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매슈 설리번 지음, 유소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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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무언가에 몰입하며 나른한 삼매경에 빠져들고 싶기도 하다. 그럴 때에는 소설 읽기가 제격이다. 흥미진진한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며 글솜씨에 이끌려 끝까지 읽어나가면 뿌듯한 만족감이 든다. 이 소설《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도 그런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솔깃한, 책이 소재로 들어가는 소설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본다.


서점에서 목숨을 끊은 한 외로운 청년

그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책 속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

그 메시지가 되살려낸 20년 전 공포의 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 (책뒷표지 中)

이 소개만으로도 두근두근, 궁금한 생각이 들어 소설을 펼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매슈 설리번. 단편소설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푸시카트상과 여러 문학상 후보에 올랐고,「언파운드」로 플로리다 리뷰 에디터 상과 로버트 올렌 버틀러 상을 수상했다. 덴버의 태터드 커버 서점과 보스턴의 브루클라인 북스미스 서점에서 수년간 일했으며, 이 때의 경험이 이 책을 쓰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이 책은 2017넌 발표한 그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 즉시 언론과 독자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으며, 반스앤노블 '주목할 만한 신인작가', 시애틀 공립도서관 '올해의 소설', 서스펜스 매거진 '베스트북' 등에 선정되었다.


소설을 읽을 때에 초반에 사로잡히는 것이 좋다. 너무 뒷부분까지 흥미없이 진행되면 재미가 반감되고, 어떤 때에는 그만 읽어야 하는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행이 초반에 나를 끌어들인다. 리디아는 목을 매 죽은 조이를 발견한다. 자신의 비명소리가 서점 안을 섬뜩하게 울려퍼지고, 상세하게 묘사되는 장면은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진다. 그러면서 그에게서 리디아의 어릴 적 사진이 발견되니 궁금증이 더한다. 조이는 왜 서점에서 천장 기둥에 걸린 기다란 줄로 목이 감겨 있었던 것일까? 조이의 주머니에는 왜 리디아의 어릴 적 사진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조이는 작은 아파트에 있던 책과 물건들을 리디아에게 유품으로 남기는데, 리디아는 조이가 남긴 퍼즐 풀기에 몰입한다. 독자로서도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장치이기에 지금껏 책을 소재로 하던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다.

"조이가 책을 왜 잘라냈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 데이비드가 말했다. "여기 해답이 있어."

"무슨 뜻이야?" 데이비드는 잘못 붙은 라벨을 두드렸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당신에게 이 책을 가리켜 보인 거야. 조이가."

"왜 그랬을까?" "모르지." 데이비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해답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 답은 원래 이 라벨에 붙어 있었던 책에 있을 거야." (93쪽)


이 책《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는 책을 이용한 기발한 장치를 도입한 추리소설인 동시에 오감을 환기하는 책의 물성에 대한 연애편지다. 이 어둡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들은 정말 이상하고 어그러진 것은 리디아가 사랑하는 저 인생의 낙오자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가면을 쓴 바깥세상이라는 것을, 잉크 냄새, 서점의 먼지 냄새를 맡으며 하얀, 혹은 누군가 손으로 쓴 메모가 군데군데 남아 있는 페이지를 넘기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컴퓨터와 단말기, 이북의 세계가 우리의 이런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시대가 올까. (384쪽_옮긴이 후기 中)

일단 이 소설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한 표. 옮긴이 후기에서 볼 수 있는 의미를 찾아서 더욱 큰 틀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 표를 주고 싶다. 색다른 느낌의 소설을 접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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