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뎁히고..." 이런 발음을 아나운서, 그것도 신인이 아닌 중견급 아나운서가  하는 것을 듣고, 이 발음이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내가 사는 곳은 호남지방이지만 "물을 데운다"고 하지, "뎁힌다"고 하지는 않거든요.물론 호남 특유의 억양은 곁들여서 "물 좀 데워라잉~"하고 끝을 길게 늘이기는 하죠.그렇지만 "물을 뎁힌다"고는 안합니다.나이든 저희 어머니도 "연속극 같은 데서 물을 뎁힌다는 대사가 나온다"며 서울 사람들 말은 이상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좀 오래 전에 가족들이 주말에 요리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출연한 요리사가 계속해서, "요건 요렇게 뽂아놓고...요건 이렇게 썪어서 버무리세요..." 하는 겁니다.분명히 억양으로 봐선 서울에서 오래 산 사람인데, 표준말 발음을 못하더군요.그런데 그 요리사만이 아닙니다.요즘 연예 오락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 상당수가 이런  불필요한 경음화 발음을 애용합니다.그런 것도 언어의 다양성이라는 포장으로 넘어갈 건지...심지어 "애기를 놓는다"고 합니다.멀쩡한 서울식 억양으로 말이죠.애기를 남의 대문 앞에 놓고 달아난다는 말도 아니고...지방 사투리인줄 알았던 "아기를 놓는다"가 서울 사투리였던가요? 어떤 사람은 블로그 글에다가 "애기를 놓는다"고 써놓았습니다.그게 표준말인줄 안 모양입니다.

 

  군복무 시절 우리 대대에 경북 출신의 어떤 중사가 있었는데 그는 우리들이 작업할 때, "쎄멘과 모래를 잘 썩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그래서 "섞다"를 "썪다"로 발음하는 건 경상도 발음인가 보다 했죠.그런데 요즘 방송을 들으면 매끈한 서울 억양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섞는다" 발음을 못하더라고요.

 

  서울 사람들이 워낙 표준말 발음을 못하니 호남지방에 사는 내가 정확한 표준말 발음을 익혀야겠습니다.다행히 호남사람이나 충청사람은 영남 사람보다는 표준말 익히기가 쉽습니다.어떤 원로 연예인이 영화에서 최무룡 씨가 하는 대사가 정확한 표준말 발음과 억양의 교과서라고 하니 최무룡 씨 나오는 영화나 볼까 생각 중입니다.나이드신 분들이 내 목소리가 최무룡 씨 닮았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왜 갈수록 서울 사람들이 표준말을 못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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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7-1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을 따뜻하게 덥혔다.- 이런 말이 있어서 헷갈렸을까요?

저는 지방에서 산 적이 있긴 하지만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제일 많이 산 곳도 서울이니 저를 서울 토박이로 생각합니다만...
제가 표준말만 쓰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서울 사투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4-07-19 16:30   좋아요 0 | URL
서울 사람들도 올바른 우리말 쓰기에 소홀히 하면 당연히 이상한 표현을 쓰게 되죠.그런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특히 경음화 현상이 심해지는 데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루쉰P 2014-07-2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기 북부에서 오래 살았지만 천부적 자질이 뛰어난 것인 지 표준말을 비롯한 말 자체를 못 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어쩔 때는 지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말할 때 들어보면 서로 70퍼센트는 언어적 내용과 감으로 대화를 하는 듯 해요.

그나저나 노자님이 최무룡을 닮으셨다고 하니 이미지가 막 떠 오르네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안경을 쓰시고 한 2대8 가르마를 하시고 빽빽한 책들이 있는 책상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시는 모습이 거든요. 날카로운 눈매를 지니고요 ㅎ

노이에자이트 2014-07-23 14:07   좋아요 0 | URL
경기 북부는 경치가 좋아서 놀러 가기 좋은데 그곳에서 군복무를 한 남자들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죠.

음...안경과 가르마...하하하...책이 별로 빽빽하지 못해요...담배는 못하고, 눈은 어벙하게 생겼습니다.

transient-guest 2014-07-2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사람이라고 행세하지만 (뭐가 대단하다고?) 기실 토박이가 아닌 경우도 많은 듯 합니다. 한 나라의 표준어법이나 이런 건 중요하지만, 그건 뉴스나 책 같은 공신적인 매체에 한해서이고, 저는 지방색이 강한 특유의 사투리가 좋습니다.ㅎ

노이에자이트 2014-07-23 14:05   좋아요 0 | URL
문제는 방송인들 중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나 기자들이 표준말을 못한다는 거죠.

요즘은 아주 깊은 산골의 노인 아니면 토속어를 아는 사람이 드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