 해가, 끝없이 남아 있는 줄만 알았다. 이런저런 오해의 결과를 바로잡을 기회는 앞으로도 무한히 많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모든 꿈을 영원히 흩어 놓으리라고 생각할 근거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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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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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서 직접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정부가 만든 뉴스의 거짓 정보를 지적하면 외려 공산전체주의분자라는 말을 듣는 시대를 살고 있다. 비록 출간된지 오래나 지금 한국의 오늘을 이해하는데 가장 필요한 책!!‘

결국 탈진실 시대에 대한 가슴 아픈 진단과 가짜 뉴스의 부정성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 상존했던 ‘진실‘과 ‘진짜 뉴스‘로부터의 이탈이기보다, 익숙한 것의 반복과 재생산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가 새롭고 낯설다고 느끼는 무언가는 그저 우리 앞에 짧게만 그것도 다분히 상상적으로 지속됐던 근대적 저널리즘의 한 국면과의 차별성일 뿐이지, 인간의 역사 전체로 보면 오히려 정상적인 것의 연장 혹은 일상적 상태로의 필연적 귀환일지도 모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아마추어적 가짜 뉴스에 전통 매체의 뉴스가 반드시 더 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터이며,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유언비어와 음모론을 하나의 ‘대안 현실‘로서 수용하거나 때론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찾아 나서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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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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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음악이다. 잔잔하게 흘러 당신 너머로 치닫는다. 눈을 감아도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 이 강렬한 첫 세 문단은 당신의 표피를 뚫고 진피에까지 스밀 것이다. 그러니 이 치명적인 글을 시작하지 말 것.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울 속에 매일 아침 다른 얼굴이 비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마와 뺨의 피부는 매 순간 그 아래에서 흐르는 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늪의 진창과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인간의 움직임처럼 변한다.
거울 옆에 있는 액자에는 내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나는 거울 속 모습과 사진 속 모습을 비교하는 것으로 매일 일과를 시작하고 이 차이를 화장으로 고친다.
사진의 신선한 느낌과 비교해 보면 거울 석 내 모습은 핏기가 없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그래서 거울의 액자 틀은 내게 관의 틀을 연상시킨다. 촛불의 불벷 아래에서 나는 내 몸의 비늘을 발견한다. 작은 풍뎅이 날개보다 더 작은 비늘이 피부를 뒤덮고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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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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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00년부터 2007년까지 살인율과 자살률의 증감 통계와 특정 정당과의 상관 관계를 파헤친다. 결론은 공화당이 집권하는 기간 동안은 살인율과 자살률이 늘었고, 민주당이 집권할 때는 살인률과 자살률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화당은 수직적 사고를 바탕으로 약자, 무능력자를 경멸하기 때문에 수치심이 올라가고, 그 수치심은 자신을 공격하여 자살에 이러거나, 타인을 공격하여 살인에 이러게 된다고 본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평등적 사고로 약자를 보호하고, 연대하며 인간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에 자살/살해율이 내려간다고 본다.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실업율이 높고, 총기 소유가 자유로우며, 사형제도를 실행하고, 아동 체벌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것이다. 실업률과 폭력 사이의 인과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저자는 실업률이 높으면 수치심이 커지고 그러면 그것이 폭력 또는 자살을 낳는다고 본다.

이 책을 쓰면서 내가 가장 놀란 것은 폭력 치사 발생률은 미로밖으로 이어지는 실과 같아서 그 실을 따라가면서 공화당 정부와민주당 정부가 추구한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 수치심과 죄의식의심리, 실업이나 사회·경제적 열등감과 수치의 연관성, 적색 주와 청색 주로 양극화된 미국 정치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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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 개정판
미셸 푸코 지음, 김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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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와 상사, 원본과 시뮬라크르, 모던과 포스트 모던, 진리 찾기와 개임 혹은 놀이… 이 부분은 이러한 대립항들을 사유케 하여 현대는 탄생한다. 의미는 해체되고 사회는 삶을 이반하고 인간은 새롭게 태어난다.

유사에는 ‘주인‘이 있다. 근원이 되는 요소가 그것으로서, 그로부터 출발하여 연속적으로 복제가 가능하게 되는데, 그 사본들은 근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점점 약화됨으로써, 그 근원 요소를 중심으로 질서가 세워지고 위계화된다. 유사하다는 것은 지시하고 분류하는 제1의 참조물을 전제로 한다. 반면 비슷하다는 것은 시작도 끝도 없고,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있으며, 어떤 서열에도 복종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면서 퍼져 나가는 계열선을 따라 전개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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