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았던 배우 박정민이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주며 몽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해준 배우였기에 그의 산문집은 나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

쓸 만한 생각 쓸 만한 사람들을 써 내리고 싶었다.

이 책은 나의 말이고 글이고 사람들이다. (저자의 말)

 

매거진에 실린 기존의 글들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쓸 만한 인간》에서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한 청년의 삶을 볼 수 있다. 그의 글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가 뭉클하게도 만든다. 배우로서 겪은 일, 여행자로서의 느낌, 친구, 아들 등 여러 모습으로서의 자신을 표현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정착, 여행, 처음, 대종상과 홍콩, 휴식, 새해 복, 영화 같은 인생, 책, 수첩, 찌질이, 노력의 천재, 상실의 시대, 벨기에, 강박, 엄마, 칠거지, 아르바이트, 쉬리,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팀, 동주, 덕, 이사, 잘 듣고 있습니까, 인터뷰, 페루, 응답하라, 30, 영숙이와 별이, 볶음밥 만드는 법, 마이너리그, 상, 모르는 세상, Untitled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농담이 좋다. 실없는 농담 속의 실다운 진심이 좋다.

농담 따먹기. 그러나 마냥 시시껄렁하고 싶지만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이다_ (책 뒷표지 中)

무겁고 폼 잡는 글만 가득하다면 오히려 진솔한 느낌이 감소할 것이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웃음 코드는 그래서 더 생생하다. 현실 속의 한 인간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거창하게 영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약간의 허당기도 있고 말 안 듣는 동생 같은 느낌을 주는 한 사람이 보인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배웁니다."

"뭐 배우시는데요?"

"아니 배우라고요." (40쪽)

 

팀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팀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팀을 언급하고, 2015년의 <동주>를 손꼽는다.

 

언제나 좋은 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어도 언젠가 좋은 팀에 속해 있을 수는 있을 거다. 모두가 강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의 팀을 강팀으로 만들 수는 있을 거다. 뒤에서 받쳐 주는 동료들을 믿고 다들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다 이뤘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결국엔 다 잘될 테니까 말이다. (145쪽)

 

 

사는 데 9회말이 있는가. 역전패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길 때까지 그렇게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당신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신 거다. (65쪽)

읽다보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동네 동생의 풋풋한 이야기를 보게 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통통 튀는 인간적인 매력이 전달되어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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