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 예쁜과 날씬한을 뺀, 진짜 몸을 만나는 마음 다이어트
제스 베이커 지음, 박다솜 옮김 / 웨일북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은 뚱뚱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몸매에 대한 숭배는 왜 이리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속상해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일이다. 이 책《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예쁜'과 '날씬한'을 뺀, 진짜 몸을 만나는 마음 다이어트를 표방한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이든 현실 속의 나를 위축되게 놓아두지 말고, 이제는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제스 베이커. 자기애와 정신건강 운동가로서, 블로그 <밀리턴트 베이커>와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문제적 브랜드 마케팅에 대응한 "매력적이고 뚱뚱한" 캠페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폭넓은 신체 긍정 운동으로 다양한 미국 및 국제 언론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껏 당신이 당신 자신의 몸을 끔찍이 싫어했으며 그런 자기혐오가 지긋지긋하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너무 학술적인 책은 부담스럽지만 몸 사랑하기에 대해 남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는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지금 모습 그대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줄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웹서핑은 별 도움이 안 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뚱뚱한' 여자로서 (그렇게 불리기를 두려워하며) 당신의 몸이 모든 것의 원흉이자 근사한 삶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7쪽_ 저자의 말 中)
 
이 책은 총 13챕터로 구성된다. '몸은 '나'를 담는 숭고한 집', '그냥 '지금' 해, 살 뺀 다음 말고', '도대체 언제부터 네 몸을 미워한 거야?', '행복을 새치기한 자, 악플의 무게를 견뎌라', '몸무게에 관한 의사들의 헛소리를 검토해보자', '마음껏 셀피를 찍어라, 잔뜩 찍어라', '미디어 편식은 케이크보다 위험하다', '누구나, 이유도 없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봤다"는 기묘한 칭찬', '소름끼치게 두려워했던 옷을 입어라', '계속 그런 척하면 진짜 그렇게 되는 마법', '그 대단한 사랑을, 뚱뚱한 여자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내 몸이 끔찍한 날에는' 등 열세 챕터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역자 후기 '세계 최저 비만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글도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몸은 우리가 대중에게 내보이는 설치미술이다. 몸은 주위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처음으로 받는 메시지다. 몸은 세상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맡아주는 신체적 책갈피다. 몸은 우리라는 사람을 담는 숭고한 집이다. 몸은 친절한 성격, 재능, 열정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부다. 우리는 껍데기만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그 껍데기 역시 우리의 존재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몸에 집중한다. 우리가 자신의 몸을 보는 관점이 우리가 세계에 참여하는 방법을 결정한다. 그러니 지금껏 믿어온 헛소리들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완벽하게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25쪽)
현재의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탈피하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감이 낮아지는 행동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며 자괴감에 빠지고 있고,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행복하지 않다면 살을 뺀다고 좀더 행복해질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믿으며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매를 바꿀 때까지 좋은 일, 훌륭한 일, 필요한 일을 미룸으로써 스스로의 인생을 옭아매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뚱뚱한 여자로 20년 넘게 산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무언가 속시원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후련한 기분이다. 우리가 자기 몸을 혐오하게 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면서 농경 공동체의 역사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독특하고, "제일 중요한 건 이런 아름다움의 기준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기준들이 50년도 더 된 담배 연기 자욱한 사무실에서 부유한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목적은 금전적 이윤과 대중 통제였음을 아는 것이다. 다르게 생긴 몸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혐오는 학습되었다.(76쪽)"라는 문장도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너무나 강렬하게 믿은 나머지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었다. 그 이상이란 현실에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에겐 정말 구원이 필요하다. (77쪽)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진지하게 이 책을 읽다보면 한 가지 생각에 다다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성의 시작적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 우리는 모든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의 몸은 모두 괜찮다. 훌륭하다. 어쩌면, 완벽하다. (182쪽)
마지막에 '참고자료'가 QR코드로 제공된다. 신체 긍정과 관련해 참고로 삼을 만한 웹사이트, 블로그, 소셜미디어 목록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으니, 엄선된 유용한 사이트를 추려서 관심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혹사시키며 다이어트 신화에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놓치고 있던 행복에 시선을 돌리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살 뺀 다음'으로 미뤄두었던 행복, 더 이상 기다림에 굶주리지 말고 지금 당장 누리자!는 띠지의 말이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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