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사람을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나지 말지어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실망하다 못해 인생의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니까...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설득력 있는 권고입니다.가끔 가다 라디오에 아줌마들이 보내오는 사연을 들어보면 첫사랑 교회 오빠를 수십 년만에 만났는데 안 만나면 좋을 뻔했다는 내용들이 있지요.테리우스 같았던 오빠가 중년의 늙은 아저씨가 되어 주름지고 배가 불뚝 튀어나온 모습으로 나왔다는 그런 이야기...
학창시절 영어선생님은 조동사 강의 시간에 should의 용법 중 과거 사실의 유감 항목에서 "I should not have met her."라는 예문을 적어주셨어요."나는 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이여~ 느그들도 나중에 세월이 지나서 첫사랑을 보고 싶것지만 웬만하면 만나지 말아라잉! 내 경험으로 봐서 만나면 안 되것더라.환상이 팍 깨진다잉~" 하던 선생님. 그런데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 이렇게 말했어요."아따~ 그 선생님 첫사랑도 선생님을 만나서 실망했을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영어선생님도 인물이 그다지 잘난 것은 아니잖아~게다가 팍 늙기도 했고, 자기 생각은 안 하고 상대편 여자 늙은 것만 생각하나봐~"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와하하 웃었지요.
내가 한지민과 하지원 두 여인을 좋아해서 그녀들의 10년 전 사진들을 갖고 있어요.옷선전 하던 시절인데 한지민은 송승헌과 함께 찍었고, 하지원은 권상우와 함께 찍은 것입니다.한지민이나 하지원은 현재 각각 삼십대 중반, 삼십대 후반이니 아직 젊다고 볼 수도 있지요.하지만 20대 시절 사진과 비교하니 역시 미모가 약간 시든 것은 사실입니다.20대와 30대 외모의 차이도 이렇게 나는데 40이 넘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이쁜 여인이라고 해서 세월의 심술이 봐주지는 않으니까요.
남자에게 첫사랑은 대체로 긴 생머리에 가냘픈 몸매의 소녀입니다.그녀가 특별히 한지민이나 하지원 같은 연기자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10년 20년이 지나서 만나면 퉁퉁한 아줌마가 되어 있겠지요."어! 저 사람 맞나?" 하고 실망할 것은 분명합니다. 위의 영어 선생님처럼 상대방 나이든 것만 생각하고, 나도 그만큼 나이들었다는 것은 감안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요.하지만 그녀가 나이든 아줌마가 되었듯 나도 나이들었다는 것을 자인한다면 더 슬퍼질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면 그 속에 웬 나이든 남자가 들어있을 겁니다.
세월은 우리의 상처를 망각이라는 약으로 치료해줍니다.그 댓가로 우리의 외모와 건강을 갉아먹지요.여자들은 외모에만 신경씁니다만 나이들면 목소리도 많이 변합니다.통칭하여 아줌마 목소리죠.특히 웃을 땐 더 도드라집니다.예전에 까르르 하고 웃었는데 나이든 여자의 목소리는 산적 목소리 같습니다.으하하! 하고 웃는데 무섭기도 하고요.
맺지 못할 인연일랑 미련없이 생각을 거두세요. 쓸 데 없는 호기심으로 첫사랑을 만나지 마시길.그냥 가슴 속 저 한구석에 추억으로 간직하세요.영원한 테리우스로, 혹은 청순한 긴머리 소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