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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읽으면서 내내 수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 책.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이 풍기는 그런 판타지 소설이였지만, 인간이 얼마나 커다란 죄를 짓고서 살아가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부정 탄 아이 뿔치에게 물고기가 오지 않는 마을사람들의 태도의 급변은 우리 인간 사회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중세 시대에는 마녀 화형으로 인해서 수십만명이 마녀로 몰려 불에 태워 죽임을 당했다. 자, 그들은 왜 마녀로 몰렸을까? 당시의 종교 개혁을 외치던 루터조차도 마녀는 꼭 죽여야만 하는 존재라면서 화형을 부르짖었고, 그들은 이렇다할 이유도 없이 불속의 재로 사라졌다. 특히 잔 다르크처럼, 나라를 위해 전투를 한 여인을 마녀로 몰아 화형을 시킨 극도로 잔인하고, 인륜 없는 이 인간 사회의 모습이 지금은 과연 어떨까?
사람들이 어떤 부정이나 마녀같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씌우는 태도가, 지금도 별로 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먼저 우리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문제의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근본을 찾아 올라가다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원인이 어느정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죄를 모두 뒤집어 씌운다.
한 예로, 비록 만화에서 본 이야기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 같은 이야기가 있다. 가족을 위해 공사장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남자가 어느 날 화재가 발생한 공사장에서 그날 공사 현장 주번이었던 남자를 겨우 구해내었다. 하지만 회사의 사장은 그가 저번 주번이었음을 이용해, 화제의 원인이 그의 원인이었다고 슬며시 돌리면서 그를 해고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공사 현장 속에 있던 사람은 죽었을테고, 그러면 회사에서는 어쩌면 더 문제가 뒤따랐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가 저번 주번이었던 것은 맞지만, 결국 잘못의 원인은 그날 당번 아니었을까? 이렇게 사회는, 항상 죄를 대신 뒤집어 씌울 속죄양을 찾아다닌다.
뿔치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뿔등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는 처음부터 부정한 아이였고, 사람들은 모든 죄를 그의 탓으로 돌렸다.
우리 사회도 이러하지 않을까? 남에게서 그 재산을 빼앗으려고만 하고, 스스로 얻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검목, 바래님, 붉은 용왕 들의 인물들 사이에서 현실의 다양한 모습이 반영되어 있었고, 이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떠한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