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10가지 실천 심리학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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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다. 내가 왜 그랬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이 책의 제목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를 보고 남 얘기가 아닌 듯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의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책의 저자는 매들린 L. 반 헤케. 임상심리학자로서 오픈 암스 세미나 강사이자 워크숍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의 우수한 재능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의문을 품고 그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추적해나간 저자는 마침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맹점이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까지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나는 맹점을 극복하면 좀 더 나은 관계를 정립하고 훨씬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삶과 개별적인 일, 공적인 생활 모두에서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11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들어가며'에서는 왜 똑똑한 사람들이 바보짓을 하는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생각의 사각지대 맹점에 대해 짚어본다. 또한 어처구니 없는 바보짓에서 벗어나는 법을 살펴본다. 1장 '생각의 렌즈를 잃어버려 저지르는 멍청한 실수들', 2장 '사고의 오류를 깨닫지 못하는 인간 심리의 비밀', 3장 '너무 익숙하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다', 4장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최악의 맹점에서 풀려나기', 5장 '주관적인 편견의 강력한 늪에서 빠져나오기', 6장 '패턴 안의 갇힌 사고, 패턴 밖의 열린 사고', 7장 '보이지 않은 고리를 찾는 추론의 사다리 타기', 8장 '증거 뒤에도 도사린 위험한 오류의 함정', 9장 '믿음의 욕망에서 벗어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힘', 10장 '부분에서 전체로 시스템을 파악하는 추상적 사고력'에 이어 저자 후기, 옮긴이의 글, 본문의 주와 참고문헌을 담았다.

 

우리를 괴롭히는 맹점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서 언급할 열 가지 맹점 중 세 가지는 '뭘 모르는지 모른다!', '전체를 놓치고 부분만 본다', '자신의 맹점은 보지 못한다'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무조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탐욕이나 이기심, 게으름 때문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얼핏 본 것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한 이면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둘째 일단 상대방을 심각한 결함이 있는 존재로 대하면 그들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거기에 대한 예시를 보며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성격적인 결함 탓이 아니라 인간의 맹점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이 책을 읽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단순히 설명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맹점의 실제 사례에 심리학적 이론을 근거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떤 부분에서는 말도 안되는 행동을 보인다며 의아하다가도 나에게 그런 면이 있는지 생각에 잠긴다. 웃다가도 뜨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 쯤은 있게 마련인데, 이 책을 통해 원인 파악을 하며 극복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극복 전략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조직, 사업, 인종, 정당, 국가에 속해 있든 각자의 맹점을 좀 더 분명하게 의식할 때에만 당면한 이슈를 깊게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맹점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타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와 다른 타인은 우리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33쪽)

 

옮긴이의 글에서도 흥미로운 일화를 읽었다.

요즘 한국에는 갑자기 와인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과거 같았더라면 듣도 보도 못했던 소믈리에 같은 직업도 생겼다. 와인과 관련하여 '블라인드 테이스팅 blind tasting'을 한다고들 한다. 처음에 나는 그게 '블라인드 테스팅 blind testing'인 줄 알았다. 그래서 눈을 가리고 포도주를 시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내가 드러낸 '블라인드 스팟(맹점)'이다. 모르면 묻기나 할 것이지.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다시피,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그것이 또 다른 맹점이다. (339쪽)

나도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익숙해서 그랬을 것이다.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수많은 일들을 어느 순간 제대로 깨닫기도 하고, 아니면 평생 모르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맹점은 한 개인의 어리석음이나 멍청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이 안고 있는 필연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서로에게 훨씬 관대해지지 않을까?(339쪽)' 옮긴이는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한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라거나 부주의에 따른 문제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인간의 맹점에 대해 생각해보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맹점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나또한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으니 좀더 관대하게 사람들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맹점의 사례들도 흥미롭게 들려주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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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4-0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세 가지 맹점 새겨 읽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