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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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에디톨로지』개정판이다. 2014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4년 만이다. 독자를 들었다놨다하는 입담, 파격적으로 다가온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의미 등 그 책을 읽으며 접한 에디톨로지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생각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초판에 집어넣었던 허접한 유머는 다 뺐다고 고백한다. '아재개그'때문에 핵심 주장이 가려진다고 비판을 받았다며, 조금은 진지하게 재편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에디톨로지』만큼 공들여 쓴 책은 없다고 하니, 더욱 정신을 차리고 이 책에 몰입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이자 '나름 화가'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 역임, 일본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 2015년 수료했다.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와 터를 잡은 곳은 전라남도 여수, 창밖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가끔 작은 배를 몰고 나가 고기를 잡는다. 책으로 빼곡한 서재에서 글을 쓰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에디톨로지』만큼 공들여 쓴 책은 없다.『에디톨로지』는 지금까지의 내 대표작이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 개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수에서 몇 년째 혼자지내며 그 구체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내 책의 독자들이 없다면 그런 책을 쓸 이유가 없다.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7쪽_개정판을 내며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2부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3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가 핵심 주제다. 마우스라는 도구의 발명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2부에서는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뤘다.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의 내용을 살펴보고, 시간을 다루는 역사학에 밀려 있는 공간학 혹은 공간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관해 생각해봤다. 3부는 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설명이다. 먼저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인간, 즉 개인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 아동과 청소년이란 개념의 탄생 과정, 즉 개인의 편집 과정에 역사 발전이라는 근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정리했다. 아울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성립과 몰락이 심리학이라는 근대 학문 형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메타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에디톨로지는 다시 말해 편집학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나는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가 원고를 모아 지면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 혹은 영화 편집자가 거친 촬영 자료들을 모아 속도나 장면의 길이를 편집하여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 같은 '편집의 방법론'을 통틀어 나는 '에디톨로지'라고 명명한다. (27쪽)

 

 

 

손으로 붙잡는 느낌이 예전과는 다른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점, 내용이 편집되어 재출간된 것, 이 책의 초판을 읽을 때와 지금의 나 사이의 간극, 책을 읽는 공간…. 비슷한 듯 다른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좀더 정리되어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초판을 이미 읽었던 독자라도 다시 읽으며 핵심 개념을 상기시키는 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양념처럼 들어간 마지막 부분이 톡톡 튀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스페셜 부록 '내 서재는 '편집실'입니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적당히 자기 자랑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겸손만이 미덕인 듯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며, 현재의 작업환경에 대한 글과 사진을 보여주며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러면서 에디톨로지 개념을 읽고 끝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을 할지 생각에 잠긴다.

 

책을 읽다보면 썩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는 것이 극히 드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책을 읽은 보람과 뿌듯함이 느껴지니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으로 산뜻한 자극을 받는 시간을 보냈기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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