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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병원에 가보면 죄다 아픈 사람들 투성이다. 세상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았는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들이 줄을 지어 병원에 모여있다. 환자도 보호자도 하얗게 질려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고, 병원 생활을 자연스레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수많은 질병 중 누구든지 자신만은 걸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질병이 치매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 걸릴 수 있고, 혹은 치매 환자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고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알츠하이머병 엄마와 함께 한 딸의 기록'을 담은 이 책《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를 읽으며 이들의 실화를 담담히 바라본다.
이 책의 저자는 낸시 에이버리 데포. 뉴욕에서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낸시 에이버리 데포는 부모님에게 바치는 시와 산문으로 엄마의 알츠하이머병과 함께했던 여정을 표현하고 있다. 힘든 상황을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로 표현하면서 치유의 힘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 누구도 원치 않지만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여정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마칠 수 있었던 작업이다.
이 책은 어떤 파괴적인 병을 헤쳐 나가는 하나의 여정을 다룬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이 내 부모님의 특별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헌신, 부모님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루기를 희망한다. (26쪽)
서문을 시작으로 어떤 여정, 불확실성, 뜻밖의 사실과 약간의 위안, 비밀, 사람을 못 알아보는 실수, 징후와 증상들, 엄마와 닮은 나, 내 머릿속에 폭풍우가 분다, 절망적인 선언서, 천국의 빙산, 삶의 파편이 담긴 여행 가방, 엄마는 어떤 옷을 골랐을까, <노트북>이라는 영화 봤어요?, 하지 말아야 할 말, 나와 엄마를 위한 용서, 기억 수집, 엄마의 유산, 그림자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읽으면서 고통스러워서 속이 문드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지금 굳이 이 책을 읽겠다고 집어들었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읽으며, 이런 질병이 가족에게 생기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지만, 혹시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제나 나보다 훨씬 강하고 든든하게만 생각했던 부모님이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건강하실 때에는 모른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1실감하게 된다. 그것도 한참이나 지나서.
이 끔찍한 사건에서 가장 끔찍했던 점은 부모님에게 나의 도움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도 내 감정만 생각하다 내가 받은 상처와 배신의 감정이 분노로 똘똘 뭉치도록 내버려두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격분하여 보여준 망상증이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증상임을 지금은 알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엄마가 그저 잔인하고 사람을 조종하는 데 능하다고만 생각했다. (110쪽)
저자는 갈수록 망상증이 심해지는 엄마를 바로바로 용서하고 더 많이 달래주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한다고 한다. 아버지를 더 적극적으로 재촉해서 엄마를 의사에게 데려가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한다. 자식으로서 후회와 그에 따른 고통은 어쩔 수 없이 남는 상처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속절없이 치매 증상에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다. 게다가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에 더욱 몸서리를 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병에 대한 무지와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삶의 여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걸어나갈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 날로 늘어나는 치매 환자를 막을 방법은 아직 없지만, 치매를 안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준다.
_이재홍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특히 딸로서 느끼는 죄책감에 많이 공감하며 괴로웠다.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특히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은 온 가족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기에 그 고통이 전해져서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니, 안타깝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제목만으로도 아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