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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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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하라가 아니라 오아라? 먼저 이 책의 제목『스칼렛 오아라』에 시선이 갔다. 스칼렛 오하라, 마가렛 미첼의 장편소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매혹적인 여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그것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이중생활, 그 불온한 욕망의 이중주

"가난한 소설가는 디올백을 사랑하면 안 되나요?"

돈에 쪼들리는 현실의 돌파구로 낮에는 소설가, 밤에는 오피스걸의 이중 생활을 선택한 오아라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데에서 이 소설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작가는 이승민.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십여 년 간 다수의 잡지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소설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선의 취향』이 당선됐고, 장편소설『런던의 안식월』로 제1회 'K-오서 어워즈'를 수상했다.『런던의 안식월』의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성석제로부터 '자기 연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도구인 성찰과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은 <문학과 미래>의 담당 편집자 김순옥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등단작보다 그다음 작품이 더 중요한 건 아시죠." 오아라가 보낸 작품이 새롭지가 않단다. 갓 등단한 신인 작가다운 뭔가가 없다나. 처음 원고청탁을 받았을 때에는 희열을 느꼈지만 이미 희뿌연 신기루가 돼버리고,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답답한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현실도 만만치 않다. 엄마가 있는 요양병원에서 병원비가 밀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뇌졸중으로 요양 병원 중증 격리병동에 누워계신다. 열심히 글을 쓰고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는데 세를 공제한 신춘문예 당선 상금 291만 원은 세 달 만에 바닥이나고 만 것이다. 처절한 현실 속에서 소설 속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계속 우중충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아라에게는 미모와 필력을 겸비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꿈이 있다. 낮에는 글을 쓰거나 구상을 하고 밤에는 스칼렛이 되어 고객을 상대하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스칼렛이 열심히 돈을 벌어야 오아라가 밥을 먹고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진실과 거짓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오아라의 인터뷰는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이미지가 천차만별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진실은 과거나 현재이고 거짓은 바람이 담긴 미래였다. 100퍼센트 진실도, 100퍼센트 거짓도 없었다. 모든 명제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지 그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251쪽)

 

 

이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조각들이 저자의 글솜씨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울하지만은 않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등단작가이면서 차기작을 내지 못한 돈이 궁한 오아라, 짝사랑하는 사람 따로 동거하는 사람 따로 있는 <문학과 미래> 편집자 김순옥, 스폰을 받지만 스칼렛에 대한 호감을 느끼고 스폰서를 자처하는 호스트바 마담출신 노아…. 등장 인물들이 개성넘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입체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또한 답답한 현실과 명품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받았다. '오묘한 감흥과 상대적 박탈감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돌의 에너지'라는 표현이 맞아떨어지는 소설이다. 등장 인물들에게 인간적인 감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모두들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 그런 이들이 연결되어 큰 틀에서 하나의 세상으로 내비쳐질 때, 소설이 되고 우리네 인생의 단편으로 펼쳐진다.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삶이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내 삶과 이어지는 일은 늘 예기치 못한 이유로, 의외의 순간에 일어난다. (87쪽)

 

 

사랑도 글도 욕망인가. 한 순간의 꿈, 헛된 욕망인 것인가. 욕망이 간절해지는 만큼 엄습해오는 불안과 두려움의 크기도 증폭된다는 오아라의 말에, 등단작이 곧 마지막 작품이 되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별반 변화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오아라의 생각에, 욕망은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바라본다. 거머리같이 악착같은.

인간의 삶이 굴러가는 양상은 늘 머물거나 떠나거나의 반복일 뿐이다. (231쪽)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끝을 보게 된다. 사는 것 자체가 막장인거, 미심쩍지만 막장이 맞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전해듣는 느낌이다. 얼핏 보면 가볍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웃다가도 씁쓸한 뒤끝이 있고, 구질구질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되는 소설이다. 과연 오하라의 선택은? 마지막까지 읽어보지 않으면 오아라의 다음 행보를 알 수 없다는 것도 끝까지 독자를 이끌고 가는 힘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나니 인간의 욕망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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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식탁
앙카 멀스타인 지음, 김연 옮김 / 이야기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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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인은 무엇을 어디에서 먹었을까? 이 책의 소개를 본 후 문득 궁금해졌다.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풀어야하는 법. 자연스레 이 책《발자크의 식탁》을 읽어보았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19세기 전반 프랑스의 소설가로 사실주의의 선구자이다. 그의 작품 세계와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그 당시 프랑스 식문화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짚어보는 시간을 보냈다. '발자크'와 '식탁'에 대해 모두 볼 수 있는 책이다. 상상 그 이상의 책,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당신이 어디서 먹는지,

무엇을 먹는지,

언제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책 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앙카 멀스타인. 파리에서 1935년에 태어났다. 빅토리아 여왕, 제임스 로스차일드, 탐험가 로베르 드 라살 등의 인물의 전기, 카트린 드 메디치, 마리 드 메디치, 안느 도트리시에 대한 연구 및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튜어트를 함께 다룬 전기를 출간했다.

 책을 좋아하거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새디 스타인, <파리 리뷰> 에디터

 

저자는 미각의 세계가 이야기 안으로 들어왔을 때 생기는 장점을 처음으로 이해한 작가가 발자크라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동시대의 작가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음을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 음식에 집착하지만 맛 자체를 묘사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굴의 맛보다는 굴을 주문하는 젊은이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고, 차갑고 달콤한 크림의 맛보다는 그 크림의 가격에 관심이 간다면, 입안에서 녹는 아스픽보다 아스픽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가계 형편에 관심이 간다면 발자크를 읽어야 한다. (12쪽) 

 

서문을 보다보면 음식을 통한 비유를 인물, 풍경 등에 적용한 발자크의 작품 세계가 궁금해진다. 음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끼고 있던 발자크가 미식가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집필에 몰두할 때면 몇 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원고를 끝냈을 때에는 엄청난 양의 와인과 굴, 각종 고기 요리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으로 자축하곤 했다니 독특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통해 발자크의 생애와 취향, 작품 세계와 프랑스 식문화에 대해 함께 짚어본다. '파리의 식사 시간' 이야기에서 눈을 번쩍 뜰만큼 매혹적인 이야기로 시선을 고정했다. 프랑스의 현재가 아닌 과거 식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지금은 '프랑스 요리' 하면 당연히 맛과 멋을 겸비한 여유로운 장면이 떠오르지만, 18세기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식생활은 그리 훌륭하지 못했고, 파리에는 제대로 된 부엌을 갖춘 아파트가 거의 없었다고 하니, 먹기 위해 프랑스를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프랑스 식탁의 변화하는 모습을 굵직굵직하게 살펴본다.

 

진정한 고급스러움과 고상한 품위가 드러나는 식탁, 평범한 일상의 식탁, 구두쇠와 음식 숭배자, 사랑 등의 이야기를 이 책을 보며 하나씩 짚어보았다. 생각해보니 그 시절의 프랑스 음식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그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해본다.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그래서 오히려 신선한 자극이 된다. 게다가 발자크의 문학 세계 속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짚어주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발자크의 작품과 당대 프랑스 식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발자크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리고, 발자크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상도 살펴볼 수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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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없이 회의하라 - 가족, 직장, 친구, 나 자신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5가지 T.A.B.L.E
김동완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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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크고 작은 일을 회의를 통해 결정짓는다. 때로는 소통이 잘 안되기도 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나 상사가 이기는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상명하달식의 의사결정, 어르신의 말씀에 반대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 또한 아직 우리 사회에서 회의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회의에 대한 글이 궁금했다. 이 책《테이블 없이 회의하라》에서는 회의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보다 나은 모습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잘 지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본 자세를 점검하는 시간을 보낸다.

 

 

회의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의견을 종합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회의 테이블에만 앉으면 전투적으로 돌변한다. 목소리가 커지고 뭔가 지적하기 시작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인정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의는 전투가 아닌 소통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소통은 상대를 인정할 때 가능해진다. (16쪽)

이 책에서는 올바른 회의문화'정도를 지키는 매너를 바탕으로 자신과 가족, 직장동료, 친구 등과 소통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며, 제대로 회의하려면 T.A.B.L.E을 먼저 살피라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T.A.B.L.E을 없애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살펴보며 회의에 임하면 회의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T.A.B.L.E 

Teach : '가르치려 하지 말고 경청하라'

Admit : '주관을 소신있게 피력하라'

Because : '변명이 아닌 해명을 하라'

Late : '무슨 일이 있어도 늦지 마라'

Enemy : '이성적으로 미워하라'

(책 속에서)

이 책은 'T.A.B.L.E'의 5가지 항목과 29가지 회의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의라는 단어가 가진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우리 삶의 회의를 보다 훌륭하게 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제목에서 주는 의미처럼 회의 잘하는 법만을 알려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삶의 자세와 소통을 위한 방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경청, 예의, 지혜, 대화, 시간관리, 약속 등 삶에서 꼭 필요한 기본 소양을 점검해본다. 좋은 회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 자세를 먼저 익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회의는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매 순간이 회의라는 점을 기억하며, 이 책의 내용에 집중해본다.

 

 

살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기꺼이 내 시간을 할애하고, 그 행동을 후회하지 말자. 하지만 내가 굳이 나눠들지 않아도 될 짐을 매번, 그것도 기꺼이 들어주려는 태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습관은 내 삶의 질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그러니 필요할 때는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166쪽)

이 책을 읽으며 시간관리를 잘 하고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여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엔 'No'라고 당당히 말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부록에는 '일반단체 회의진행법', '국회 회의진행법', '모의 회의진행'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회의도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기본을 잘 갖추고 소통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고 사람을 얻는 29가지 소통의 법칙을 배우고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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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순, 고귀한 인생 한 그릇 - 평범한 인생을 귀하게 만든 한식 대가의 마음 수업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심영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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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책의 저자를 보니 낯설지 않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심사위원을 <한식대첩>에서 보았고, <옥수동 수제자>에서도 요리 비법을 전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한식만큼은 한 치의 타협 없이 최고만을 고수해온 우리 시대의 대가 심영순, 그녀의 인생을 귀하게 만든 8가지 마음 비결을 담은 이 책《심영순, 고귀한 인생 한 그릇》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심영순. 한식 연구가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요리강습을 시작했고 1988년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심영순 요리연구원'을 세워 40년 넘게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스물두 살에 남편에게 시집왔을 땐 그냥 손맛 좋은 주부였지만, 입소문이 퍼져 나이 서른 무렵부터 정,재계와 명망가 집안에 요리 수업을 다니기 시작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향신즙 덕분에 '즙선생' 혹은 '옥수동 선생'이란 이름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고, 이후 2000년대 들어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요리 연구가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전통 한식의 명맥을 이으면서 한식의 가치를 몸소 전파하고 있다.

다만 늘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는 마음으로 열심히, 정성을 다해 썼습니다. 내가 만드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양념이나 향이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저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하얀 자기 그릇에 소복이 담아냅니다. 다들 맛있게 드시고 흡족했으면 합니다. (14쪽)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 '고되게 일해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것들'에서는 고마운 마음, 2장 '모질고 혹독했던 내 어머니가 남긴 유산'에서는 단단한 마음, 3장 '고수의 일엔 타협이 없다'에서는 의연한 마음, 4장 '작은 밥상도 정성을 다해 차리면 수라상 안 부럽다'에서는 고귀한 마음, 5장 '매일 하던 일도 영리하게 하면 달라진다'에서는 부지런한 마음, 6장 '한식은 한식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에서는 곧은 마음, 7장 '요리는 세상을 배우게 한다'에서는 겸허한 마음, 8장 '남은 인생, 당신이 있어 다행이다'에서는 든든한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한식대가 심영순의 77년 인생을 지탱해온 8가지 마음이 무엇인지 하나씩 들려준다.

 

그저 한 끼 식사를 배 채우는 데에만 의미를 둔지 오래되어서였을까. 이 책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잊고 있던 마음을 되살리며 마음이 훈훈해진다.

먹거리를 대하는 기본자세는 '감사'입니다. 제아무리 초라한 밥상이라도 고마워하며 먹어야 합니다. 산나물을 채취한 할머니들의 수고, 농민들의 땀, 고단한 어부들의 일상, 전문적인 도축업자들의 노고가 없다면 밥상은 차려질 수 없습니다. 어떤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가 그 사람의 인간됨입니다. 생명의 소중함, 밥상의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의 먹거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45쪽)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요리에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보았다. 엄하고 냉정하지만 요리만큼은 마음껏 실험하도록 내버려두신 어머니 덕에 그저 좋아서 요리를 계속하던 시절, 전쟁 피난길에서 새로운 맛을 만난 기억 등을 읽으며 요리에 영향을 주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보게 된다. 완성된 요리뿐만 아니라 과정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읽는 듯한 느낌이다. 담백하고 정갈한 음식을 맛보는 듯하다. 어느덧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버린다. 한 사람의 인생과 요리에 대한 생각을 엿보는 시간이다.

 

한식에 대한 생각도 자신만의 소신이 잘 드러나게 글을 썼다. 어쩌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식에 대해서 요리 인생 70년을 쏟아부은 장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고, 이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대가의 지혜'는 이 시대의 거장들로부터 삶의 열정과 지혜를 배우는 인플루엔셜의 기획 시리즈인데, 이 책이 세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식 대가 심영순의 인생과 마음을 보면서 인생 수업을 받아보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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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뭐하지? - 상식을 뒤집는 "직업 혁명" 프로젝트
최혁준.한완선 지음 / 라임위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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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젊은이들이 의지가 부족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이란…"이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시대에 상식을 뒤집는 직업 혁명 프로젝트를 담은 이 책《졸업하고 뭐하지?》는 우왕좌왕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이런 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길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 일어나 맞서는 위대한 도전이 있을 뿐이다.

-윌리엄 프레데릭 홀시

 

이 책은 최혁준, 한완선 공동저서이다. 최혁준은 컨설팅 기업인 (주)라임글로브의 CEO이자 강연가이며 작가이다. '자기계발'과 '사회공헌' 분야에서 활발한 컨설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가로서 기업 및 다양한 조직에서 진취적인 강의를 하고 있다. 한완선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및 기획예산처 기금제도기획관 등을 역임했으며, 10년 전 사회공헌 컨설팅 기업인 라임글로브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청년진로'와 '사회책임'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괴짜 인턴이 입사했어요', 2부 '당당하게 마이웨이', 3부 '실리콘밸리에서 삐대고 있어요', 4부 '뉴욕에 온 걸 후회하지 않아요', 5부 '나라고 못할쏘냐'로 나뉜다.

이 책의 목표는 평범한 청춘들이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디딤돌을 제공하는데 있다. 오직 그것만이 목표다. 따라서 기존의 롤모델 이론과는 전혀 다른 시각의 접근법이 적용됐다. 일단 관심의 대상부터가 다르다. 우리의 관심 대상은 비범한 완생이 아닌 평범한 미생들이다. 또한 파란만장한 불굴의 성공스토리를 다루지도 않는다. 만약 드라마틱한 인생 극장을 기대한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덮는 것이 현명하다. 새장 속에 갇혀 지내던 청춘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벗어났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이다. 성공이 아니라 벗어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이다. 그래야만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적용할 게 많아진다. (19~20쪽)

 

"최대표, 만약에 말이야 아주 평범한 청년이 '공무원 시험 합격'과 '1년간의 세계일주 여행 기회'를 동시에 잡았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 같아?"

"예?"

"글쎄요……."

무심코 툭 던진 질문이었지만 순간 많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얼핏 여행이 재미있어보이긴 하지만 고작 1년의 재미 때문에 평생직장을 포기할 순 없지. (12쪽)

지인들에게도 이 질문을 던졌는데, 의외로 많은 응답자들이 세계일주 여행을 가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단군 이해 청년실업률이 최고인 이때, 일부 청년들마저도 눈 딱 감고 세계일주 여행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세계일주 여행을 선택하지 않은 다수의 청년들도 있었다. 이 책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고 이야기한다.

 

비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미생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공감하고 자신의 길을 찾는 데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이 흘려넘기듯 읽지 않고 이야기 하나 하나에 몰입해서 읽도록 만들었다. 대한민국 자녀가 진로에 관해 부모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기 쉬운데,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용기를 내어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다 보면 기존의 굴레에서 안주하기보다는 한 단계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남들과 똑같은 길, 부모가 요구하는 길이 아닌, 자신의 열정을 펼쳐낼 수 있는 길이 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이 말을 청춘들에게 꼭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미안하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래서 강요한 거다.

'몰랐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우리는 바뀌지 않았다.

'고백한다' 청춘들을 이렇게 내몰아친 우리가 잘못했다. (232쪽)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어른들의 시야에서만 판단하여 아이들의 인생 방향을 틀어버리지 않아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방황하는 청년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 책을 함께 읽어 아이들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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