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 떼 열린책들 세계문학 55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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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처음으로, 희곡 형태의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과거에 실제로 매우 인기있었다는 이 희곡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 여자들을 울게하고, 남자들이 도적단을 결성하도록 했다. 어떤 작품이길래, 이 비극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가져다주었는가? 무슨 코드가 이 작품의 최대의 장점이었을까? 

작품의 두 주인공은, 그 성격이 판이한 형제, 프란츠와 카를이 등장한다. 그들 사이는 마치 카인과 아벨같다. 카인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착한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그를 쳐죽이고, 벌을 받아 세상을 떠돌지만 아무도 그를 공격하지 못하는 유일한 축복을 받는다. 형 카를은 정말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심성이 착하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그였기에 냉정하고 계산적인 동생 프란츠는 잘생긴 형을 시기한다. 결국 그는 성주가 되어 온갖 권력을 누리겠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아버지를 설득해 형을 성 밖으로 내쫓고, 온갖 중상모략을 이용해 아버지가 충격을 받게 만들어 죽게 만든다. 형을 죽이려 하고, 아버지를 죽이려 한 죄. 어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가 아니랴? 

형 카를은 역시 동생 프란츠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는 편지를 받고서 도적단을 만들 결심을 한다. 그렇게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만든 도적단은 모두 80명. 그들은 자유롭게 다니는 작은 로빈후드의 무리였고, 그들은 1600명의 군인들과의 싸움에서도 대승했다. 

이런 비극속에서, 잠시동안 희극의 가능성이 보였다. 충격을 받아 기절했던 카를의 아버지, 모어 백작은 관속에서 다시 깨어나 살아나지만, 냉혈한 프란츠는 그를 지하 감방에 가두어 굶겨 죽이려 했다. 하지만 한 양심적인 하인에 의해 그는 빵과 물로 연명하다가, 기적적으로 카를 일행에 의해 구출된다. 또한 카를의 사랑 아멜리아를 다시 만나게 되고, 동생 프란츠에게 커다란 복수를 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자살했고, 갑작스레 자신이 도적단의 두목이 된 이유와 명분을 상실한 그는 아멜리아를 총으로 쏴 죽이고서 미친 남자로 전락한다. 

멋진 사랑이 될 수 있었을 한 쌍이, 한 남자의 욕심 때문에 파멸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생각하자니 지금도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법으로 법을 다스리겠다는 그의 꿈이, 단지 어린아이와 여성들을 죽인 그런 방화 살인범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모습이 너무나 처량하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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