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대장증후군은 통증과 복부 팽창, 배변 빈도와 변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장의 몇 가지 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소화기 질병으로·······발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에서 6배까지 높다.······여성은 월경 직전에 더 큰 통증을 호소한다. 여성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는 매우 심한 월경통이 있을 수 있다.(127-129쪽)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쓰지만 정확하게는 과민성장증후군이라 해야 한다. 실제 통증은 소장의 기능 장애와 관련성을 지닌다. 과민성장증후군 또한 『이브의 몸』(7)에서 언급한바, 생체의 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GABA 비활성문제와 닿아 있다. GABA를 연결고리로 과민성장증후군은 월경통과 연결된다. 대다수 한·양의사들은 월경통의 원인을 자궁에서만 찾는다. 아직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극심한 월경통은 과민성장증후군 통증과 결합하거나 일치할 것이다. 임상 실제에서 원발성 월경곤란(월경통)Primary dysmenorrhea(menorrhalgia)의 일부는 과민성장증후군 통증의 오진일 수도 있다. 진통제의학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할 진실이다.


GABA는 또 다른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다양한 정신장애 혹은 정신병과 연결된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양극성장애, 망상장애, 그리고 조현병(정신분열증)까지. 연결이란 표현은 사실 매우 모호하다. 원인과 결과를 주고받는다고 하면 진실에 가장 근접한 표현이 될 것이다. 백색의학은 과민성장증후군과 월경통, 그리고 정신장애를 각기 다른 전문의가 상호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따로따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아픈 사람이 겪는 불편은 시간이나 비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질병 현상을 전체로 보지 못한 채, 분절된 정보·요법을 제공 받음으로써 근본 치료의 길에서 멀어진다. 달리 봐야 할 것은 같게 보고, 함께 봐야 할 것은 떨어뜨려 보는 혼란이 낳은 억압이며 폭력이다.


녹색의학은 같음 속에서 다름을, 다름 속에서 같음을 읽는다. 육중하되 경쾌하며, 날카롭되 너그럽다. 요법 포르노에 꺼들리지 않고 질병을 통짜로 치료한다. 과민성장증후군과 원발성 월경곤란(월경통)과 우울장애를 가로지르는 통합처방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 녹색의학에 가장 근접한 의학은 우리가 한의학이라 부르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이다. 아, 물론 현실 한의사들 모두가 한의학을 이렇게 구사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나 그러하듯 백색문명은 절대 디테일의 지배력을 자랑한다. 찰나마다 깨어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창졸간에 백색문명의 노예가 된다. 녹색의학은 이 백색문명을 돌파하는 깃발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백색문명은 모든 사람을 모든 병에 걸리도록 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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