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았던 10월 7일 오후 나는 어느 혼인예식 주례를 섰다.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에 갈음하여 합죽선을 선물했다. 써 넣은 글씨는 사람 인人 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풀이다. 나는 기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대기만 하라고 당부했다. 대기만 한 모습을 묘사해 글자 형태를 바꾸었다. 거기에 내 인감도장을 찍어 증거로 삼았다. 부부는 그 아래 자필로 서명해 스스로 서약하고 선언했다. 하객은 박수로 최종 인증했다.


“기대지 말고 대기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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