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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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라니 제목이 과격하다. 사실 강렬한 제목과는 다르게 편안하게 수다를 떨며 커피 한 잔 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나이든다는 것 등 다방면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하며,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를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남인숙.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비롯한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의 차례를 찬찬히 읽어보면, 이미 독서가 시작된다. 어떤 내용인지 본문을 읽어보기도 전에 소제목에서 공감하며 나만의 상념에 잠긴다. '이상하다, 어른이 되니 더 재미있다', '뻔뻔해지니 세상이 좋아졌다', '이제 세상에서 영원한 조연으로 밀려나는 걸까?', '나이 들수록 점점 아름다워지는 법', '시간은 점점 미친 듯이 흐른다', '따져보자, 정말 이십 대가 좋았던가?' 등의 제목만으로도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바로 수다 모드로 돌입할 듯,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편안하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프롤로그를 보면서 웃기 시작했다. 다시 태어나도 나하고 결혼하고 싶냐고 질문하는 남편에게 단번에 "당연히 아니지."라고 답하고는 글을 이어간다. 남편을 사랑한다고, 웬만하면 이번 생에는 끝까지 그와 함께 하고 싶다고.

 

이 책을 읽으며 글 속으로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상 속 상념을 맛깔스럽게 펼쳐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떤 이야기를 읽어도, 어느덧 마음 속에 수만가지의 생각이 이어진다. 별 것 아닌 듯한 소재에서도 명쾌하게 건져내는 의미가 있다. 나의 예전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며 어느새 책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편안하고 유쾌하게 이 책의 이끌림에 끌려가게 된다.

 

삶에는 어느 단계에나 선물이 숨어 있다. 누구나 '좋은 시절'이라고들 말하는 청년 시절에만 삶의 절정이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무지와 어리석음과 혼돈으로 후회될 짓만 하고 돌아다니던 내 젊은 시절을 돌이키기도 지긋지긋하다.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더 좋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이 들어서 전보다 쓸쓸하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청년 시절을 추적 관찰해보면 청년 시절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서 더 불행해진 게 아니라 지금 불행한 핑계로 나이 든 것을 선택한 것뿐이다. (11쪽)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난 후 온몸이 뻐근해져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이어서 그런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했다. '낯선 곳에서의 모든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신에 비해 육체가 점점 여행에 부적합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참 소름끼치게 인생은 공평하다.(37쪽)'라고 하는데, 지금의 내가 딱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머, 맞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에서는 한참을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내가 예전보다 더 행복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 구체적으로 정리가 된다.

어찌 보면 우리는 우리가 바랐지만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아쉬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알고 보면 우리의 손에 닿는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온 결과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56쪽)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비슷한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와닿는다. 그러면서도 무심하게 지나치던 현실의 나를 통찰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이다. 상황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생각이 핵심을 잘 찔러주어 아끼며 읽게 되는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결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제목보다 더 알찬 책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더 마음에 드는 그런 책이 있을 것이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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