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분노하며 폭발하기보다는 꾹 참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그때 그 말을 할 걸….' 하며 후회하는 편이다. 요즘들어 그 반대로 행동한 적이 많았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벌컥 화를 내는 일이 잦았는데, 마찬가지로 자려고 이불을 덮고 있으면 떠오른다. '그때 그 말은 하지 말지, 왜 그랬어?' 스스로에게 물으며 얼굴을 붉힌다. 조금만 참을 걸…. 후회는 계속된다.

 

어짜피 화를 내든 조용히 참든, 흘러가고 보면 별로 기억이 나지도 않고 신경 쓸 것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속상해하고 열받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상대방은 어떻게 그런 말하는지 속상해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과의 관계는 늘상 어렵기 마련이다. 

'화를 내는 일은 날마다 가볍게 찾아오는 것'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 폭발 직전의 화…. (6쪽)

이 책에서는 분노를 폭발하며 화를 내는 것이 아닌 소소한 일상에서 울컥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인데, 짤막한 글과 함께 네 컷 만화로 마무리된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는 만화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은근히 마음을 잡아끌며 중독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처럼 글과 네 컷 만화가 함께 있는 것도 좋다. 에피소드를 잘 담아내어 가독성이 있고, 만화는 만화대로 핵심을 잘 짚어놓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라서 말로 내뱉기조차 민망했던터라 조용히 덮어두었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듣고 반가운 느낌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격하게 공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게 되었다. 마스다 미리는 평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 책을 읽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꼭 내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내일 약속을 모레로 변경해주세요"라는 용건을 위해 15분이나 이어지는 긴 통화, 캐치세일즈에 관한 일화, 편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특히나 남의 이야기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어찌보면 별로 화를 낼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주먹을 불끈 쥐게 되고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실 우리는 거창한 것으로 화를 내기보다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주먹질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 책에는 남 이야기가 아닌 듯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읽다보면 내 마음을 들킨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 발짝 물러나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속시원한 웃음으로 소심한 화를 승화시킬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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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2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고 싶네요 고시원에서 공부 중인데 저도 모르게 날카로워져요 옆 방에 밤에 자는 시간에 쿵쿵 문을 닫고 다니면 나가서 멱살을 잡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ㅠ 모기가 방에 들어오면 다이소 전기모리채로 격렬하게 때려 잡아요 ㅠ 흠 진짜 저 이 책 읽어야 할 듯 소근거리듯 친절한 리뷰 감사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