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위한 변명
그레고리 라바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평생을 번역을 했고 '번역가들의 대부'라 불리는 한 사람이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백 년 동안의 고독』영역본 번역을 했는데, 원저자 마르케스에게 이런 극찬을 받았다는 점이다. "나는『백 년 동안의 고독』영역본을 내가 쓴 스페인어 원본보다 더 좋아한다"라고. 그가 들려주는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번역을 위한 변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레고리 라바사.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들 중 가장 저명한 사람으로 '번역가들의 대부', '번역가들의 번역가'로 통한다. 1966년에 본격적으로 번역 일에 뛰어들어 작업한 책, 훌리오 코르타타사르의『돌차기 놀이』로 전미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2005년 자신의 번역 인생을 회고한『번역을 위한 변명』을 펴냈고, 이 책은 펜(PEN)상을 받았으며,「LA타임스」선정 '올해의 좋은 책'에 뽑혔다. 그 외에도 문학 번역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전미 도서협회상과 문학예술아카데미 번역상을 받았고,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가장 최고의 상인 국가예술훈장 등을 수훈했다. 2016년 6월 13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라바사가 83세의 고령에 들어 자신의 번역 활동을 회고한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반역의 시작', 제2부 '번역 작품의 구체적 명세서', 제3부 '판결을 대신하여'로 나뉜다. 옮긴이의 말 '번역가는 쌍두마차의 마부'로 마무리된다. 1부에서는 '번역자는 반역자'라는 이탈리아 격언을 들며 그에 대한 변론으로 시작된다. 과연 어떤 부분이 반역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2부에서는 저자의 번역에 관한 경험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3부에서는 판결 선고 전의 최종 변론을 펼치면서 번역의 본질과 번역가의 역할을 짚어준다.

 

먼저 구성 자체가 독특해서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고령의 번역가가 회고록을 작성했다기에 교훈적이거나 학습적으로 풀어나갈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의외의 재미에 푹 빠져든 책이다. 독특한 비유와 상세하게 풀어내는 이야기, 수많은 경험담 중에 거르고 걸러서 한 권의 책에 풍성하게 담아냈으니,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관심이 생길 것이다. 아니, 당연히 읽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번역의 길을 걸은 사람의 번역에 대한 노하우를 엿볼 수 있으니, 이 책을 필독서로 삼아 읽고 또 읽으며 힘을 얻기를 바란다.

 

누군가 번역 일에 관하여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이 책을 건네며 한마디만을 덧붙일 것이다. "이게 다예요."

_김명남(번역가)

번역의 길은 어떨까 생각하며 자신의 길을 아직 정하지 않은 사람도 좋고, 번역을 막 시작하려는 새내기, 이미 번역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번역가들의 대부가 들려주는 번역 이야기는 솔깃하게 다가올 것이다. 번역일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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