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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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탁월한 사유의 시선』이 건명원 강연을 엮어서 책으로 낸 것인데, 철학에 대해 사색하며 기대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그 책으로 인해 건명원 강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뇌과학으로 인류를 통찰한 내용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인간을 읽어내는 과학』도 마찬가지의 기대감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명원(建明苑)의 과학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인류의 미래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뇌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추함과 아름다움, 잔인함과 선함 같은 양면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즉 호모 데카당스와 호모 스피리투알리스가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같은 양면성과 모순이 한 시대나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한명 한명의 머릿속에도 존재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머릿속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입니다. 뇌과학자인 저는 어떻게 '지킬과 하이드'가 우리의 머릿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천재적인 행동을 하는 동시에 잔인하기 그지없는 행동까지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지요. 자, 그럼 이제부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보겠습니다. (13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5강으로 구성된다. 1강 '뇌와 인간'에서는 '나'는 존재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떻게 생겼는가, 생각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나일 수 있는가,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에 대해 짚어본다. 2강 '뇌와 정신'에서는 '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에 대해 살펴본다. 인간은 합리적인가, 믿음은 왜 생겼는가, 정신도 병드는가에 대해 뇌과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3강 '뇌와 의미'에서는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에 대해, 4강 '뇌와 영생'에서는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에 대해,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에서는 뇌과학으로 본 '나'와 '우리'에 대해 짚어본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뇌과학'이고, 생물학적 자연과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적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이 뇌과학이라고 한다.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 그리고 윤리, 결국 모두 뇌라는 생물학적 원인을 가지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며 뇌과학을 바탕으로 철학적인 사색을 시작해본다. '나'라는 존재는 뇌의 작용이며, 뇌를 기반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낸다.

 

강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강연을 직접 듣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특히 다양한 미술작품과 사진, 그림 등 시각적인 자료가 풍부해서 ppt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강연을 들으며 뇌에 대해 새로이 알고 정리해나간다. 다양한 실험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뇌과학에 대해서도 보다 흥미롭게 다가가보는 시간이다.

 

'뇌과학'이 전혀 딱딱한 학문이 아니고 인간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학문이라는 점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함께 생각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통찰해보는 시간이다. 흥미로운 강연에 집중해본다.

우리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100퍼센트 바뀝니다. 나라는 존재가 나의 몸이라면 1년 전의 나는 더 이상 지금의 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1년 사이 100퍼센트 바뀌어 똑같은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20~30년을 살았다면 나라는 존재는 스물다섯 번 바뀐 셈이 되겠지요. 그런데도 왜 '나는 나'라고 생각할까요?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뇌세포입니다. 몸속 다른 것은 다 변해도 뇌세포는 변하지 않습니다. (95쪽)

 

사실 뇌과학에서는 삶의 이유를 묻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삶은 내가 산 것이 아니라 내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180쪽)

어찌보면 대단하고 또 다르게 바라보면 별 것 아닌 듯한 느낌으로 뇌를 바라본다.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을 통해 나의 존재와 인간의 삶, 죽음, 늙어가는 것 등 삶의 의미와 인간의 의식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에 대해 통찰해본다. 마지막 5강에서는 인터뷰 형식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마무리 된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을 고찰해보는 시간이 독특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존재와 삶과 죽음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싶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뇌과학이라는 수단으로 통찰해보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흥미롭게 강연을 듣고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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