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현대자동차가 싫어합니다.

첫번째로 완독한 영어책.

분위기와 문체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그러나 소시민적인 권태와 은근히 잘 흔들리는 복잡미묘한 멘탈,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막연한 몽상, 그리고 남성 하드보일드 독자의 가장 큰 로망이라 할 팜므파탈과의 하룻밤이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 차별성.

한편으로 주인공의 직업을 살인청부업자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바꾸어도 주인공의 현실적인 고뇌와 고독은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는 점에서, 조금 다른 의미에서 하드보일드.

마지막 3페이지를 제외하면 암살자답지 않은, 냉혹함이 부족해보이는 주인공을 그려 애정을 쌓게 한 다음--예를 들어 자기가 죽거나 체포 당하면 자신의 우표 컬렉션을 팔아서 가지라고 동업자에게 미리 유언을 남긴다거나, 재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진심 어린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등등--아주 짧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동화속 토끼의 고난에 불안해하고 안전을 기원하던 주인공이 아무 망설임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주고 돌아온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개인줄 알고 다가가 쓰다듬으려 했는데 알고 보니 늑대

라서 철렁하며 뒷걸음질치는 느낌. 절묘한 거리 조절. 신파가 될 걱정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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