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 준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제 멋대로 기준이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5위 우리말,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4)]

 

 

 

제1부 한글 맞춤법부터 제2부 표준어 규정, 제3부 외래어 표기법까지는 일반 독자라면 누구든 한 번 쯤은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일단 처음부터 천천히 정독을 하고, 취약한 부분을 표시해두었다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틀린 부분을 계속 틀리게 되는 경우가 많고, 살펴보는 시간이 많을수록 한글 사용에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제4부 열린책들 편집 및 판면 디자인 원칙은 일반 독자 중 열린책들의 편집 원칙과 판면 디자인 원칙에 관심 있다면 유심히 살펴보게 될 것이다. 제5부 편집자가 알아야 할 제작의 기초는 책을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정보다.

 

이 책은 헷갈리는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풍요로운 고급 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책을 쓰려는 사람과 책을 만들려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서재에 한 권쯤 소장하면 좋을 책이다. 주기적으로 점검해보고, 한국어 사용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해마다 새로이 업그레이드 판이 나오니,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싶은 책이다.   

 

 

4위 실용 글쓰기, 이 책 한 권으로! [글쓰기가 처음입니다]

 

 

서툰 목수가 연장탓 한다지만, 베테랑 목수는 자신에게 꼭 맞는 연장을 잘 활용한다. 좋은 연장으로 더욱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서툰 목수에게는 연장이 중요하다. 좋은 연장을 사용하면, 이상한 연장을 사용한 것보다 분명 100배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무 연장이나 사용하면 보통, 좋은 연장을 사용하면 최대의 효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많이 써봐야한다는 것은 아무 연장이나 사용해서 연습이나 많이 해보라는 소리! 이왕이면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멋진 작품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 『글쓰기가 처음입니다』직장인과 대학생을 위한 실용 글쓰기 연장통이다.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긴장하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부담을 내려놓고, 글쓰기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핵심적이고 실용적으로!

만인을 위한 글쓰기 연장 3종 세트, 피래미 구성법 익히고 글쓰기! 속시원하게 글쓰기의 핵심을 일러주는 책이다. 글쓰기에 따로 시간을 투자하기 버거운 일반인에게 핵심적인 기술을 제공해준다. 서툰 목수에게 제대로 된 연장을 건네주는 셈. 이 연장으로 하면 기본은 할 수 있고, 좀더 연습하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던져준다. 어렵게 생각하던 글쓰기에 대해 일단은 부담을 덜어내고 시작할 수 있다.

 

3위 사진가 구본창, 그가 모아 온 시간과 인연의 기억  [공명의 시간을 담다]

 

이 책에서 작가의 지나온 인생과 사진에 영향을 준 계기, 소소한 물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등 다양한 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진작가 구본창만의 시각으로 담아낸 사진을 보는 경이로움이 으뜸이다. 그의 사진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듯한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여러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서도 당신의 작품은 쉽게 구별됩니다. 항상 일관된 느낌이나 인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긴데, 당신의 사진은 대상이 사람이건 아니건 대체로 아스라함이나 애잔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 면에선 당신의 예술 작품과 상업적인 일로 하는 사진 간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2006년 《포토넷》인터뷰(인터뷰어 신수진) 중에서

이 책을 통해 사진 작품을 깊이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사진작가 구본창이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지, 그렇게 찍은 사진은 어떤 작품인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공명'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의 작품은 진정 에너지처럼 필름 속에 스며든 결정체다.

'나는 내가 찍은 사물과의 교감이 일종의 에너지처럼 필름 속에 스며든다고 믿는다.'

2위 웃다가 설레다가! 소녀감성 [꿈꾸는소녀 Y시리즈_키다리 아저씨]

 

 

 '꿈꾸는 소녀 Y'시리즈의 'Y'는 Why의 발음과 Youth의 첫 글자를 의미하며, 꿈꾸는 소녀를 대상으로 감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세계명작 중에서 세 편을 엄선하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널리 사랑받는 고전 중에서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세 편의 작품은『작은 아씨들』『키다리 아저씨』『빨간 머리 앤』이렇게 세 작품이다. 가장 먼저 『키다리 아저씨』를 보며 꿈꾸는 듯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의 작품으로 서간체 소설이다. 1912년 출간된 책인데, 이 작품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호평과 함께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지금 읽기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흥미로우며, 아기자기한 소녀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소녀 때의 감성으로 두근두근 설레게 된다. 이 책을 매개로 어렴풋한 옛 기억이 되살아나며 지금의 나와 만나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던가! 편지글 만으로도 재잘재잘 주디의 상큼발랄한 느낌이 오롯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답장은 없지만 재잘재잘 재미있게도 쏟아내는 이야기를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주디가 그린 그림을 보며 어찌나 깔깔 웃게 되는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머리 키다리 아저씨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은 압권이었고, 종종 다람쥐나 참새나 지네 같은 손님을 대접할 때가 있다며 그린 그림도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정말 발랄한 소녀다.

 

 단순히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빼곡한 편지글 속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건져내는 보람도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에요. 아저씨, 저는 행복해질 수 있는 진정한 비결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현재를 보람 있게 사는 일이랍니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예요. (214~215쪽)

 

아저씨는 제가 사치에 물드는 일이 없도록 하셔야 해요. 인간이란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일단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그것 없이 산다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 됩니다. (228쪽)

 

 게다가 나중에는 두근두근 사랑의 이야기까지 펼쳐지니 소녀들이 정말 좋아할 감성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일까? 주디가 사랑하는 저비 도련님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국어 과목 필수어휘와 영단어, 한자검정시험 4~8급 한자가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뭐 그렇게까지 공부와 연관지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왕이면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정말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막연한 어휘를 제대로 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도 지금도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게 되는 소설이다. 꿈꾸는 소녀 Y 시리즈로 재탄생된 이 책 키다리 아저씨는 감수성이 풍부한 이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1위 그림처럼 그려내는 글, 찰스 디킨스의 명작 [위대한 유산 (상,하)]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1860년 12월부터 1861년 8월까지 그가 직접 발행하던 주간지 『연중 일지All the Year Round』에 연재되다가 총 세 권으로 완간된 작품이다. 열린책들에서 2014년 발간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상하권으로 나뉜다. 열린책들의 편집 특징은 줄간격이 촘촘하고, 한 페이지당 글자수가 빼곡하게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이 책을 손에 잡으면, 분량이 한 글자도 놓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별히 경악할만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책의 내용 속으로 푹 빠져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표현 하나 하나가 놓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대충 넘어가려다가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꼼꼼하게 읽게 되는 소설이다. 결국은 어느 하나 건성으로 넘어갈 수 없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며 교훈적이며 추리소설 같기도 한 작품이다. 소설이라는 작품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지나면 시대 분위기와의 괴리감을 느끼거나 어색하기도 하고 고리타분한 면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가르치려는 문장은 없으면서도 교훈적으로 와닿는다.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 남아서 언제 읽든 상관없이 읽는 사람의 마음에 파고드는 고전 작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찰스 디킨스는 인간의 다양한 특성과 심리를 잘 표현해낸다. 글을 보면 인물의 성품과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찰스 디킨스는 정말 섬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어보면 작가의 섬세한 성격이 드러난다. 표현 자체에서 감탄하게 된다. 글을 그림처럼 그려냈다. 한 폭의 세밀화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보며, 소설가의 감성을 느껴본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두 권이나 되는 소설이지만, 꾸준히 빼놓지 않고 읽어나가게 되는 묘미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그저 흥미롭게 읽어나가는 것 자체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며,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 핍이 방황하고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혼란을 잠재우고 내면을 직시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사랑','우정','인간의 성품' 등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체만으로도 유익하다. 핍의 깨달음과 성장을 통해 나 또한 깨닫는 바가 크다.

 

『위대한 유산 (하)』에서는 역자 해설위대한 유산 줄거리가 담겨 있어서 이미 읽은 소설의 내용을 총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며 이 소설에서 얻어낼 수 있는 가치를 핵심요약해본다. 천천히 음미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 2014년 5월이『위대한 유산』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날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년 4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 준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제 멋대로 기준이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5위 꽃으로 바라본 문학 [문학 속에 핀 꽃들]

 

 

 

 

이 책은 기획 자체가 신선하다. 그동안 소설을 읽어도 그 안에 나오는 꽃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스레 꽃을 보아도 책에 나온 부분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두 가지를 결합해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 소설을 읽으며 흘려넘겼던 꽃들에 이제야 관심이 생긴다. 자세히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미 읽은 소설이지만 새롭게 다가오고, 또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이 책 『문학 속에 핀 꽃들』의 장점이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꽃에 대한 관심여부를 떠나 새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어떤 관점에서 작품을 보느냐는 개인의 관심분야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꽃으로 바라본 소설에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 책을 보며 꽃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았다. 관심이 생긴다. 앞으로 보게 되는 문학작품 속에서 '꽃'에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주게 될 것이다.

 

꽃은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문학은 꽃의 '빛깔과 향기'를 더욱 진하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꽃과 문학만큼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마리아주도 없는 것 같다. 작가들이 꽃에 더 관심을 가지면 그만큼 더 우리 문학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321쪽)

 

 

4위 음식에 담긴 한국인의 철학, 볼거리와 느낄 점이 가득한 책 [이영애의 만찬]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차근차근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문헌적인 뒷받침도 해주니, 이 책을 읽으며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다. 다큐멘터리에 이렇게도 다양한 정보가 다 담길 수는 없었을터. 책으로 출간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음식들 속에는 한민족이 걸어온 길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 땅에서 오랜 세월 갖은 풍상을 견디며 살아온 옛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알알이 박혀있다. 그렇기에,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을 대변해주는 산물이자, 우리 민족의 오랜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137쪽)

 

이 책은 음식의 역사와 그에 담긴 정서를 읽을 수 있어서 기대 이상인 책이었다. 작가 홍주영은 이야기한다. '그동안 한식에 관한 수많은 다큐들이 제작됐지만, 음식에 담긴 한국인의 철학을 다룬 작품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에 담긴 한국인의 생각, 그리고 음식을 통해 보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의도가 잘 반영된 책이고, 볼거리와 느낄 점이 가득한 책이었다. 잘못 알고 있던 음식문화를 이 책을 통해 정정해보는 시간이 되었고, 얼핏 알던 지식을 보강하는 의미로도 알찬 책이었다.

 

​3위 코끼리의 주인이 되자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이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이야기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벽돌 두 장의 이야기도, 두려움이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치통의 일화도, 지금의 나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일화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좋고,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하게 보면서도 '아! 그렇구나!' 손뼉을 탁 치면서 공감할 수 있기에 마음에 들었다. 고압적이고 경직된 자세로 가르치려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편안하면서도 마음의 핵심부를 찌르는 시간, 깨어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문득 '아하!'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108가지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2위 포장되지 않은 솔직함이 매력적인 책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포장되지 않은 솔직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솔직해서 매력적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담백한 느낌, 음식 재료의 맛을 100% 살린 요리의 느낌이다. 미사여구 필요없이 핵심을 찌르는 단순함이다. 꾸미지 않은 숭고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여행의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의 전 과정을 살펴보게 된다. 각 과정에는 여행 장소안내자가 있다. '안내자'는 샤를 보들레르, 귀스타브 플로베르, 윌리엄 워즈워스 등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그 주제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큰 역할을 하며, 여행 속의 여행으로 안내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정 부분 공감하게 되는 영역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정 여행지가 아니라 여행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해 '여행'이라는 것 자체를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1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책 [히말라야 길을 묻다]

 

 

 

 

 

 이 책에는 파키스탄 히말라야, 인도 히말라야, 네팔 히말라야 등 총 3 파트의 내용이 실려있다. 사진만 보아도 눈을 사로잡고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경외감에 압도당한다. 단순히 히말라야의 자연 경관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생활 등 삶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어서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이야기로만 듣고 궁금했던 곳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이다.

 

이 책은 그저 사진 감상하며 가볍게 읽으려고 했다가 꼼꼼이 눌러읽게 되는 책이었다. 사진을 보고 또보고, 글을 천천히 읽게 된다. 사진을 제대로 담고, 글도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서 담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파키스탄, 인도, 네팔을 아우르며 이곳의 현재모습을 바라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 정치, 경제, 종교, 자연현상 등 포괄적으로 접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년 3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 준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제 멋대로 기준이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5위 안데르센의 첫 장편소설 [즉흥시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하면 '동화작가'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 등의 동화를 지은 작가가 아니던가! 당연히 그가 동화만을 쓴 동화작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의 첫 장편소설 <즉흥시인>을 읽고 나서야 그가 동화만 쓴 작가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흥시인>을 읽으며 그의 작품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시간이다.

 

 이 책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자연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소설이다. 같은 자연을 보아도 나는 그렇게 표현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부러움이 가득해진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그 점이 나에게는 더욱 크게 와닿는 책이었다.

 

 이 책을 보고 두 번 놀라게 되었다. 첫 번째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에게 이런 두꺼운 장편소설이 첫 장편소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책 속의 문장이었다. 이토록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라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세세한 묘사!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마음을 끌어들이는 묘미가 있었다. 나에게 그동안 부족했던 서정성이 채워지는 듯하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채우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몰입해서 읽게 되고, 딴 생각을 할 여력을 느끼지 못한 책이다.

 

 

4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예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젤롯]

 

 

 특정 종교에 대한 글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종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비난이라고 생각하며 살인이나 전쟁도 불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볼 때 아슬아슬하게 경계선 상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떤 때에는 줄타기 도중 살짝 휘청이는 듯 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매력이 있기에 종교 부문에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전체 베스트셀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 되었을 것이다.

 

 종교적인 접근이 아니라 역사적인 접근이기에 주석과 참고문헌을 꼼꼼이 살펴가며 읽어볼 수 있었다. 또한 당시의 종교, 사회, 정치적 분위기와 역사의 흐름을 좀더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과 다른 관점에서 '나사렛 예수'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예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3 이토록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라니!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과학', '사이언스'라는 단어의 거리감 때문에 이전 2권의 책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다. 궁금하기는 한데, 혹시나 난해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힘들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토록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라니! 이런 신선하고 재미있는 세계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과학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고 솔깃하게 풀어내다니!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몰입해서 읽다보니 어느덧 한 권의 책이 금세 끝나고 말았다.

 

 다양한 분야의 핵심적인 이슈와 과학적 정보가 밑받침된 글을 읽는 시간이 흥미롭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 점에서 흥미로워지고, 참고문헌까지 함께 실려있으니 신뢰도를 높인다. 이 책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과학 이야기를 접하는 시간이 되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고,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이토록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안 읽었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2 43명의 예술가, 그들의 여행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는 시간 [도시 일러스트 여행]
 

 

 이 책은 43명의 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의 여행 스케치북이다. 여행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 스케치북에 여행의 기억을 담아온 사람들의 글과 그림이다. 여러 명의 예술가들이 직접 경험한 여행과 그들의 그림을 이 책을 통해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43명의 글과 그림은 각각 특색이 있다. 한 사람의 작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작업을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 그려보고 싶은 그림도 많아서 덕지덕지 포스트잍을 붙여놓고 말았다.

 

 이 책은 에너지가 듬뿍 담긴 책이다. 이들의 에너지가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행동을 자극하는 책이다. 한동안 드로잉을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보니 마음이 들썩들썩, 몸이 부산해진다. 행동개시를 하고 싶어진다. 곁에 두고 자극받고 싶은 책이다. 시큰둥 하거나 우울할 때 펼쳐들면 마음이 들뜨게 될 것이다. 여행 전에 챙겨보면 드로잉을 잊지 않게 될 것이다. 세상에 그릴 것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보는 나의 마음만 경이로움으로 가득차면 말이다. 이들의 신선한 시각이 주변을 새롭게 보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드로잉을 하고 싶은 영역이 확장된다.

 

1 대구로 보는 인간의 역사 [대구]

 

 

『대구』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독자들은 마크 쿨란스키라는 이 영명한 필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강현, 해양문명사가,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의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 다시 여러 사람들의 찬사를 보며, 이 말을 떠올린다.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은데, 이제야 나의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대구의 생애, 산란 환경, 각국의 대구와 관련된 문화, 대구요리 등 다방면으로 대구와 관련된 지식이 총집합되어 한 권의 책에 엮여 있다는 느낌이다. 인간의 역사를 물고기의 일대기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신선하다. 이 책을 통해 대구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꽤나 촘촘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흥미로운 마음에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어나가게 된다.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 지식습득 면에서 유익했고, 감탄하며 읽은 책이다. 특히 '대구'라는 물고기에 대해 이름밖에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아서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인간이라는 포식자의 횡포에 발끈하게 된다. 이제는 수중 음파탐지기나 정찰용 비행기를 이용해 물고기 떼를 찾아내고, 마구잡이로 잡아내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어획량이 늘어난 것은 물고기가 풍부해서가 아니라 현대식 트롤선 선단이 워낙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풍부했던 바다의 자원이 삽시간에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물로 촘촘하게 치어까지 잡고 나서, 살려준다고 놓아주어도 이미 늦은 상태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대구, 2014년 현재 대서양 대구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첨부된 '대구로 보는 세계사 연대표'를 보면, 앞에서 읽은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다시 한 번 정리되는 기분이다. 두꺼운 책 한 권을 통해 세계의 역사와 물고기의 일대기를 살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대구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년 2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 준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제 멋대로 기준이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5몰입도가 뛰어나서 계속 읽게 되는 책 [청춘의 인문학]

 

 

 

 이 책의 저자는 안상헌이다. 2013년 초에 저자의 책 <인문학 공부법>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의 가이드라인을 잡아보았다. 지금 2014년 초에는 <청춘의 인문학>을 읽으며 인문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읽은 이 책은 나를 설레게 하는 책 중 하나였다. 강의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현장감 있게 글에 집중할 수 있었고, 몰입도가 뛰어나서 계속 읽고 싶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며 두근거리며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이 책은 인문학을 삶과 따로 격리시켜 생각하던 나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문학은 그렇게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곁에 있고 늘 우리가 하고 있는 거예요. 단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죠.'(34쪽) 마냥 어렵게만 생각해서 지금껏 인문학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고 배회하던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경건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달려들어서 더욱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인간, 문화, 역사를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문학과 우리의 생활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배웠고, 문학작품 속의 상징 읽기에 대해 염두에 두게 되었으며, 역사적 안목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 의미, 독서법, 직업 등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특히 요즘 책을 읽는 시간은 많지만 제대로 된 독서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가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직접 강의를 듣지 못해도 책을 통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저자가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나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누구나 꾸준히 공부를 해야하고, 갇힌 틀을 깨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술술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오는 책이었다.

 

 

4위 생존 확률 0 퍼센트에 도전한 의사와 환자들의 이야기 [닥터스]

 

 이 책은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 베른하르트 알브레히트가 실제 사례를 재취재하여 기록한 칼럼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저자가 에필로그에도 밝혔지만, 거의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반복적인 노력을 모두 허사로 만든 경험이 이 책의 준비 작업 중 가장 안 좋은 기억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의사와 환자는 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서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9가지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통의학체계에서 의사들에게 '의학예술'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지만, 이들에게는 예술가처럼 의술을 펼친 의사들이 있었다. 즉흥적 영감으로 치료법을 선택하고,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성이나 명백한 이치보다 직감을 더 믿으며 미래의학을 만들어갔다.(10쪽) 일반적이지 않기에 그들의 용기있는 선택이 더 크게 와닿는다. 그들의 선택이 옳았기에 마음에 큰 파장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아홉 가지 이야기는 모두 인상적이다. 이 책에 실린 사례는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심각한 상태의 환자이다. 삶을 기대하기 힘든 좌절 상태다. 오븐세척제를 들이켜 기도가 모두 녹아내린 인도 청년, 21주 5일만에 태어난 조산아, 만성통증증후군의 환자, 체온 17도의 저체온증의 환자, 대장암 말기 환자에게 시행된 간이식 등 삶을 상상하기 힘든 상태다. 그들에게 어떻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지, 이 책을 보며 눈을 번쩍 뜨고 집중해본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대충 흘려읽을 수 없는 강렬함이 있었다. 의사가 작가라고 해서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런 느낌은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없앨 수 있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 의학적인 설명, 의사와 환자들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그 상황을 모면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선택과 결과에 집중해서 읽다보면 어느덧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어나가게 된다. 그들의 현실이 가감없이 표현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 중 이미 사망한 사람도 있고, 징후에 적합한 치료라고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보험금고로부터 어마어마한 금액의 청구서를 받는 일도 있었다. 다양한 실질 사례를 통해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이다. 아홉 가지 이야기에 집중하며 의사와 환자의 신뢰에 좀더 큰 의미를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3위 당신이 세상에서 시가 되어라!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이 책은 제목부터 나의 시선을 확 끌었다.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라니! 그냥 스쳐지나칠 듯한 일상 속 평범한 시간을 글로 엮어내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김용택 시인의 글 속에서 내가 잊고 있던 것을 발견하는 느낌이다. '나도 그런 적 있었어.'라고 생각하거나, 이렇게 표현하니 그 심정이 구체화되어 마음에 와닿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시인이 맛깔스럽게 표현한 것을 보며, 그 문장을 곱씹으며 감탄해본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감성을 엿보는 시간을 갖는다. 해 저무는 봄날을 견디지 못했다며, 해가 지면 산들이 부풀어 올라 무섭다고 표현한다. '강변의 봄 풀잎 속에서 푸른 어둠이 기어 나오고'(173쪽) 라는 표현을 보면, 해질녘 그 시간에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이면서도, 시인의 감성이 없다면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보면서 시인 김용택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를 읽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힘을 빼고, 거스르지 말며, 작은 움직임을 관찰하여 시를 발견해내는 모습을 본다. 이 책을 보면 일상 속 평범함 속에서 시인의 눈으로 관찰해낸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진심이 담긴 글은 읽는 이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하고, 공감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또한 그 감성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2위 물고기를 통해 바라본 인류의 문명과 역사 [슈퍼피쉬]

 

 

 

 이 책은 읽을수록 더욱 흥미로운 마음이 생긴 책이었다. 읽을수록 매력적이고,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책이다. 다 읽어갈 때 즈음에는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책이었고, 기대 이상을 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사를 훑어보는 기회를 마련해보았다. 이 책의 장점은 물고기를 통해서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점이었다. 생생한 사진은 내용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어주어 책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고기를 매개로 해서 인간 삶의 역사를 훑어보는 것은 흥미롭다. 예전에 이런 시선으로 살펴본 적이 없기때문에 더욱 신선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지식도 많았고, 그런 점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고기 잡이의 다양한 방법, 지역마다 다른 어종과 인간 역사와의 연계, 물고기 저장 방법을 통해 바라본 인류의 식문화, 종교와 물고기의 연계, 현대사회의 어획 관련 현황 등 이 책을 통해 포괄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첨단장비로 무장한 대형 선망 어선이 무차별적으로 쓸어 담는 참치 어획량은 엄청나기에 지중해 참치는 현재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며 물고기를 통해 문명이 발달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와 미래에도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인 물고기에 대해 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너무도 흔하지만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물고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에필로그의 제목처럼 '물고기, 고맙고 미안하고 경이로운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깨달아본다.

 

 

1위 조르바같은 사람은 천년을 살아야 하는건데......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는 유명한 책이다. 제목만 들어도 이 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예전에 읽었다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이다. 지금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어보기 시작했으나,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찬찬히 읽어보게 된다. 지금의 나는 이 책을 한 줄도 빠짐없이 꼼꼼히 정독하며 조르바의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나는 이 책을 펼쳐들었고, 이 책은 기가 막힌 표현으로 나를 작품 속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 책을 보면 조르바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성품 표현을 기가 막히게 잘해서 작품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투박한 말로 할 말 다하고, 툭툭 던지는 말이 다 맞는 말이니,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조르바의 여성 편력도 그렇다. 속되지 않고 오히려 경건하고 성스럽게 느껴진다. 속된 표현도 성스럽게 할 수 있는 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나쁜 짓을 해도 조르바가 하면 나쁘게 생각되지 않는다. 조르바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이 생명력을 갖고 태어나는 느낌이다. 나도 이 책의 두목처럼 어느덧 조르바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그러니 조르바의 부재 또한 못견디게 허전한 일이었을테다.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태초의 신선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겨운 일상사가 우리가 하느님의 손길을 떠나던 최초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78쪽)

 

 조르바는 단순명료한 사람이다. 조르바가 말하면 욕을 해도 욕같지 않고 재미있는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조르바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테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면 책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르바는 심지어 이런 말까지 한다. '두목, 나 지금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외다. 나는 하느님이 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크고, 힘이 세고, 나보다는 돌아도 좀 더 돌았겠지요만(155쪽)' 약간 위험한 듯한 발언도 조르바가 하면 괜찮게 느껴지니, 묘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신랄하게 뱉어내는 후련함, 시원함,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조르바를 통해 인간의 절망적이고 슬프고 힘들었던 부분을 실컨 뱉어내고, 두목은 그러한 감정을 흡수해서 어루만져준다. 그들의 대화를 보다보면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충분히 공감하며 빠져들게 된다. 조르바는 진정, 행동파 휴머니스트이다.

 

 작품이 다 끝나고 이 책을 번역한 이윤기의 글 <20세기의 오디세우스>를 읽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깊이를 더해준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445쪽)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으로 마지막으로 꼽는 인물,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야생마 같은 주인공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다. (458쪽)

소설을 다 읽고 가볍게 읽다가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 부러움이 가득해진다. 하지만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인이라는 것은 비극이다. 이름이 '카잔초프스키'였고, 러시아어로 작품을 썼더라면, 그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영국의 문예 비평가 콜린 윌슨의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