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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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책을 그래도 한 번은 읽어보았거나, 것도 아니라면 한 번은 듣지 않았을까? 세상사람들은... 나도 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고, 나는 그렇게 유명한 시인 신달자란 분이 그렇게 가슴에 멍울 멍울 상처가 많았던지 몰랐드랬다. 

내 상처가 제일 크고, 아프고 꼭 그런줄만 알았는데,  가슴으로 피 토하듯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실제 옆에서 그 고생을 직접해야 했으니, 그 아픔은 내 상처에 댈 것이 아니었다. 같은 여자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나도 모르게 소리 죽여 많이도 눈물을 토해 낼 수 밖에 없었다.

한 인간으로서 곪디 곪은 상처는 누군가에게 보이기가 어렵다.  상관없는 타인이라도 잠시 그리 힘들었군... 남의 일 말하듯 말타는 것이 외려 마음을 다치고, 가까이 얼굴 아는 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가슴 속에 잘 묻어 두었던 지뢰밭을 밟아 펑하고 터져 형체도 알지 못하게 가슴을 짓무르게 하는 일이라 이 분이 어떤 심정으로 이 아픈 글들을 써내려 가셨을지 나 또한 그런 제 3자처럼 어설프게 짐작할 뿐이었다.

어떻게 이 아픈 글들을... 눈물로 가슴이 저미듯 짓무르셨을텐데.... 어떻게 써 내려가셨을까?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기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것.  절망.... 앞의 둘이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그것은 살고 싶다는 강한 애착이라도 남기지만, 뒤에 그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다는 것, 절망은 살덩이를 잘라낸 것처럼,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핏물 넘치는 고통의 신음소리가 입으로 나간 것인지 머리로 나간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삶의 포기상태일 것이다. 

남편은 몸져 누워 병원에서 그녀의 손을 기다리고, 혼자 몸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어느새 세 딸이 전염병인 수두에 살이 터지고, 상처에 딱지가 앉아 엉망인 것을 나중에 알고, 그 순간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읽어내려가며 눈물밖에 흘리지 못하는 자신이 그렇게 나도 그러셨구나, 잠시 함께 아파해줄 수 있을 뿐이었다.  81세의 시어머니가 9년이나 아프셨다니...  그 와중에 고운 딸 잘 되기만 내내 비셨다는 어머니의 죽음까지... 어쩌면 시련도 그렇게 총연색으로 올 수 있을지 눈물이 붉었다다더니 그렇게 피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으셨겠구나 싶었다.

어린 네 살짜리 내 딸아이를 먼저 보내고 나는 참 살고 싶지 않았다.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내 삶이 저주스럽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큰 고통을 주시는지 차라리 날 데려가시지 아직 꽃도 피어보지 못한 어린 것을 그렇게 앞세우니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었다.  실제로 나는 죽기로 작정도 했었다.   

남편이 눈물을 흘리며, 큰 아이와 자신을 위해 살라고 했을 때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사흘을 물 한모금 제대로 못 넘기고, 이후에 근근히 밥 숫가락을 뜨면서 내 새끼는 찬 바닥에 누웠는데 내 목구멍으로는 물도 넘어가고 밥도 넘어가는구나 싶어 참 아팠었다.  사람이 살려고 애가 있는 대로 다 닳아 빠져 눈이 짓무를 것 같았는데,  소리도 못내 끅끅거리고만 있었는데, 입술을 깨물며 꾸역 꾸역 밀어넣으니 밥알이 돌아다니며, 눈물과 함께 삼켰졌드랬다. 이 얼마나 구차한가 싶어 통곡을 하며 함께 가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했었는데... 세월이 지나 여전히 떠올려도 뜨거운 눈물이 눈가를 이겨내도 간간히 잊고 웃기도 하며 나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과 함께 한 삶 속에 저자가 말하듯 그렇게 고통속에 예수님도 예루살렘을 보고 우셨 듯이 슬프고 고통스러우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며 위로 받을 수 있었다는 말에 현재 신자인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24년이란 긴 세월의 병구환, 가슴에 온통 맺혔던 한과 고통으로부터 하느님과 예수님을 통해 자유로와졌다는 말만 새기게 된다.  앞으로 부디 내내 행복하시길 기도하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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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9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윔피 키드 1 - 학교 생활의 법칙 윔피 키드 시리즈
제프 키니 글 그림, 양진성 옮김 / 푸른날개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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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의 일기 훔쳐보기]

남편이 출근하는 5시에 일어나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나는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고 8시경 비몽사몽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이 아이의 토요 휴무일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좀 깊이 잠이 들었다 싶은 9시간 30분경 택배 아저씨의 부르는 소리에 따가운 눈을 겨우 부비며 이 책을 받아들었다. 

택배로 받으면 뭐든 뜯어봐야 직정이 풀려 테이프를 뜯어내고 책을 꺼내들자, 호~ 영화로 제작?  전 세계에서 인기 있다는 표지 광고를 보며 딱 점 찍었던 그 책. 초등생의 카툰 일기란 점은 상당히 색달라서 꼭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는데, 잠은 어느새인가 달아나고, 읽어보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까만색 펜으로 그린 그림은 책 내용을 얼핏 얼핏 보이게 하며,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초등생인 그레그 헤플리의 학교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 어느 부모든 아이에게 때로는 인내력없이, 그러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처럼 그레그의 일상은 평범한 이야기인 듯도 한데, 계속 킥킥 웃게 만들었다.  가끔 아들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처럼 그레그의 생활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고등학생형들이 그레들을 괴롭히는 일을 카툰 일기로 재미있게 적었지만, 아이가 5학년 때 6학년이 장난을 쳐 플룻봉을 숨겼던 생각이 났다. 장난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물건이 없어지고, 이유를 모르던 나는 한참 후에 없어진 것을 알고 추궁하기에만 급급했었다. 그레그가 유치원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주겠다고 지렁이를 보여줘 아이들이 놀라고 만 사건에서 그레그와 그 문제에 대한 엄마의 대화를 보며 그 두 사건은 오버렙되며 나 자신이 참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왜 이렇게 자제심이 없는 엄마인지..

그레그는 매일 매일의 사건을 기록하고 코믹한 그림들을 그려 넣은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학교에서 아이가 돌아오면 보여주고, 요즈음 쓰고 있는 영어일기에 재미있게 카툰만화를 좀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점심으로 끊여준 누룽지탕을 뚝딱 해치우고는 책상위에 있던 이 책으로 바로 손이 가더니, 그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다 읽었다. 나보다 더 큰 소리로 킥킥거리면서...

다 읽은 내 아이의 서평이 더 재미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생활 속에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은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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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샘터어린이문고 11
신디위 마고나 지음, 이해인 옮김, 패디 보우마 그림 / 샘터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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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아이들 모습과 함께 젊은 여인이 나오는데, 그 기뻐하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지요.  그녀는 팔을 들어올려 팔짝 팔짝 토끼처럼 뛰고, 즐거움에 금세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를 쏟아내서 바깥 세상으로 나올 듯한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의 큰 언니 시즈위였어요.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하길래 아이들이 저토록 즐거워 보이는지 책장을 넘겼답니다.

"도대체 언제 밥 먹는 거야?"

아이들은 배도 고파하고, 지쳐 있어요.  시즈위는 고민에 싸여 있었지요.  집에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었거든요. 

시즈위는 그 속에서 아주 행복한 식사를 준비해요.  아이들을 위해 버너에 불을 붙이고, 커다란 냄비에 물을 넣고 끊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이들은 너무 즐겁고, 행복해해요.

'언제 될까? 아 저 맛있는 요리가 언제 될까?'  아이들은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요.  시즈위는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냄비 속을 마구 휘젓다가 소금도 넣고, 후추도 넣구요.

저조차도 "어마나, 어떤 맛있는 음식이 끊이려는걸까?  무엇을 만드려고 하는 거지?  재료가 없다고 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옆집 아주머니도,  아이들을 위해 먹거리를 장만해 올 수 있는 부모님도 아무도 못 오실텐데..."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러 떠나신 엄마가 밤에 먹을거리를 가지고 도착하실까?'라고만 생각했어요. 

시즈위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기쁨이 있는 희망의 식사를 준비중이었지요.  아이들은 음식이 익기를 기다리며 행복한 미소를 띤 채 하나 둘 잠이 든답니다.  동생들이 다 잠이 들고 난 뒤 시즈위는 그제야 버너의 불을 끕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낼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눈물이 얼마나 흐르던지요.  부끄러워서요.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서 그렇게 많이 울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 차별로 오랫동안 고통 받아 왔던 곳이예요. 현재 전체 주민의 79%가 흑인이고, 일부는 유색 인종,  백인은 9.6%에 불과하지만, 백인이 거의 모든 이익을 가지고 있다는군요. 거기에 인종분리 정책으로 백인들은 수도인 케이프타운에 흑인을 살지 못하게 해서 대부분 구굴레투 마을로 이주했다고 해요. 

구굴레투 마을의 어른들은 대부분 수도인 케이프타운으로 나가서 일하기도 하고, 바다로 일하러 떠날 때면 이웃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일이 흔하고 이웃끼리 서로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살고 있다고 해요.  우리네의 시골 인심처럼 아무 계산 없이요.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불운한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는데, 이들의 어렵고, 고통스러움을  보며 눈물밖에 흘리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누군가가 나서서 어서 해결해주기만 바라는 제3자로 관망했던 자신이 너무 못났다 여겨졌구요. 

아이의 울분에 찬 독후감을 보며 내내 생각해요.  그들의 자녀 세대에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는 이 희망의 식사가 이제는 그들에게 현실에서 희망으로 나타나야 한다고요.  그리고 저도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에게 말하려고 해요.  이 '희망의 식사'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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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아장 걸음마 아기 그림책 나비잠
조 신타 글.그림, 이선아 옮김 / 보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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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

초 신타의 그림은 참 포근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줍니다.  아이랑 저는 이 그림책의 그림을 보고 꺄악꺄악대기 바빴었지요.  

아이가 아래 글을 쓸 당시 5학년이었지만, 그림책을 같이 자주 보고, 때로는 서로의 서평을 읽으며 얘기를 나눌 때가 많습니다.   지금도 그림책은 서로 후딱 읽고 제일 좋았던 부분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답니다.  

이 책의 그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친한 분의 4살 짜리 아이를 위해 시리즈를 선물 보내며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곁에 두고 싶은 그림책이었어요~

처음에는 걸음마도 한 걸음부터야.  동물들도 사람들도 한 걸음부터... 

아이가 책에서 읽어낸 내용이 걸음마를 배우라고 그림책을 썼다는 말에 즐거워서 웃기는 했는데 내 아이는 그 웃음에 조금 상처받았던 것인지...  그렇지만 그 상처받아 하는 말도 귀여운 고슴도치 엄마라서 즐겁기만 했던 날이었어요.

때로는 어떤 감상을 했던지, 그 그림에 대한, 글에 대한 감상은 자신만의 생각이라 건들이지 않고 싶을 때가 많아 입을 다물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미술전시회에 가서 감흥을 안고 오지 못해 아쉬움을 그림책 작가분들이 들려주는 그 세계를 보며, 행복하고 즐거움으로 맛보는데요.  

오늘 예전 내 아이의 글을 읽으며, 우리의 그림책 찾기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함께 나누고픈 일중에 한 가지라고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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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8

이번에 보림에서 온 나비잠 시리즈중 <아장아장 걸음마>. 책을 보니 여러가지 동물들의 걸음마를 배우는 이야기를 짧은 말로 표현하였다.

바람에 날리는 빨래의 모습은 엄마 빨래를 아기 빨래가 쫓아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쫓아가는 모습은 팔랑팔랑이라고 되어 있다. 또 귀신이 엄마 귀신의 손을 붙잡고 조금씩 조금씩 떠다니는 모습도 둥둥 이라고 말을 표현하였다.  

각각 동물이나 여러가지 물건같은 것들이 엄마와 아기의 모습으로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이 흉내내는 말로 나타내어져 정말 인상적이다.

그래도 역시 핵심은 맨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동물들과 사람의 걸음마를 보고 배우라고 쓴 것이 아닐까?

나는 진지하게 이 글을 썼는데, 내 글을 읽은 엄마는 웃기다고 난리다. 정말 기분이 나쁘다. 나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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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랑 놀 사람 여기 붙어라 - 열두 달 놀며 노래하며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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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랑 놀 사람 여기 붙어라."

"나부터 나부터"

큰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만큼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했어요. 

"나 어릴 때 이랬는데..."

요즈음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바비 인형은 구경조차 못했고, 근사한 레고 장난감 하나 없을 때인데. 혹시라도 멋진 인형을 가진 친구가 있었어도 잠깐 부럽고 말았지, 바다가 놀이터였던 그 시절은 늘 신나고 재미있는 일로 넘쳐나던 때였지요.   

여섯살에 남해 바닷가 할머니댁에 2년여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울보 여자애였지만 산도 들도 바다도 있는 그 곳은 전부 놀이터였답니다. 생각해보니 여섯살 그 나이에 시골로 가기 전에는 서울에 살 때 오히려 많이 즐겁지 못했던 듯 해요.  친구집이 부자여서 아주 큰 개도 키우고, 무엇보다 집안 정원에 커다란 걸상 그네가 있었던 가장 부럽기만 했던, 그닥 즐거운 놀이가 없었던 듯 해요.   

우리는 소꼽놀이를 해도 바닷가에서 놀다보면 썰물이 전해준 온갖 물건이 보물이 되어주었지요.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조개껍질이 반찬 그릇이 되고, 바닷말, 파래, 들풀로 아주 근사하게 한 상 차릴 수 있었거든요. 

바다가 던져준 예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빈 화장품통에 작은 소라껍질을 모아 보물상자도 하면서요. 우리는 깔깔대고 많이 웃었어요. 서로 자기 것이 더 예쁘다면서요.  바다가 놀이터였던 우리들은 간식도 그곳에서 다 해결했어요. 겨울만 되면 돌맹이를 하나씩 들고 다니며 굴(석화)을 바로 까서 먹었거든요.  정말 맛있었어요.  지금도 싱싱하다고 하는 그 어떤 석화의 맛보다 그 곳에서 먹었던 굴의 맛을 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리면 진섬이라고 길이 나요.  우리는 잽싸게 그 길을 따라 1시간여를 급히 놀다가 오곤 했어요.  까맣게 익은 귀한 머루가 있었거든요.  소나무가 떨군 낙엽을 우리는 '갈비'라고 불렀어요.  그 갈비가 아궁이에 불때기 그만이었지요.  그 갈비가 진섬에는 아주 많았거든요. 집안 일도 도우고, 맛난 먹거리도 먹고 오곤 하였지요.  물때를 놓치면 금세 섬이 되고 말아서 시간을 잘 맞추어야 했어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하고 노는 놀이. 고무줄 놀이를 하면 어째 생각나는 것이 어릴 때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들이 고무줄 끊었던 것만 나요. 가장 속상하고 기억 나는 일이란 것이 이상해요.  수시로 고무줄을 끊어대는 한 남자 아이는 여자애들 전체에 원수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책 속에 나오는 동요는 우리가 거의 불렀던 노래였고, 고무줄 놀이를 하던 그 때처럼 귓가에서 쟁쟁하게 들렸어요. 

짱뚱이랑 실컷 놀고, 행복했던 그 때를 떠올리니 즐거움이 번지지만, 같이 읽은 내 아이의 글을 보니 눈가가 젖네요.  나는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한 때를 가졌는데,  아이는 그걸 모르니까요.  지금도 시골에서 바닷가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행복을 행복인줄 모르고 유년시절을 따사롭게 보내고 있지요.   

자연의 품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게 해주는 부모님이 아이에게는 더 큰 부모란 것을 생각해보며 이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춤하며 반성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오늘 아이 친구가 이번주 토요일 같이 박물관에 둘이서만 현장학습을 가자고 찾아왔는데, 선뜻 다녀오라고 허락을 해주지 못했어요.  

자신은 초등4학년 때부터 혼자서 다녀왔었다고...놀랐어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를 너무 보호만 해왔던 것이 아닌지...두 아이만 보내려니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 어쩌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어요.  

내 부모님은 여섯살짜리가 혼자서 바닷가에서 놀아도 신경을 쓰지 않으셨는데, 13살짜리 아이가 혼자도 아니고 친구랑 무언가를 해보겠다는데도, 선뜻 승낙하지 못하니 참 못났다고 여겨졌어요. 열두 달 놀며 노래하는 즐거운 삶은 주지 못해도 무언가를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은 내가 못준 것이 아니었던지... 

신영식 선생님의 그리운 그림과 함께 행복했던 한 때를, 내 아이에게 행복한 한 때를 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은 생각을 안게 해준 귀한 만남의 시간이었어요.  감사할 따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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