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수세기 동안 기술발전이 이어져왔지만, 왜 옛날과 다름없이 일에 치여 살까? 대다수 사람은 왜 아직도 결핍을 느끼며 살까? 수세기 동안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던 여가 시대는 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까?

  그 이유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 줄이기보다 생산 늘리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295쪽)


심지어 돈이 필요하지 않을 때조차, 여가보다 일을 택하도록 장려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여가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이자가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여가를 참고 미루면 조기 은퇴라는 경제 버전 천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가 흔히 그렇듯, 천국의 약속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 뿐이다. 이제 노예 시대는 끝났다.(299쪽)


올 여름 항공기 이용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누군가 빈부격차의 심화를 걱정하니 다른 누군가가 젊은 사람들의 취향이 변해서 그런 측면이 더 크지 않느냐는 반론을 폈다. 아무리 취향이라지만 그래도 항공기 여행 정도라면 웬만큼 여유는 전제되어야 가능하므로 반론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다.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주제와 관련해 후자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로 소확행小確幸, 가심비價心費, 워라밸WLBwork and life balance, 케렌시아Querencia(스페인어로 본디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 싸우다가 잠시 쉬는 피난처를 가리키는데, 지친 자를 위한 혼자만의 휴식공간이라는 의미로 쓴다.)를 선정했다. 이들을 관통하는 목소리는 ‘여가’다. ‘내일 올 거라는 천국을 거절한다. 오늘 지옥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겠다.’고 두런댄다. “이제 노예 시대는 끝났다.”고 웅성거린다. 비록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이 여가의 목소리가 기존 화폐시스템의 균열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가는 돈을 위한 노동에서 놓여난 객관적 시간이지만 능동 휴식과 행복이란 주관적 상태를 포함하는 종합실재다. 노동(의 어떠함)으로 규정되던 인간(의 어떠함)homo laborans이 여가(의 어떠함으)로도 규정되면서 화폐시스템은 불가피하게 변모해간다. 여가 인간homo feriatus의 복원은 기존 화폐가 일으킨 결핍과 불안 문제를 해소한다. 개체적 추구와 공동체적 참여를 일치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