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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 최성애.조벽 교수가 전하는 애착 심리학
최성애.조벽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수저계급론이 자조섞인 말투로 사람들에게 오르내리곤 했다. 그야말로 우리들의 웃픈 현실이다. 사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서적인 면에서는 어떨까. 이 책《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에서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마음의 병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정서적 허기를 극복하고 연결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 기업, 정부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최성애, 조벽 공동저서이다. 최성애는 현재 HD행복연구소 및 HD가족 클리닉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복탄력성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하트매스 연구소의 마스터 트레이너이다.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들과 힘들어하는 보육교사들을 위해 연간 200여 곳의 열악한 지역 어린이집에서 활동하는 보육교사들에게 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을 가르쳐주고 있다. 조벽은 현재 숙명여대 석좌교수이자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이다. 위기 청소년 상담을 위해 설립된 교육부의 거점 위센터 센터장 등으로 활동하며 전국의 상담교사와 대안교실 담당자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책은 정서적 흙수저의 비극을 설명합니다. 애착손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우리 사회에 알리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애착손상과 이로 인한 발달 트라우마 후유증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해결책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는 정서적 금수저로 살아갈 수 잇는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애착손상이나 발달 트라우마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어른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22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애착은 개인과 사회를 위한 행복씨앗이다'를 시작으로, 1장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금수저, 흙수저 신드롬', 2장 '애착손상 권하는 사회', 3장 '심리적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아이들', 4장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발달 트라우마', 5장 '누구나 안전 기지가 필요하다', 6장 '어떻게 정서적 금수저로 키울 것인가', 7장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함께 애착 사회를 꿈꾸며'로 마무리 된다.
우리에게는 '애착손상'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애착손상이 대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착손상이 한 세대를 넘어 이미 3세대에 진입한 서유럽과 북미에서는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마음의 병이며 사회적 병폐인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억압적이거나, 자녀를 방치하거나 학대할 때 아이는 애착손상을 입습니다. 성적에 따라 조건부 사랑을 주는 부모, 서로 싸우느라 자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부모, 먹고 사는 일 때문에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는 부모도 본의 아니게 자녀에게 애착손상을 입힙니다. (14쪽_프롤로그 中)
먼저 애착손상에 대한 개념부터 짚고 넘어간다. 부모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으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낮아지고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버림받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결국 부정적 생각 패턴을 갖게 되는 법. 본인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 상황을 예측하고, 절망하며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바로 정서적 흙수저라고 이 책에서는 언급한다. 그러면 애착손상과 정서적 빈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저자가 1979년 미국에 갔을 때 목격한 청년 거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잘 사는 나라에 청년 거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무도 이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등등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 거지들 중에는 부모가 대기업 임원인 사람도 있었고,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나 명문가의 자녀들도 있었다는데, 도대체 왜 그들은 거지가 되었을까?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비록 부유한 나라에서 금수저로 태어났어도 정서적 흙수저가 되어 실패와 불행으로 치닫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정서적 흙수저가 되어 방황하게 만드는 걸까요? (33쪽)
풍부한 예시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해나가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는다. 그러면서 애착손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 정도는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나나 주위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환경에서 지내니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렇다고 다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주변에 문제 없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 애착손상으로 인한 문제에 휩싸여 있고, 원인조차 잘 모르던 것을 이제는 알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게 읽힌다고 내용마저 쉽게 넘어갈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정서적인 문제'에 관한 글이다. 경제적 성공이 최우선 가치가 된 대한민국, 각박한 경쟁 속에 저녁을 잃어버린 부모들과 방치되는 아이들, 점점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고통스러운 사회!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재의 문제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서적 애착 심리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