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몇권 갖고 있는데,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아리카와 히로의 책을 먼저 읽어본 이들의 칭찬을 들어왔기에 믿고 읽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 자체를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는 이들도 있었고, 너도나도 추천하는 통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몰랐던 고양이들에 대한 상식(?)같은 것들을 몇 편 접할 수 있었다.

고양이의 사랑의 계절이 봄과 가을인데, 봄에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가을에 태어난 길고양이새끼의 경우, 대개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또 고양이는 자기 꼬리를 누가 만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기에, 정말 친한 주인이 아니고서는 꼬리를 만지게 허하는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또 각자의 시선에서..

유독 주인공 남자의 시선에서만 소개되지 않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그 남자 주인공과 그가 키우는, 아니 그의 가족인 고양이 나나와의 이야기, 주인공 남자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5년동안 사랑으로 키워온 고양이 나나를 지인에게 맡기기 위해 찾아다니는 여행을 담은 그런 이야기였다. 고양이와 남자와의 여행이라 고양이 여행 리포트

 

참 멋없이 내가 적어놓았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나고 그리고 사랑스럽다. 고양이의 시선이나 말투도 사랑스럽지만, 고양이 나나를 거둬들이고 키운 주인공 사토루라는 이 남자, 어찌나 착하고 밝은지..세상에 이런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다 있을까 싶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시 눈물이 나려 하지만.

이야기인데도 왜 이리 몰두가 되고, 결국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만드는것인지..

과연 스토리 텔링의 여왕이라는 아리카와 히로다왔다.

 

 

 

 

길고양이였던 나나는 다른 차들과 달리 은색 왜건 위에서만은 마음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것을 인연으로 은색 왜건의 주인인 사토루를 알게 되었고, 이후로 사토루는 길고양이 나나를 위해 (나나란 이름은 나중에 사토루가 키우게 되면서 붙여준 이름이다.)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식사를 챙겨주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너무나 큰 고통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이 기댈 유일한 힘인, 은색 왜건의 주인공을 찾아 구슬프게 울부짖고,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남자가 정신없이 잠에서 깨어 나나가 불러준 것에 감사하며, 드디어 함께 동고동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행복했던 5년의 세월에 대해선 언급이 없고,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나나를 지인에게 부탁하러 다니는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남자의, 그러니까 사토루의 실직으로 인해서라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개인사는 그보다 더한 이유가 있어서임이 밝혀진다.

 

 

 

가족과도 같았던 나나를 키워달라 부탁하려는 곳들은 하나같이 사토루의 너무나 절친한 그런 친구들이었다. 초등학교때 친구, 중학교때 친구 그리고 고등학교때 친구까지 .. 그들 모두 사토루에겐 더할나위없이 좋은 친구들이었고, 나나를 기꺼이 맡아준다 하였으나, 나나가 있을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하여, 결국은 아무 곳에도 나나를 맡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친구들도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닌 사토루도 잘 알고 있을... 끝까지 나나랑 함께 하고 싶었던.. 어디에도 나나를 두고 싶지 않았던 사토루의 마음이 나나를 통해 잘 드러난다. 나나도 그냥 그렇게 사토루와의 여행을 즐겼을 뿐이었다. 나나는 사토루 외엔, 그 누구의 고양이가 될 수도, 되고 싶지도 않았다.

글을 쓰면서 또다시 코끝이 찡해온다.

 

 

 

 

 

누구보다 힘겨운 처지로 태어났음에도, 누군가에게 세상 누구에 뒤지지 않을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랑을 신이 시기한 것일까. 한 순간에 그 사랑을 모두 잃어버리고.. 세상 누구보다 힘든 처지가 되었음에도 결코 비뚫어지거나 외로워하지 않았다. 밝고 낙천적이었지만 어린 아이의 속이 얼마나 힘들고 상처 투성이었을까. 그럼에도 오히려 친구들을 더 챙기고 보살필 정도로 살뜰한 그런 아이였다. 그 속은..그 깊은 마음은 나나 뿐 아니라 친구들, 그리고 이모인 노리코 등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전해졌으리라.

 

사토루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나를 껴안았다. 사토루와 같은 눈높이에서 먼 지평선을 볼 수 있도록.

 

사토루가 자랐던 마을. 파란 모종이 살랑대는 전원.

무섭게 묵직한 소리를 내는 바다.

이쪽으로 막 다가설 것 같은 후지산

안정감 최고였던 상자 텔레비전.

멋진 아주머니 고양이 모모.

건방지고 고집스러운 호랑이 털 무늬 도라마루.

배에 몇대나 되는 차를 삼키는 커다랗고 하얀 페리.

애완동물 방에서 사토루에게 꼬리를 흔들어주던 개들.

굿럭이라고 인사해준 친칠라.

끝없이 펼쳐진 홋카이도의 넓디넓은 땅.

길가에 핀 보라색과 노란색의 씩씩한 꽃들.

바다 같은 억새밭.

풀을 먹는 말.

새빨간 마가목 열매.

사토루가 가르쳐준 마가목 붉은 색의 농담.

섬세한 자작나무 가로수.

활짝 트인 분위기의 묘지.

그 곳에 꽂은 무지개색 꽃다발.

사슴의 하얀 하트 무늬 엉덩이.

...지면에서 자란 크고 크고 크고 쌍무지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웃는 얼굴.

나의 리포트는 이제 곧 끝난다.

이것은 절대 슬픈 일이 아니다.

우리는 여행의 추억을 세면서 다음 여행을 떠난다. 317.3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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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참 정겹습니다.특히 고양이의 눈.표지만 봐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군요.

러브캣 2013-12-19 23:31   좋아요 0 | URL
^^ 감사드립니다 참 만족한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