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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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잉의 세상이다.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고를지 망설여지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며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흔히들 멍때리고 있으면 정신차리고 뭐라도 하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대놓고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를 강조한다.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 책《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따분함, 반복되는 단조로움, 지루함이 극에 달한 어느 지점에서 창조의 영감, 통찰력과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폭발하는 과정을 심리학과 뇌과학,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흥미롭게 탐구한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마누시 조모로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열혈 워킹 우먼으로 바쁘게 살아가던 저자가 몇 주 동안 배앓이를 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변화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IT 기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루함(심심함)을 이용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매주 청취자 및 전문가들의 함께하는 실험과 대화를 통해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진퇴양난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카이Kai와 소라야Soraya, 두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지루함이 기발함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빛나는 보석이다. (5쪽)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말 '지루함을 위한 변론'을 시작으로 1장 '지루함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장 '디지털 과부하', 3장 '눈에 보이지 않는', 4장 '추억 만들기', 5장 '우리를 중독에 빠뜨리는 앱', 6장 '딥 워크', 7장 '경이감을 회복하라', 8장 '디지털 기기의 침묵과 창의성', 9장 '당신은 탁월한 존재다'로 나뉜다.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그램'은 7단계의 도전으로 진행된다. 이 책의 2장부터 맨 마지막에 각각의 단계가 실려 있다. 각 단계는 지루함을 즐기는 능력을 길러주고, 테크놀로지와 당신의 관계, 우리의 뇌와 테크놀로지가 충돌하는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정신적인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깊고 생산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것이다. (25쪽_들어가는 말 中) 


언뜻 생각하면 지루함과 기발함은 완전히 상충되는 개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대립적인 상태는 외면적으로 분명하게 구별되지만 사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루함은 기발함을 탄생시키는 부화 장치라고 할 수 있다며, 지루함은 굉장한 방정식이나 공식을 생각해 내기 전에 한동안 머물러야 하는 지저분하고, 불편하고,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장소라고 말한다. 지루함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터라, 이 책이 짚어주는 부분을 이해하며 책장을 넘긴다.


앞의 설명대로 2장부터 각각의 단계가 실려 있다. 이미 하고 있는 것도 있고(나는 휴대전화와 친하지 않다), 조금만 신경쓰면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다. 하나씩 점검하며 파악해본다. 함께 프로젝트에 돌입해본 사람들의 한 마디 말도 흥미롭게 읽히고, 전체적으로 공감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몇 가지를 발견하기도 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한 가지가 눈에 띄기도 할 것이다. 무엇이든 욕심부리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만 먼저 실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페이크케이션('가짜'를 뜻하는 'fake'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을 떠나라. 페이크케이션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주의를 분산시키고, 집중을 방해하는 디지털의 맹공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다. 일상적인 것을 초월해서 혼자만의 생각을 침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 도전을 좋아한다. 이 도전은 나에게 숨 쉴 공간(읽고 답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안도감)을 준다. 생각을 멈추고 어항 속의 금붕어가 된 것 같은 답답한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다. (214쪽)

 

 

지루함의 매력적인 측면을 알려주는 책이다.

흥미로운 실생활 사례와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지루함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고, 더 생산적이고,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도구임을 증명한다. '휴대폰 게임 삭제하기', '사진 안 찍는 날 정하기' 등

삶에 여백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적극 추천한다.

_그레첸 루빈《무조건 행복할 것》,《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의 저자


이미 문명 사회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만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지루함이라는 것을 없애려고 애썼다면, 이제는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지루함'에 대한 글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구성으로 쑥쑥 잘 읽히며, 생각의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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