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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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삼 년째 이 푸른 별에서 살고 있다. 그 구곡양장의 시간은 각별한 질병 경험을 기준 삼을 때 크게 넷으로 나누어진다.


1. la Naïveté première: 일심一心 시대(0~22세)

2. la CritiqueⅠ: 입쟁立諍 시대(22~42세)

3. la CritiqueⅡ: 파쟁破諍 시대(42~62세)

4. la Naïveté seconde: 무애無碍 시대(62~84세)


흠, 그러면 여든넷에 내 생이 끝나나, 그건 모른다. 그 순간은 더 일찌감치 올 수도 있고 더 느지막이 올 수도 있다. 일단, 그때까지 이 ‘알아차린’ 삶의 도식에 넣어둔다.


22세에 찾아든 급성 충수염은 그 자체 통증도 그렇지만 마취 없는 절단 수술이 벼락같은 통증을 몰고 왔다(마이 리뷰『아픈 몸을 살다』<앓기에서 살기로>(2017.12.2.)). 그렇게 통증을 중심에 놓고 따지면, 그 수술이야말로 일생일대 질병이었다. 이 병들을 거치면서 나는 내 삶의 한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그렇게 법학의 시대, 저 일차적 소박성la Naïveté première의 삶은 저물어갔다. 제1채널을 통해 아무 생각 없이 이식했던 통속한 삶의 목표와 수단이 붕괴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내 삶의 목표와 수단을 스스로 성찰하는 반란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사실이 감지됐다. 그렇게 신학의 시대, 저 비판적 삶 제1부la CritiqueⅠ가 동터왔다.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누군지, 더 큰 존재와 의미가 있는지 질문했다. 신의 길을 물으며 내가 도달한 곳은 인간의 길이었다. 이 반전은 서구신학이 지니는 일극집중구조 탓에 일어났다. 진리의 물질적 본질을 거세한 신학을 거절하고 몸의 진실을 찾아 나설 무렵 내게는 혈관운동신경성비염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질병의 정점에서 나는 내 인생의 길을 다시 바꾸었다.


그렇게 한의학의 시대, 저 비판적 삶 제2부la CritiqueⅡ가 동터왔다. 반란의 시대 마무리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혈관운동신경성비염을 치유했다(마이 페이퍼『아픈 몸을 살다』15-10<녹색비학>(10)①(2017.9.14.)). 이 경험과 맞물리면서 한의학으로 마음병을 치유하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책을 쓰고 강의를 했다. 내 사유와 삶은 비대칭의 대칭구조 그 전체성을 향해 묵직하게 나아갔다. 생의 마지막 장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을 때, 홀연히 찾아든 질병이 바로 유착성점액낭염이었다.


유착성점액낭염은 그윽한 깨달음의 과정으로 나를 이끌었다(마이 페이퍼 <백일통오>(2018.4.10.)). 통증이 꼬박 십삼 개월 째 계속되고 있다. 마침내 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이차적 소박성la Naïveté seconde의 시대로 이미 들어선 것이다. 모든 학문과 사상의 네트워킹으로 삶의 총체적 네트워킹을 이룰 때가 왔다.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여울지고 휘돌며 번져갈지 나는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나아간다. 낙관과 비관을 가로지르는 특이점에 뜬 신뢰의 별 하나 보고.


그러니까 여기가 모든 것의 가장자리다. 마지막 벼랑 끝이다.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걸고, 맡기고 뛴다. ‘에라’ 아니고 ‘그냥’


그리고 말들의 소리 사이에서

나는 당신의 고요하고도 낭랑한 영혼의 울림을 듣는다

거기에 그분께서 고독 속에 거하시며

말들이 오갈 때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해준다 _파커 파머


초가을 내게 늦가을로 다가온 파커 J. 파머 어르신께 크낙한 감사를 표한다. 아울러 캐리 뉴커머, 딱 내 스타일 음악에도. _()_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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