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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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난다. 벌서 세계 60여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을 하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을 떠나면서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잠도 푹 잘 수 있어서 좋고, 나를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온전히 나답게>를 통해 독자들과 나다운 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던 한수희 작가가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여행의 민낯을 담았다. 스무 살 무렵부터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여행을 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거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여행에서 우리가 겪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부끄럽고 황당하고,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 책의 부제가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그 개고생을 해놓고, 왜 또 짐을 꾸리고 있는 걸까?”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겪었을 일들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나 역시 여행을 하면서 죽을 고생을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큰 소리쳐놓고 몇일이 지나면 또 여행준비를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이나 여행지에서 느낀 깊은 사색을 말하는 다른 여행기나 에세이와는 거리가 멀다. 다른 책들이 사진이나 그림으로 채워진 것에 반해 이 책은 그 흔한 여행지의 사진들이 단 한 장도 없다. 오히려 여행하며 겪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식은 땀 나는 경험이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여행의 좋은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그러므로 내게 여행이란 건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 하는 일이다. 좋든 싫든 그것이 나다.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람인 채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 그건 미처 기대 하지 못했던 보너스 같은 것이다.”(p.13)라고 했으며,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여행에 대해서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고, 낯선 나라에서 죽도록 고생을 한 후에 이제 그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구나.”(p.382)라고 말했다.

 

여행은 고생을 하고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또 가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세월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을 라는 인간의 지긋지긋한 면을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 나 자신이 되었다는 사실도. 외면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일은 괴롭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루 일과를 정해야 할 때, 비로소 진짜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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