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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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야말로 가마솥 더위, 찜통 속에 있는 듯한 나날이다. 밤에는 더워서 잠에서 깨어난다. 낮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턱 막힌다. 펄펄 끓는 세상 속에 살아가자니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8월은 우리말 표현으로 '타오름달'이다. '하늘에서 해가, 땅위에선 가슴이 타는 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달이름과 잘 어울리는 나날이다. 이번 달에도 월간 샘터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본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심야식당'의 추억을 팝니다>가 눈에 띄었다. 일본 만화, 드라마로도 제작된 심야식당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시선이 저절로 집중된다. 그저 재미있게 그 이야기를 바라보기만 한 나와는 비교되게, '드라마에 나온 식당처럼 기억 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공사장 앞 타코야끼 가게가 떠오르자 자신도 누군가에게 음식으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보람일 것 같았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으니, 드라마의 한 장면이 인생을 바꾸는 강렬함이 있었던 것이다.

 

'동물에게 배운다'의 <어미를 향한 새끼의 사랑>도 인상적이다. 개코원숭이의 새끼는 일반적으로 겁이 많아 사람들이 다가가면 멀리 달아나기 마련인데, 어미가 자신을 전혀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져 있음에도 어미의 털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꼬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동물에게든 인간에게든 자식을 향한 부모의 내리사랑만 존재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지만, 새끼도 본능적으로 어미를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과학에게 묻다'에서는 <화장실 휴지 방향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들려준다. 휴지가 앞으로 늘어뜨려진 상태(롤 오버, roll over)가 뒤로 늘어진 상태(롤 언더, roll under)보다 낫다는 주장은 과연 옳을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이들의 성향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미국의 인간관계 전문가 길다 칼 박사는 18세부터 74세 사이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롤 오버인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며 타인에 대해 지배적인 성향이 더 강하고, 롤 언더를 선호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순종적이고 친화적이며 유연한 성격을 지녔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많이 공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수입에 관한 연구 결과도 담겨있으니 흥미롭게 읽어보게 된다.

 

저 바람을 보라.

바람은 아무 집착이 없다.

나뭇잎을 흔들 때는

최선을 다해 흔들지만

나뭇잎을 떠날 때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1984년 8월『특집』중)

승려시인 석지현 선생이 30여 년 전《샘터》에 기고한 '인간의 속도'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한낱 바람에 얼마나 중요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일 자체를 목표로 삼아야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생기 있는 삶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충실히 임한다면 모든 짧은 순간이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55쪽)

 

매달 기다리는 코너 '미술관 산책'에서는 <사물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에 대해 들려준다. '한 삼백 년 전쯤으로 돌아가 그 당시의 시장에 다녀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샤르댕의 그림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1739)를 소개한다. 이 그림에는 일상에 놓인 사물과 그 사물들과 함께 사는 사람의 심리가 담겨있다고 하는데, 그림을 좀더 자세히 보면서 상상 속에 빠져든다. 이번 달에는 샤르댕이라는 화가에 대해 알게 된다.

 

이번 달에도 월간 샘터와 함께 자투리 시간을 의미 있게 보냈다. 월간 샘터 다음 호를 볼 때 쯤이면 가마솥 더위는 수그러들고 있을까? 가을 기운이 조금은 느껴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다음 달 월간 샘터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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