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완의 역설'에 대해 아는가?
이 책에서는 코완의 역설을 이야기해 주며 시선을 끈다.
그것은 바로 노동을 절감시켜주는 장치들이 새롭게 나왔지만, 노동 자체의 시간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1974년에 가사노동이 의외로 변하지 않았음을 처음 지적하는 논문을 쓴 조앤 바넥은 전업주부들이 1924년에 가사노동에 주 52시간을 들인 데 비해, 1960년대에는 55시간을 들였다는 경악스러운 사실을 밝혀냈다(38쪽)고 한다.
아니, 가사노동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니!
그러고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감자껍질을 칼로 깎든 필러를 이용하든 결국 절약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주전자나 채소 벗기는 기계가 하루에 몇 시간을 벌어주거나 고된 노역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 단지 여생 동안 아주 작은 마찰을 하루 몇 차례씩 줄여줄 뿐이다. 오늘날 스마트 기기 업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또 어떤 마찰을 줄일 수 있을지 물색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마찰은 특성상 자동화해서 제거하기 전까지는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 과거에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를 수동으로 조절하는 게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듯이. (61쪽)
이렇게 이 책에서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함께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탁탁 짚어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인식하게 해준다.
집안일이 예전보다 편해졌거니,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하기만 했지, 총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건 아니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기에 더욱 시선을 집중해보았다.
우리 참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늘 시간이 부족하지, 일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안 가사일은 더더욱 그러하다. 끝도 없고 티도 안 나는 것이 집안일이다.
스마트홈 기술은 왜 가사노동을 줄여주지 못할까?
어떤 가족 형태가 더 평등하고 효율적일까? (책띠지 중에서)
다 같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은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들려준다고 하여 관심 있게 보았다.
함께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끼며,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애프터 워크』를 읽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