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토폴? 글쎄...잘 모르겠어요...". 톨스토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생소한 세바스토폴. 그러고 보면 톨스토이 중단편선 류의 책들 중에도 <세바스토폴 이야기>를 수록한 책은 드뭅니다.긴 중편 정도의 길이인 이 작품은 크림 전쟁 당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세바스토폴 요새에서 저항 중인 러시아군과의 공방전(1854~1855)을 다룬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톨스토이는 이 당시 포병장교로 직접 참전했기 때문에 전투 묘사가 매우 실감납니다.이 소설이 발표되자 알렉산드르 1세는 자신이 직접 읽고 감명받은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나중에 톨스토이는 반전평화주의자로 알려졌기 때문에 전제군주에게도  호소력이 있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는 사실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톨스토이가 참전한 경험을 소설화했다니까 어떤 사람들은 <전쟁과 평화>를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략한 때는 1812년이니까 톨스토이가 이때 참전했을 리는 없지요.그러고 보니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저항에 결국 물러나고 맙니다만, 크림전쟁 때는 다릅니다.결국 세바스토폴 공방전에서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 연합국의 포위전법에 패배하고 마니까요.그리고 세바스토폴을 빼앗긴 러시아는 흑해 일대에서 당분간 힘을 못쓰게 되고 맙니다.

 

  지금 세바스토폴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습니다만 워낙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곳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임대해서 군사기지로 쓰고 있습니다.우크라이나는 오랜 세월 동안 독립된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야 독립국가의 면모를 갖춘 지 이제 20여년이 지났습니다.하지만 세바스토폴이 있는 크림반도는 러시아인이 더 많습니다.그래서 제정러시아 때부터 러시아 왕족과 귀족들의 휴양지로 애용되었습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사 시간에 지나가듯 살짝 배우는 얄타회담이 열린 얄타도 세바스토폴 부근에 있지요.소치와 함께 대표적인 흑해 연안의 휴양지입니다.

 

  나폴레옹 전쟁과 크림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2차대전에서 독일군의 침입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냈듯이 서쪽에서 오는 침략자들에게 피해를 많이 봤습니다.그래서 그런지 냉전이 끝난 지금도 우크라이나나 벨로루시 같은 주변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이탈하려고 하면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우크라이나 서부는 1차대전 이전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 속했고 러시아보다는 중부유럽에 더 기울어진 성향을 보입니다.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중심지인 테르노폴리 역시 서부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하지만 지정학적인 복잡함 때문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역시 매우 다양한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내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차대전 당시 동유럽 및 소련 전역을 공부한 것이 계기입니다.러시아에 대한 저항의식에서 나치독일과 제휴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있었고, 이들 중에는 악명 높은 홀로코스트에 부역한 이들이 있었습니다.가끔 가다가 숨어있는 나치전범을 잡았다는 외신을 보면 우크라이나 출신들이 꽤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밀리터리 매니아들 중에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취하여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대부분이 2차대전 때 친나치였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하지만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도 워낙 다양한 분파가 있어서 유대인이면서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로 활약한 이들도 있습니다.그리고 2차대전 초기에는 나치와 손잡고 소련에 맞서 싸우다가 나치독일의 인종주의에 반감을 지니고 나중엔 나치독일에 맞서 싸운 이들도 꽤 많습니다.로맹 가리가 2차대전에 참가한 경험을 그린 <유럽의 교육>에도 나치독일에 맞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우크라이나 전사가 나오는 것도 그런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치 올림픽이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유혈충돌이 벌어져 시가지가 폐허가 되고 있었습니다.결국 반정부파가 수도를 장악하자 야누코비치가 달아난 곳이 러시아였음은 매우 상징적입니다.서구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서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파가 권력을 잡은 것입니다.우리나라 신문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이런 저런 기사들이 요 며칠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번에 새로 들어선 내각에 유대인들이 꽤 있는 것에 대한 키예프 시민들의 반응입니다."왜 이렇게 유대인이 많냐!"며 반발하는 이들과 "우크라이나 사람이면 됐지 왜 유대인이라는 걸 지적하느냐!"며 이에 맞서는 흐름이 눈에 띄더군요.

 

  동유럽의 반유대주의는 악명이 높습니다.흔히들 포그롬이 남긴 악명 때문에 러시아의 반유대주의에만 비난이 쏟아지는 경향이 많은데 그외에 발칸반도와 중부유럽(헝가리 폴란드) 그리고 우크라이나 일부에도 반유대주의 성향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이번에 새로 집권한 정파는 10년전 오렌지혁명으로 집권한 경험이 있지만 그때 당시 유센코 총리가 친나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일부를 국가적 영웅으로 언급한 적이 있어서 우울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푸틴의 대국주의와 친러파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행태가 전제적이라고 해서 서부 우크라이나에 기반을 둔 오렌지혁명파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입니다.자칫 민족주의의 열기를 타고 극우세력들이 득세할 우려도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냉전시대 소련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을 다룬 프레드릭 포사이드<악마의 선택>을 읽고 있습니다.포사이드는 반소반공 정신이 강하지만 실력있는 작가라서 이 소설에도 냉전시대 막바지의 복잡한 국제정세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아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속셈을 이처럼 자세하게 다룬 정치스릴러물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포사이드의 소설 중에는 냉전 시절 나온 좋은 작품이 꽤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자칼의 날>을 빼놓고는 번역본이 절판 상태입니다.이 소설에 나오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반유대주의자는 없고, 타타르족 출신이 한 명 나옵니다.이번에 러시아군이 장악한 크림반도에는 소수의 타타르족이 살고 있습니다만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더 글이 복잡해질 것 같아 이만 가름하지요.

 

***2차 대전 당시 우크라이나를 그린 소설

     아나톨리 쿠즈네초프 <바비 야르>. 바비 야르는 키에프 인근 계곡인데 이곳에서 유대인 학살이 일어남.이 소설은 나치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 초점을 두었다.현재는 구하기 힘들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모든 것이 밝혀졌다>. 2차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을 파헤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젊은이가 알아낸 진상은?  우크라이나 현대사를 알 수 있는 작품.젊은 작가의 최근작(2002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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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4-03-0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렇군요! 조너선씨 작품을 찾아봐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3-05 17:41   좋아요 0 | URL
영화로도 나왔다네요.

감은빛 2014-03-0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에 관심이 없어서 소치가 어딘지도 몰랐는데, 흑해 연안의 도시였군요.
덕분에 새로운 내용들을 알게 되었네요.
밑에 추천해주신 소설 2권은 메모해두었다가 다음에 찾아봐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3-05 17:43   좋아요 0 | URL
흑해 연안 도시들은 수많은 민족들이 모여 삽니다.소치에서 카프카즈 산맥 쪽으로 가면 그 유명한 체첸이 나오죠.

transient-guest 2014-03-06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화해서 단순하게만 볼 수 없을만큼 많은 요소들이 섞여 있는 것이군요. '바비 야르'는 못 찾았고 '모든 것이 밝혀졌다'와 포사이드의 소설 몇 권은 알라딘에서 검색이 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4-03-09 17:15   좋아요 0 | URL
바비 야르는 2차대전 중 일어난 유대인 학살 사건으로 유명하니 우선 그 항목으로 사건 자체에 관한 지식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transient-guest 2014-03-10 12:13   좋아요 0 | URL
예전에 DC에 있을때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유대인 학살사진을 본 기억이 있어요. 그때가지만 해도 유대인 박해는 나찌 독일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던 시절이라서 좀 충격이었죠.

노이에자이트 2014-03-10 18:37   좋아요 0 | URL
폴란드나 헝가리도 악명이 높죠.아우슈비츠가 괜히 폴란드에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음식만큼 민족이나 국적에 따라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우리가 맛있게 먹는 돼지고기는 이슬람권에서는 먹어선 안 되는 음식입니다.또 우리나라 사람은 뜨거운 국물을 좋아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국물은 식혀먹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자를 찌거나 구우면 뜨거울 때 호호 불어먹습니다.그래서 식은 감자는 식욕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영어권에서는 감자를 식혀 먹습니다.그래서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먹는 우리나라 사람은 그들의 눈으로 보면 신기하게 보이지요.이런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hot potato>의 번역어인 <뜨거운 감자>의 용법이 이상하게 되어버렸습니다.영한 사전을 보면 뜨거운 감자는 <난문제, 누구나 꺼리는 대상>이라고 쓰어있습니다.영어권에서는 감자를 뜨거울 때 먹지 않으니 뜨거운 감자는 기피 대상이고 그래서 이런 관용어가 생긴 것입니다.건드리면 다치거나 귀찮은 대상에 쓰이는 표현이지요.

 

  하지만 한국인들은 뜨거운 감자를 맛있다고 합니다. 요즘 기사를 보면 많은 이들의 화제가 되거나 쟁점이 되는 사안을 <뜨거운 감자>라고 하는데 이는 직역투 표현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이런 현상은 <뜨거운 감자=핫 이슈>라고 오해하는 데서 생긴 것입니다.하지만 위에서 보았다시피 <뜨거운 감자=기피할 만큼 어렵고 껄끄러운 대상>입니다.

 

  외국의 관용어 중에는 직역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일본에서 온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은 직역해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하지만 <뜨거운 감자> 같은 경우는 우리 처지에서는 직역하면 안 되는 표현입니다.우리는 뜨거운 감자를 잘 먹으니까요.이런 직역투 표현은 "나는 이런 외국어를 배웠다구~" 하면서 자랑하려는 심리에서 나왔지만 결국은 애초에 토착화가 불가능한 표현이죠.우리나라에서 손님에게 뜨거운 감자를 대접하는 것이 실례가 되는 새로운 관행이 생기기 전에는 말이죠.

 

  그러니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뜨거운 감자>니 <핫 이슈>니 하는, 외국에서 건너온 표현 말고 그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거나 <화젯거리가 되었다> 정도로도 얼마든지 전할 수 있으니까요.그리고 요즘은 휴대전화에도 사전검색 기능이 있으니 확인 좀 해보고 글을 쓰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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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2-1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뜨거운 감자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말씀을 살펴보니 확실히 번역어인데, 원문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네요.
'핫 이슈'는 증권가에서 인기있는 신주를 뜻하는 단어로군요.

노이에자이트 2014-02-20 16:3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번역어를 수용할 때엔 정확한 의미와 맥락을 알고 했으면 좋겠습니다.안 그러면 기존의 우리 표현을 쓰는 게 낫죠.

페크pek0501 2014-02-2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동의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2-21 16:55   좋아요 0 | URL
그런 것을 귀찮아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죠.

다크아이즈 2014-02-2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전 뜨거운 감자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피대상이란 의미였군요. 관심은 있는데 뜨거워서 못 먹는 걸로 이해했거든요.
제가 이해한 건 핫이슈란 말과도 약간 다를 것 같아요.
따라서 번역해서 들어온 관용구는 쓰임새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전부 지 멋대로 생각하는 경향? 낙타가 바늘 구멍 뚫는다, 도 그런 거지요?

노이에자이트 2014-02-23 22:19   좋아요 0 | URL
제대로 영어를 살피지 않은 사람들이 뭔가 아는 척하는 식으로 도입한 용법이라고 봅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운운은 성경해석에 관한 문제라서 영어관용구보다는 양해해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여하튼 영어관용구는 당장 사전만 들춰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중학교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알려주셨습니다."down은 동사가 아니여잉~ 알것냐? 그렁께 과거형이라고 해서 downed가 아니란 말이여~ d나 ed만 붙이면 다 과거인줄 안단 말이여...이 버꾸 같은 인간들이...". 그렇습니다."맞아서 쓰러지다"를 영역하면 수동태를 써서 "be knocked down" 이죠

 

   이 down이라는 단어하면 또 떠오르는 우리 표현이 있습니다.바로 '따라지'입니다.소설가 이호철 씨는 분단문제를 주로 소재로 다루는데 특히 '38 따라지'라는 단어를 즐겨 썼습니다.해방 후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인데 일종의 인생 낙오자,어렵게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나도 인제 완전히 따라지 인생이 되어버렸다"는 말은 희망이 안 보이는 생활을 한다는 의미지요.

 

  "down and out"이라는 단어는 특별히 영어를 모르더라도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다운되어 아웃되었다니 완전히 거덜났다는 뜻이지요.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따라지라든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인생이라고 해야겠습니다.조지 오웰이 쓴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의 따라지 인생이 바로 "down and out"이지요.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 덕분에 확산된 영어가 "loser"입니다.실은 이 단어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더 익숙한 영어로 "failure"가 있습니다만 이 단어는 외국어로 남아있고 아직은 외래어 자격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문법시간에 많이 배우잖아요."사람에도 쓰이고 사물에도 쓰인다잉~ 알았냐... 외우란 말이여잉~ 패배한 인생도,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모두 a failure란 말이여.관사 빼먹지 마라잉"하던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실패자 낙오자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는 딱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예시해보겠습니다.

 

  misfit---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dropout---낙오자 낙제자

 

  straggler---낙오자 패잔병

 

***재밌는 단어에 washed가 있습니다."전성기가 지난, 퇴물의" 의 뜻입니다."a washed actress"는 "한물간 여배우, 퇴물 여배우"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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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2-17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isfit은 social misfit이란 표현으로, dropout은 주로 school dropout처럼 학교중퇴에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straggler이란 단어는 처음 보네요.ㅎㅎ 저 위의 "down and out"을 보니 예전에 rap이 한국에 들어가던 시절에 가수 이현우의 "꿈"이란 노래의 도입부 rap이 생각나네요 "when I was down and out then you came into my life huh..."라고 기억하는데, 내가 완전이 거덜났을때 네가 나의 인생에 들어왔지 정도로 보면 될까요?ㅎㅎ 써놓고 나니 무척 우습네요.ㅎㅎ 그때 들을때엔 무척 멋지고 뭔가 있어보였었는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4-02-17 18:09   좋아요 0 | URL
예.맞습니다.

straggler는 어쩐지 발음을 해보면 비틀비틀하고 힘이 빠졌다는 느낌이 들어 재밌습니다.

오호...이현우의 랩에 그런 내용이 있었군요.실패하여 낙담하던 때에 한 여자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는 뜻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네요.

세실 2014-02-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알아두면 좋을 일상 영어도 알려주시는 친절한 노이에자이트님^^

노이에자이트 2014-02-18 14:07   좋아요 0 | URL
하하하...제가 친절하긴 하죠...

페크pek0501 2014-02-1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 washed actress는 한물간 여배우군요. wash가 들어가서 재밌네요.
그래서 한물 갔어, 라고 하나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4-02-18 14:08   좋아요 0 | URL
예.그래서 기본단어가 들어간 단어는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 시골길에서 버스를 타면 장날에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됩니다.그때는 버스도 택시 잡듯이 길가에서 손을 흔들면 멈추는 방식이었습니다.어느 날 버스 차창 너머 나이든 아줌마 한 분이 손을 들어 버스가 멈췄는데 강아지 세마리가 든 다라이를 들고 올라탔습니다.강아지는 아직 갓난애 티를 못벗어 정말 귀여웠습니다.나는 강아지 옆에 가서 앉아 보듬어봤는데 입에서 두달이 채 안된 강아지에게만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났습니다.그래서 더 귀여웠고요.강아지들은 서로 안기려고 꼬리를 흔들고...

 

  요즘에도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면 시골에는 닭이나 염소 들을 데리고 버스에 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시골 버스는 승객과 기사가 다 아는 사이가 많아 가축을 데리고 탄다고 얼굴 붉히는 일이 드물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래서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안 선다 운운"하며 비분강개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하지만 시골 버스에 동물 태우는 것이 우리나라 시골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양이나 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에서는 가축 떼가 도로를 막을 때도 있는데 운전자들은 그러려니 하고 기다려줍니다.산악지대를 운행하는 트럭에도 염소나 닭을 안고 가다가 강을 건널 때는 배에 옮겨 싣기도 합니다.

 

  도로 사정이 안 좋은 험산지대에는 작은 비행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당연히 비행기 안에 가축들을 싣고 갑니다.비행기가 조그맣고 문을 열 수 없으니 사람냄새 가축냄새가 뒤범벅이 됩니다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참고 가는 것이지요.

 

  비행기는 창문을 닫고 가니 동물이 튀어나갈 염려가 없지만 버스는 그렇지가 않습니다.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종종 닭이 탈출하여 승객들이 모두 내려 닭 잡느라 난리법석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닭이 탈출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난리법석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어떤 중년남자가 자루를 들고 시골 버스를 탔는데 자루를 느슨하게 해놓았는지 안에서 뱀장어 같은 것이 튀어나왔는데 알고 보니 뱀...그 중년남자는 땅꾼이었던 것입니다.땅꾼은 까치살모사 같은 맹독성 독사도 잡기 때문에 승객들은 혼비백산했지요.기사는 버스를 정지시키고 승객들은 대피하고 땅꾼은 서둘러 뱀들을 자루에 넣어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요즘은 뱀을 못잡게 하니 시골버스를 타더라도 뱀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겠지요.뱀장어인가 하다가 뱀인줄 안 그때 그 승객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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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근무의 즐거움중 하나가 장 구경입니다. 5일장이 서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옛날 핫도그를 설탕에 듬뿍 묻혀 먹으면서 다닙니다.
다라이, 우리는 다라라고 했는데 정겹네요.
뱀은 헐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게 뱀! 이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2-15 11:34   좋아요 0 | URL
특히 시골장에 나온 강아지나 아기염소 구경하는 재미가 좋더라고요.

다라이라는 단어가 일제잔재라고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하하...저는 뱀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요.
 

   얼마 전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한국 타이틀전이 두 개 열렸습니다.체육관에 링을 가설해서 진행되었지요. 라운드 걸이 다음 라운드를 알리는 판을 들고 한바퀴 도는 시간을 유심히 보았는데 라운드 숫자 밑에 '광천 김'이라고 쓰여 있어서 빙긋 웃었습니다.광천은 바닷가가 가까운데 예부터 김이 유명해서 전국으로 중계방송되는 기회에 라운드걸을 통해 홍보를 한 것이지요.또 시합이 끝나고 시상식을 하는데 마이크를 통해서 "승자에겐 홍성 한우를 드립니다"하고 울려퍼졌습니다.지방의 군 단위 지자체들 중에선 명칭이 비슷해서 타지역 사람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요.강원도엔 한우로 유명한 횡성이란 곳이 있는데 충남 홍성도 한우가 꽤 유명합니다.지방에서 벌어지는 씨름이나 복싱 경기엔 이런 식으로 특산물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전국 노래자랑과 비슷하지요.

 

  티브이 리모콘을 돌리다가 '아빠 어디가' 재방송이 나왔습니다.여름 같은데 화순 동복에서 찍었더군요.화순은 광주 광역시 인접 지역이라 광주 사람들이 여름에 물놀이 들놀이를 많이 갑니다.그곳에서 어린이들이 농작물을 따러 가는데 토란이 나오자 어린이들의 아버지인 김성주, 성동일 등 제씨 모두 토란이 뭐지? 했습니다.여기서는 많이 먹는데 아직 중부지방에선 그다지 지명도가 높은 농작물이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쇠고기 썰어서 국물 자박하게 해먹으면 맛있거든요.오리탕엔 토란 줄기를 넣어 먹기도 합니다. 호남지역이 맛의 고장이다 보니 호남지역 농수산물은 꽤 널리 알려졌지만 토란은 그 정도로 알려지지는 않았나 봅니다.

 

 토란을 처음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특유의 포근포근하고 미끌미끌한 식감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못먹지요.미끈거리는 것 못먹는 사람들 중에는 무화과를 못먹는 이도 있습니다.무화과는 전남 영암에서 대량재배하는데 잼으로 나온 것은 먹어도 과일 상태로는 못먹겠다고 하는 것이지요.생김새도 이상하다고 찡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당연히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토란이나 무화과를 다 잘 먹는 것은 아닙니다.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못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남 고흥은 유자를 많이 재배하는데 석류도 많이 납니다.라디오에 고흥군 금산면에 사는 어떤 이장님이 나와서 석류에 대해 문제를 내는데 문자메시지로 온 정답 중에 인삼이라고 보낸 사람이 꽤 있었다네요.석류와 인삼은 아무 관계도 없는데 왜 인삼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을까 했는데 금산이라는 지명 때문이었더군요.충남 금산군이 인삼으로 유명하니까요.분명히 고흥 금산이라고 했는데 지명에 약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 이런 오답이 나오는 것입니다.강원도 횡성과 충남 홍성을 구분하지 못하듯이.

 

  윗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물 중에 방아가 있습니다.잎파리를 데쳐 나물로 먹는데 이것도 특유의 향기가 있어서 못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식당에서는 초다짐(애피타이저의 순우리말)으로 방아잎을 전으로 부쳐 내놓기도 하는데 회식하러 함께 간 사람들 중에서도 못먹는 사람들이 있더군요.경상도 사람들도 방아잎을 먹는데 충청도부턴 안 먹는 것 같습니다.

 

  아...그리고 홍어...국내에선 흑산 홍어가 유명한데 의외의 지역에서도 홍어가 잡힙니다.바로 북한 가까운 서해 북단에 있는 대청도입니다.흑산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홍어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들도 대청도에서 홍어가 잡힌다는 사실을 모르더군요.당연히 호남 사람 중에도 홍어 못먹는 사람들 있습니다.항구도시 출신이면서 생선회 못먹는 사람이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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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0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란은 어릴 때부터 먹었어요. 육개장에 고사리 더불어 토란이 들어가거든요.
방아는 2년 전에나 먹어 봤어요. 같은 도역이라도 소지역마다 또 다른 게 음식문화더라구요.
같은 경상도라도 어디는 콩잎 절임이 웰빙 먹거리지만 어디는 그거 소나 먹는 건 줄 알고 있거든요. 어릴 땐 콩잎 존재를 몰랐는데 이사 간 뒤 그 맛을 알고 난 뒤 환장하도록 좋아하는 일인의 음식 관련 경험이에요.^^*
좋은 하루 보내시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2-06 14:18   좋아요 0 | URL
토란과 방아를 잡숴본 경험이 있으시군요.

우리나라 김치 종류가 정말 많죠.콩잎 김치도 그 중 하나일 겁니다.

좋은 하루입니다.

transient-guest 2014-02-0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어는 삭혀서 먹는 음식으로 유명한데, 정작 산지에서는 그렇게 먹지 않는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나네요. 예전에 친구 아들 돌잔치때 처음 보는 홍어를 수육인줄 알고 먹었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ㅎㅎ 홍어 삼탁은 제가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음식인데, 안내해 줄 사람이 없네요.ㅎ

노이에자이트 2014-02-06 14:16   좋아요 0 | URL
예전 교통이 불편할 때 신안군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배를 통해 호남 내륙으로 오는 동안 삭아서 삭힌 홍어를 먹게 되었죠.흑산도에선 지금도 싱싱한 홍어를 즐겨먹습니다.

싱싱한 홍어는 그다지 냄새가 진하지 않으니 시식해 보십시오.

페크pek0501 2014-02-0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친정에선 추석에 토란국을 먹는데 시집 대구에선 그걸 먹지 않더라고요.
또 설날엔 친정에선 만둣국을 차례상에 올리는데, 시집에선 떡국을 올리더라고요.
만둣국은 그저 별미로 만들어 먹지요.
지역마다 다른 게 많아요. 이 작은 땅에서도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4-02-06 14:1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작다고 하지만 음식 전통은 옛날부터 전해오기 때문에 옛날엔 교통이 불편했다는 것을 감안해야지요.지금이야 차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곳도 예전엔 며칠씩 걸렸으니 음식 교류가 지금같지는 않았으니까요.멀리 갈 것도 없이 70년대에만 해도 충청도 사람들은 고막이 뭔지 몰랐다고 합니다.

세실 2014-02-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아잎 먹어 봤어요. 향도 적당히 있으면서 씹는 맛이 괜찮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울릉도 특산물 부지깽이 나물도 맛있어요.
홍어는 부모님 모시고 목포 금메달 식당가서 삼합, 홍어국, 찜등 정식을 먹었던 기억이....
아 독했어요!!!
가끔 식당에서 먹는 홍어는 홍어도 아니더라구요.

노이에자이트 2014-02-08 14:21   좋아요 0 | URL
아...방아를 드신 적이 있군요.저는 그 향이 좋더라고요.
울릉도 명이나물도 유명하죠.울릉도 숲에 가보고 싶어요.

홍어찜은 초보자도 먹을만한데...
칠레산 홍어는 한국인한테도 잘 맞는 듯해요.

후애(厚愛) 2014-02-1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토란 엄청 좋아해요~ ㅎㅎ
육개장 만들때 토란이 들어가야 먹고, 소고기국에도 토란이 들어가야 먹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2-10 18:34   좋아요 0 | URL
오호...토란을 즐길 줄 아시는군요.그렇습니다.소고기 잘게 썰어서 넣어먹으면 맛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