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접수대에 세월호 기억 물품들을 놓아두고 있다. 어떤 분이 내가 세월호 리본을 목걸이와 스마트폰 고리에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디서 구했느냐 묻기에 광화문 가서 몇 개 가져온 것이다. 세 가지 반응이 나왔다.


고맙다며 가져가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누가 가랬나, 여행가다 죽은 걸, 뭐 어쩌라고 기억 운운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아유, 원장님, 세월호에 신경 많이 쓰시는구나, 죽은 애들이 제일 불쌍하지 뭐야,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든 나름 생각하고, 그 생각 나름으로 산다. 인연 따라 가는 것이다. 그 나름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자기 잘못을 눙치고 지나가는 도구로 악용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우리다. 그럼에도 그 알량한 나름을 바꾸지 않는다.


한평생 배우며 산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대부분 거짓말이다.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정보를 쟁여갈 따름이다. 박근혜 파면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잘못된 생각을 돌이키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광신적이 되었다.


인간은 자기성찰의 축을 본성에 지닌다. 어떤 계기에 자아비대증 환자 무리가 나타나 그 축을 뽑아버렸다. 그들이 감염시킨 인류가 수탈문명을 일으켜 오늘에 이르렀다. 또 하나의 파멸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파멸이 다가온다.


파멸을 개벽으로 전복하는 길은 오직 하나다. 소미한 존재에 소미하게 스며드는 사랑小微沁心. 누가 소미한 존재인가. 세월호 아이들이다. 누가 소미하게 스며드는가. 바로 나며 너다. 성찰의 축을 당장 복원한다. 내일은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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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9-19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렸어요..
주식 이야기를 하더니, 문재앙 이러면서.. 어찌나 화가 나고 어이없던지
본인 스스로와 그 자식들이 진정 이명박근혜 밑에서 살고 싶은건지..

이들에게 우리의 추운 겨울 광화문에서의 외침은 사치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ari_che 2017-09-19 17:30   좋아요 1 | URL
주식 얘기 할 정도면 저들은 의도적 무지를 장착한 자본기계입니다. 공동체를 파멸시킬 병기죠. 저들이 야차의 심장을 지녔듯 우리도 오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디 흔쾌히 진욕하는 온기 잃지 마시기를!

^^요즘, 건강은 괜찮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