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하지만 글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나는 왜 쓰고 싶어지는 것일까. 쓰고 싶긴 한 것일까. 이왕이면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엇을 쓰는 것이 좋을까. 여러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글쓰기를 미룰 핑계가 되어버린다. 결국 의문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그냥 책읽기에 적당히 타협하며 지내게 된다. 이럴 때에는 글쓰기 관련 서적을 읽으며 하나씩 점검해보는 것도 글쓰기 의욕을 다시 끄집어내는 데에 좋은 일이다. 이 책《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은유. 글을 쓰는 사람이다. 2011년부터 연구공동체 수유너머R에서, 2015년부터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마을공동체 청년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도 열었다.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뜻을 두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된다. 글쓰기의 기술도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어떤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탄탄한 문장력은 그 다음이라고.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속이는 글, 본성을 억압하는 글, 약한 것을 무시하는 글, 진실한 가치를 낳지 못하는 글은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선행되어야 할 질문에 고심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만 집착했던 시간들을 반성한다.

이 책은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증언이다. 누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여지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들, 고민들, 실험들, 깨침들, 변화들,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다. 글을 쓰고 싶은데 한 문장도 나아가지 못할 때, '왜'라고 묻고 '느낌'으로 써내려가는 그 섬세한 몸부림의 시간을 담았다. 지난 4년 간 글쓰기 수업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구성했다. (35쪽)

 

이 책은 총 6부로 나뉜다. 제1부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는 목소리를 갖지 못한 이들이 자기 삶을 용기 있게 증언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제2부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는 각기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 시를 낭독하고 외우고 느낌을 말하면서 감각의 주체로 거듭나는 여정을, 제3부 '사유 연마하기'는 상식과 금기에 도전하며 자기 관점에서 질문하는 법, 4부 '추상에서 구체로'는 삶에 근거한 살아 있고 정직한 글쓰기, 5부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는 나의 언어로 타인의 삶을 번역하는 글쓰기 실전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6부 '부록'에는 노동 르포와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 책에서는 책읽기에 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부록에 보면 '참고도서 '가 있는데, 글쓰기 수업 시간에 읽은 책들의 목록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누군가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는다면 '읽고 쓰는 모임을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여럿이 모여서 각자 생각을 말하고 책을 읽고 글로 써보는 시간을 누리기를 권한다고. 그것도 글쓰기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다' 좋은 책을 읽었다. 읽기와 쓰기는 다른 행위지만 내용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읽기가 밑거름이 되어 쓰기가 잎을 틔운다. 책을 읽어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눈을 키운다. 세상은 어떤 것이구나 통찰을 얻는다. 모국어의 선용과 조탁, 표현력을 배운다. 좋은 문체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인데, 총체적으로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82쪽)

 

글쓰기에 대해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된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깊게 하고 표현하는 자신만의 언어임을 깨달으며, 지금껏 글쓰기와 사회 현상을 연관지어 생각지 않았다면 이 책을 통해 르포 글쓰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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