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있는 알라딘 서점에 몇 번 들린 이후로 중고서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뀐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기존 일반 중고서점들도 나름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도서 중고시장도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된 것같다는 생각이다.

 

나의 경우는 교육분야에 대한 책을 주로 구입하는데,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에서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얼마되지 않았다. 일을 위해서 어차피 구입해야 하는 책들은 당연히 온라인에서 구입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책방의 서가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책을 찾을 때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을 거의 종로구에서 보낸 나는 가까운 청계전 헌책방을 정말 즐겨 다녔다. 몇 곳의 단골 책방도 만들어서 좁은 책방에 쭈구리고 앉아 이 책 저책 뒤지다가 쌓아놓았던 책들을 무너트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한번은 누런 종이에 인쇄된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같은 책을 그 자리에서 모두 읽고 뿌듯한 마음에 주말 오후에 그 헌 책방에서 주인은 외출하고 내가 가게를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추억만으로는 살 수 없었다. 그러던중 알라딘 수원점에서 옛날의 추억을 살여 낼 수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서가와 계산대는 새책방에 온 듯한 느낌이었지만 쫘~악 진열된 책들 속에 들어간 순간 포근했던 추억이 되살아 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눈길을 뗄 수 없었던 한쪽 벽면의 '애서광 체크리스트'는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책을 고르는 기쁨을 만끽 하게 해주었다. 특히 '좋은 책을 사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난다'는 말을 내 페북에 올렸더니 페친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신나는 경험을 하면서 고른 책들은...

바로 이 책들...

특히 우리안의 파시즘은 나온지 벌써 10여년이 넘어서 예전에 읽어보려고 했다가 까맣게 잊었던 책인데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이 책을 찾아내고서는 바로 책의 저자이신 대전대 권혁범 교수님께 인사의 멘션을 날리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했다.

 

며칠 후...

이번에는 아예 작심하고 알라딘 수원점을 찾았다. 완전히 30년전의 헌책방 산책 모드로 변환하고 무려 다섯시간을 알라딘 수원점에서 책속의 산책을 했다.

신기하게도 오래된 책의 내음은 첨단 시설의 수원점이라고 하더라도 30년전과 똑같았다!

그리고...

16권을 한꺼번에 지르는 또 한번의 호사를 누리는데 드는 비용은 단돈 5만원!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러나 말이 된다.

알라딘 수원점에서는 말이 되더란 말이다.

 

알라딘이 참으로 큰 일을 했다.

나와 경기 남부지역에 사는 독자들에게 추억을 찾아주고 나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지식의 향연을 허락한 멋진 사업을 벌여준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세상 사는 맛 한가지를 더 찾아 낼 것이다.

 

한달에 지방에서 머무는 날이 더 많은 내게 수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설레는 길이 되었다.

알라딘 수원점에 어떤 책들이 들어와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길을 재촉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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