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김경주 지음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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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극 대본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연극의 대본은 아니다. 나로서는 생소한 시극(詩劇)이라는 장르의 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인이기에 시의 기법을 통해 극화해 놓은 것 정도로 이해한다.

 

이 책의 제목은 길다. 그리고, 처연하게 아름답다.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안타깝도록 애처롭다.

이 제목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東邪西毒)’에 나오는 대사를 차용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썩 밝지 못하고 우울한 색감을 하고 있다.

막 비가 올 것 같이 먹구름이 잔뜩 흐린 하늘처럼 우충중하다. 이는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나 폐기된 해수욕장이나 녹이 슨 미끄럼틀과 해변의 쓰레기들과 같은 무대 장치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가 온통 회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극에 등장하는 사람은 네 사람이다. 이 네 사람이 과거-현재-미래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60대의 파출소 직원, 40대 의 김씨, 7세와 30대의사내, 그리고 김 씨의 필리핀 아내가 등장하여 전편을 이끌어 간다.

 

그러나, 이 네 사람은 따지고 보면, 한 사람도 정상적이거나 제대로 된 사람들이 아니다.

파출소 직원은 아내와 아이를 잃고 거의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 왔다. 그리고, 김씨는 무릎 밑으로 다리가 없어서 항상 타이어를 대고 땅을 기어 다니며 앵벌이로 살아가고 있다.

 

7세와 30대의 나이로 소개되고 있는 사내는 주로 활동공간이 무덤이다.

김씨의 필리핀 아내는 실제로 살아서 나타나지는 않고 극중에 김씨 집 눈을 치우는 역에 잠깐 등장한다. 이렇게 네 사람의 그림을 그려 보면, 이 그림 역시 어두운 색깔의 그림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의 내용은 시적인 메타포어로 되어 있어서 함축미와 상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하반신을 제대로 쓸 수가 없는 김씨는 땅을 기어 다니는 자신을 지느러미로 물 속을 헤엄치는 고기로 표현하고 또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평론가 허희씨는 이 책의 해설에서 김씨는 하늘에서 날개를 잃고 떨어진 천사로 의미부여를 해 주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는 상반신만 남은 인간이 되었다(152P)’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파출소 직원은 김씨의 무릎에 누워 세상을 김씨의 시선과 같은 높이의 세상을 본다. 결국, 두 사람의 세상을 보는 시선은 일치한다.

 

아마 작가는 우리가 정상인이든지 장애를 입은 사람이든지 사람이라는 생명과 삶의 가치는 차등이 없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본다. 작가는 김씨의 입을 빌려, ‘사랑은 이불 속에서 지느러미를 부비며 노는 거라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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