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三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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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열두 권의 시집. 기획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명화 감상과 함께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볼까 생각하다가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이 함께 담긴 이 책을 선택했다.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라는 문장이 화두처럼 맴돈다. 그동안 얼마나 시를 잊고 살았던가. 이 순간만큼은 시와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고자 이 책《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1월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2월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3월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4월 '산에는 꽃이 피네', 5월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6월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7월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8월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9월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10월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 11월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 12월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으로 구성된다. 클로드 모네, 파울 클레, 에드워드 호퍼, 앙리 마티스, 피에르 보나르, 빈센트 반 고흐, 칼 라르손 등의 미술 작품과 함께 시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365+1편의 시, 500여 점의 명화

80여 명의 위대한 시인, 12인의 천재 화가

열두 달의 계절과 느낌

생일 시와 생일 명화

열두 권의 시화집에 담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에 담긴 시를 쓴 시인은 다음과 같다. 윤동주, 백석, 정지용, 박인환, 김소월, 노천명, 변영로, 윤곤강, 이해문, 이상화, 노자영, 이장희, 허민, 박용철, 에밀리 디킨슨, 타데나 산토카, 마쓰세 세이세이, 마사오카 시키, 가가노 지요니 등 19인이다. 그림은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데,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가 도움을 주었던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은 마네,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드가, 세잔 등이었다. 그가 소장하고 있던 67점의 인상파 작품들을 사후에 프랑스국립미술관에 기증했으나, '주제넘은 기증'에 당황하여 수용 여부를 놓고 미술관에서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논란을 계기로 인상파 화가들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시집과 좀더 크고 두꺼운 책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을 법하다. 부담없이 지니고 다니며 어디에서나 펼쳐들 수 있는 크기인 점은 반가우나 글씨와 그림이 작아서 아쉬움이 크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시를 다시 불러들이는 데에 의의를 가져본다. 윤동주의 <봄>을 시작으로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산토카의 하이쿠, 변영로의 <봄비>, 김소월의 <바람과 봄>, 백석의 <고방>, 박인환의 <구름> 등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 한 편의 시와 그림을 즐길 수 있다.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마사오카 시키

 

 


이 책에 실린 윤동주의 시는 다소 생소한 작품들이지만,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과 함께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접한다.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입장에서는 약간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또한 필요한 시간이다. 하루 한 편의 시와 그림이니 부담없이 감상하다보면 바쁜 하루 중 문학적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명화와 시가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큐레이션 시집, 열두 달 새로운 작품을 마음에 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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