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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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결핍의식은 자기충족예언이며, 결핍이라는 환상을 구체적 현실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돈이다.

  돈은 풍요를 결핍으로 바꾸면서·······수천 년간 우리의 문화적 자아의식, 무의식적 신화, 자연과의 대립적 관계를 구현·······하고 있다.(53쪽)


결핍의식과 분리, 그리고 돈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치 사슬을 차례로 따라가 본다는 것은 선형적 인과관계를 구성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태가 번져가는 과정을 경험칙에 따라 재구성해본다는 것이다. 대개 이런 작업은 통속한 지식 획득 절차를 뒤집기 마련이다.


선물이 순환하던 태곳적 삶에서 인류가 필요와 선물을 더 풍요롭게 이어줄 매개체로 고안해낸 것이 다름 아닌 돈이다. 매개체는 본령 상 무한소無限小의 특수성으로 무한대無限大의 보편성을 구현하는 수단이다. 수단이 지니는 추상성·보편성으로 말미암아 매개체는 필연적으로 ‘보이지 않는’ 조종 주체가 된다. 보이지 않는 조종 주체는 보이는 대리자, 곧 거대국가·거대종교·거대논리를 내세운다. 거대국가·거대종교·거대논리는 세계를 상하로 분리한다. 상하로 분리된 세계는 결핍의식으로 통치된다. 지배자의 결핍의식은 수탈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피지배자의 결핍의식은 지배자의 탐욕을 내면화하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세계는 불안·우둔·탐욕에 휘감긴 크고 작은 수탈적 거래에 힘입어 한껏 부풀어 오른다. 화색禍色박두.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업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돈과 분리가 지닌 비대칭적 대칭의 진실을 간파하지 못해서다. 결핍의식, 불안·우둔·탐욕에 깃든 정치경제학을 간과해서다. 전체 진실에 유연하게 터하되 전복적 실천을 더없이 앙칼지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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