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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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화폐시스템, 소유시스템, 경제시스템 전반은 결핍에 근거한, 기본적으로 같은 자아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분리된 자아이자 데카르트적 자아다. 가능한 한 많은 부를 소유하고 지배하고 가로채면서 냉담한 우주 속에 고립된 자아, 연결된 존재의 풍요와 단절되었기에 영원히 결핍을 경험하도록 운명 지어진 자아라는 환상이다.(44쪽)


태초에 선물이 있었다. 선물이 돈을 낳았다. 돈이 분리를 낳았다. 분리가 결핍 환상을 낳았다. 결핍 환상이 불안怖과 우둔癡과 탐욕貪을 낳았다.


저 심오한 역설의 계보학은 신성한 선물로 시작해서 타락한 삼독三毒으로 전복되는 변곡점이 어딘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바로 돈이다. 돈은 선물의 아들이자 분리의 어머니다.


통시적diachronic 흐름을 공시적synchronic 구조로 바꾸어 놓으면 돈을 경계로 합일과 분리라는 비대칭의 대칭이 나타난다.


돈이 논의의 소실점이다. 소실점으로 이어지는 평행궤도 위에 분리문명이란 기차가 육중한 모순을 싣고 대기 중이다. 거기 오르지 않고 기차의 구조·기능을 논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가.


찰스 아이젠스타인이 힘써 밝혀낸 것은 탐욕(과 우둔과 불안)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탐욕(과 우둔과 불안)이 결핍의식을 심어준 분리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사태의 본질을 놓치고 문제 해결을 피상적으로 꾀하게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상과 종교가 그런 길을 걸어왔다. 심지어 붓다의 가르침조차도 결함을 드러낼 정도다. 이제 정곡을 찔러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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