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과 범죄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 면은 집단적이고 다른 면은 개인적이다. 그것들은 같은 병리 현상의 산물로, 지위와 부에 대한 욕망 그리고 더 사실적으로 느끼려는 욕망 등이 공감 능력 부재와 합쳐져서 발생한다.(244쪽)


전쟁과 범죄를 동전의 양면이라 표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전쟁은 그냥 어떤 유형 또는 양상의 범죄다. 범죄는 악이다. 악은 정신병이다. 그 정신병은 타락 또는 자아폭발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하였다. 역사의 문제니까 역사에서 푼다. 역사를 신뢰하는 단 하나의 근거다.


역사를 신뢰하는 것은 창조주나 역사의 신 따위 개념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경험, 그 경험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인류, 그 인류를 다시 변화시킬 생태적 조건들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내러티브에 가 닿을 그리움을 소환하는 것이다.


그리움은 냄새에 실려 전해진다. 냄새는 아득한 태고의 감각을 깨운다. 태고의 감각은 부비고 부둥키고 부르르하고 부글거리는 경계 감각이다. 포갬과 쪼갬이 맞물리는 마주 가장자리 느낌이다. 마주 가장자리 느낌은 “지위와 부에 대한 욕망” “사실적으로 느끼려는 욕망” “공감 능력 부재”의 독을 달여 약으로 바꾸는 주술이다.


인류는 이 마지막 주술에 힘입어 과학의학이 포기한 정신병, 로고스 윤리학이 포기한 악, 정치경제학이 포기한 범죄, 그러니까 저 잔혹한 전쟁을 녹여낼 수 있다. 문재인과 김정은, 그리고 트럼프의 만남은 이 주술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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